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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은 40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여느 해보다 조용하게 지나갔다. 관련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언론에서도 장애인과 관련된 기획기사가 많지 않았다. 당연히 여론의 관심도 낮아질 수밖에.

문제는 이럴 때일수록 장애인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실업자가 양산되는 지금, 장애인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으로 전체 401곳의 장애인표준사업장 가운데 56곳이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휴업에 따른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고, 그 가족은 생계가 힘들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는 이런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소셜벤처 기업이다. 비록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머천다이징하여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튜디오의 박진희 대표를 지난 15일에 만났다. 
 
 (주)스튜디오의 멤버들
 (주)스튜디오의 멤버들
ⓒ (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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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만드는 화장품을 파는 기업

- ㈜스튜디오는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요?
"저희는 장애인과 협업하여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머천다이징 회사입니다.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기획, 생산, 마케팅, 패키징, 유통을 진행하는 것을 머천다이징이라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만드는 다양한 제품을 우리 브랜드로 판매하지요. 사회적기업 중 머천다이징의 관점에서만 손을 봐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제품들이 많거든요. 한 마디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소셜벤처입니다."

- 머천다이징 회사라지만 주로 화장품을 파는 것 같은데.
"회사 소개할 때 화장품 파는 회사라고 절대 말하지 않아요. 우리 회사는 머천다이징 회사라고 하죠. 최종목표는 '무인양품'이에요.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브랜드 안에 같이 넣어서 판매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마시는 차나 생활용품도 기획하고 있고. 다만 그 시작이 화장품인 건, 제가 화장품 쪽을 잘 알고, 화장품을 만드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어서 그래요."

- ㈜스튜디오의 화장품은 다른 회사 것과 어떻게 달라요?
"저희 화장품은 성분 자체가 환경적이고, 다른 브랜드에서 잘 하지 않는 것들을 해요. 차별성 있는 제품을 만들죠. 예를 들어 클렌징오일을 만들어도 초미세먼지까지 세정할 수 있는 클렌징오일을 만들고, 생리전 증후군이 있는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는 아로마테라피 오일 등을 만들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제품은 중증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의 장애인분들이 만들어요. 서울 은평구에 있는 누야하우스라는 사회적기업인데, 생일도 챙겨주고 인격적으로 장애인들을 대해주는 기업이죠."

 
 누야하우스 홈페이지
 누야하우스 홈페이지
ⓒ 누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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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이 만들면 관공서에서 사주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이 B2G(기업대 정부 간 상거래)에 의존하는 데 반해 저희는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를 지향해요. B2G가 들어오면 마다할 일은 없지만 모든 프로세스, 마케팅의 기본은 B2C죠. 장애인 제품들을 보면 기본적인 디자인 패키지부터 내용물까지 시중의 것들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지만 윤리적 소비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사달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는 정말 100% B2C 매장에서 제품으로 승부를 해요. 그게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다른 점이죠."

사회적기업을 추구하는 소셜벤처

- B2C를 지향하는데 왜 굳이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나요? 그냥 소셜벤처로 남아도 될 텐데.
"지원정책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것보다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대표가 바뀌어도 회사의 정체성이나 소셜미션이 변하지 않는. 회사에 기준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소통할 때도 명확하고. 중학교 때 사회적기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런 사회적기업이 많아지는 게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도 근무했었고요."

- ㈜스튜디오의 소셜미션은 뭐죠?
"저희의 소셜미션은 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거예요. 다리에 힘이 없는 사람은 사무직을 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은 눈으로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장애인이라도 각각의 영역 안에서 그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충분히 있죠. 저희는 장애인에게 시혜를 주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고 그분들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장애인도 우리랑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말이죠."
 
 (주)스튜디오의 제품들
 (주)스튜디오의 제품들
ⓒ (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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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스튜디오의 제품
 (주)스튜디오의 제품
ⓒ (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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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회

- 왜 장애인들이 만드는 제품을 고집하나요?
"제게 장애인의 노동 문제는 중요한 이슈였어요. 형제 중에 장애로 인해 회사 근속이 어려웠던 사례를 지켜봤고, 저 또한 기면증을 가지고 있어서 9시 출근 6시 퇴근 업무가 힘들었어요. 제가 가진 장애가 저의 업무 경험에 끼친 영향이 컸죠. 그래서 저와 같이 장애로 인해 편견의 시선을 받거나 기회마저 부여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동지애를 전하고 싶었어요."

- 장애인 노동 문제를 사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건가요?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면서 답답한 경우를 많이 봤어요. 사회적기업을 활성화시키는데 그 방법이 너무 관(官)스러웠죠. 워크숍 하고, 품평회 열고, 그리고 그 횟수가 성과가 되고. 그런데 기본적으로 제품이 좋지 않은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사회적기업이 일반 기업과 경쟁하려면 소비자 조사에 근거하고, 타깃층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다 건너뛰고 필요한 제품이니까 만든다 식이고. 또 컨설팅을 하면 제품 타깃이 20~30대 여자들이어도 컨설턴트는 50대 남성이고.

그래서 저는 그 부분에서 빠진 게 머천다이징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누군가가 제품을 보정해주고 고객들이 사고 싶은 욕구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맥락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제품 하면 불쌍하니까 사줘야지 하고 접근하는데 저는 머천다이징을 통해 이 제품이 충분히 살 만한 제품이라는 걸 만들고 싶어요."
 
 (주)스튜디오의 박진희 대표(오른쪽)
 (주)스튜디오의 박진희 대표(오른쪽)
ⓒ (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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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분들과 협업하면 힘들지 않아요?
"아무래도 장애인이 생산하다 보니 보통 회사보다 로스율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래도 그건 안고 가는 거고. 가장 힘든 건 의사소통의 문제예요. 저희가 이렇게 한 번 바꿔보자고 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너무 까다롭게 느껴지는 거죠. 지금까지는 그냥 장애인들이 만드는 제품이라고만 설명하면 됐는데, 우리는 장애인 상관없이 시장에서 통하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니까."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일반 시장에서 만드는 제품과 경쟁해도 전혀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찾는 사회적기업의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 행정의 지원 없이도 생존능력을 충분히 갖춘 사회적기업이 많아지면 그로 인해 사회가 더 건강해질 테니까요. 저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을 가지고, 사례를 만든 후 그것을 모델화하여 확산시키는 게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혁신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스튜디오가 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의 빛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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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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