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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숙과 검찰' 재등장에... 조국 수사, 울산 선거 의혹 이후 또 다시 전운이 감돌다.
2015년 8월 20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 한명숙 "정치권력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 2015년 8월 20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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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여권과 검찰이 다시 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이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이 열었다.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뉴스타파와 MBC가 보도한 '한만호 비망록'을 언급하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또 "법무부와 검찰, 법원은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관련기사 : 검찰 겨눈 김태년 "한명숙 사건 10년 만에 드러나...진실 밝혀야").

민주당의 선제 공격 "한명숙 사건, 10년 만에 진실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수사 단계부터 시끌벅적했다. 검찰은 2009년 한 전 총리가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첫 수사를 시작해 그를 기소했지만 한 전 총리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듬해 검찰은 한 전 총리가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또 다시 '피의자 한명숙'을 정조준한다.

2차 사건 때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는 한만호씨의 진술이었다. 그런데 한씨는 1심 법정에서 '돈을 줬다'고 했던 검찰 조사 내용을 번복했고, 재판부는 그의 진술을 토대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단은 정반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씨가 검찰에서 말한 것을 더 믿을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했다. 하지만 핵심 증인의 진술이 극과 극으로 달라진 상황에서 그를 법정에 부르지도 않고 검찰 진술을 믿은 재판부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법원도 이 문제를 두고 2년여 고민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20일 다수의견(양승태·권순일·김신·김창석·민일영·고영한·박상옥·조희대 대법관)은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한명숙 전 총리의 징역 2년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소수의견(이상훈·김소영·김용덕·박보영·이인복 대법관)은 한명숙-한만호 사이에 오고간 흔적이 있는 일부 자금을 제외하고 다시 사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씨가 수사단계부터 한 전 총리 1심 때까지 70여 회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기록은 자필진술서 1부와 5차례 조사 내용을 기록한 조서가 전부인 점 등을 의심쩍어했다(관련기사: 수사기록 아닌 재판기록 던져버린 대법원).

여진이 계속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판결 직후 "진실을 지켜내지 못하고 한명숙 의원을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우리의 무력함이 참담하다"고 했다(관련기사: 한명숙 "결백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날"). 약 3년이 지난 2018년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태 때는 관련 문건에 한명숙 전 총리 판결이 언급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엔 '재판거래 대상 아니었냐'는 의혹이 등장했다.

그리고 2020년, '검찰의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한만호 비망록'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한명숙과 검찰이 함께 호명되고 있다.

검찰의 반박 "허위 자료로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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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곧바로 반격에서 나섰다. 20일 오후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은 이례적으로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 '한만호 비망록' 등을 둘러싼 논란을 일일이 반박했다.

수사팀은 '한만호 비망록'이 한씨가 구치소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할 계획 등을 기재한 자료라며 한 전 총리 재판 때 증거로 제출,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고 했다. 또 검사가 한씨에게 허위 증언을 암기시켰다는 보도와 달리 "검찰에선 강압수사나 증인을 힘들게 하거나 이런 적은 전혀 없다"던 한씨의 법정 진술, 비슷한 취지의 구치소 접견 기록 등을 거론했다. 수사팀은 그 결과 법원도 비망록을 허위로 판단, 유죄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만호 비망록에 한명숙 아닌 친박계 정치인이 6억 원을 받았다고 나온다'는 보도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수사팀은 "한씨는 수사 과정에서 그런 진술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해당 노트는 법원에서 엄격한 심리를 진행한 후 한씨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한만호씨의 위증죄 유죄 확정 판결도 언급했다.

또 과거 한만호씨가 검찰에 70회 나온 까닭은 한씨가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포착했고, 한 전 총리가 재판에서야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수사팀은 "증거수집 및 공소유지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데 단지 소환 횟수와 조서 작성 횟수만 비교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한만호 비망록' 보도 자체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사가 그 내용의 진위에 관해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심상찮은 분위기... 추미애는 '재조사' 의지 밝혀

하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의 과거 수사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도 이해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밀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조사' 뜻을 내비친 셈이다.

여권과 검찰은 다시 한 번 서로를 겨냥할 준비에 들어간 것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1차 기소 후 조용했던 서초동과 여의도가 또 긴장하고 있다.

태그:#한명숙, #검찰,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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