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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9일 화요일 오전 10시, 대전ngo지원센터에서 '성평등 교육 강사양성과정' 두번째 시간이 열렸다.
 5월 19일 화요일 오전 10시, 대전ngo지원센터에서 "성평등 교육 강사양성과정" 두번째 시간이 열렸다.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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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이들 중 '5월 18일'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5월 17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기억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이들일까.

5월 19일, 대전여민회 성평등 교육 강사 양성과정 두 번째 시간이 열렸다. 이번 주제는 '여성운동사'였다. 대전시 성평등 교육 예비 강사 25여 명이 대전광역시NGO지원센터에 모였다.
  
'묻지마'가 아닌 '여성혐오' 살인
  
 대전지방경찰청 이옥분 성평등정책담당관. 마스크를 낀 채로, '여성운동사' 강의를 열띠게 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이옥분 성평등정책담당관. 마스크를 낀 채로, "여성운동사" 강의를 열띠게 하고 있다.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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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강사로 나선 이는 대전지방경찰청 이옥분 성평등정책담당관. 그는 두 개의 날을 꺼낸다.

"어제가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이었죠? 한국 현대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에요. 그리고 6년 전, 5월 17일도 중요한 사건이 있었죠."

그가 강의 화면에 띄운 건 '5.17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이날이 우리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을까.

"이날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매해 많은 여성이 끊임없이 살해당했어요. '묻지마 살해'라는 이름으로."

과연 '무작위'의 사람들이 '묻지마' 식으로 살해당해 왔던 것일까. 이옥분 강사는 말한다. "죽임당한 사람들은 무작위가 아니라,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여성이었다"고.
  
"이제까지의 역사가 남자들의 이야기(History)였다면, 여성의 역사(Herstory)라는 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는 것이자,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것이에요. 그리고 '묻지마 살해'라고 명명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고요."
  
'극단적'이라는 말은 누구의 말인가
  
그는 역사 속 여성의 삶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여성은 중세시대 루이 16세가 왕이었던 때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다. 그는 '무절제한 쾌락'을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당시 신문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온갖 성적 비방 기사를 앞다퉈 보도하며 인신 모욕성 기사를 끊임없이 생산했다.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 있었다.

"중세시대는 종교가 중시되던 동시에 여성이 욕망을 드러내면 안 되고, 여성들을 '마녀사냥'하던 때이기도 했어요. 왕비가 성적 비방을 당하던 당시, 루이 16세는 정치적 범죄만 추궁당했을 뿐이지, 인신 모욕은 전혀 없었어요. 왜 왕비만 저열한 인신 비방을 당했을까요. 한 철학자는 '여성을 정치영역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석합니다."

신분과 관계없이 여성들은 자신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야 했고 죽어야 했다는 것. 이른바 지금 '페미니즘의 대모'라 불리는 여성들의 삶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흑인, 미혼모의 권리, 이혼권, 재산권, 아동의 권리를 주장하던 올랭프 드 구즈(1748-1793, 미국)는 '남성의 혁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여성이 단두대에 올라야 한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삶을 살았고, 사후 약 150년이 지나도록 그는 '신경증환자', '미친 여자' 등 취급을 당해야 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 영국) 또한 "여자는 여자로 만들어진다-여자는 여성적 자질을 강요받음으로써 여자로 만들어진다" 등의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성적인 추문에 시달리고 마을에서 추방당한 채 죽어갔다.
   
1700년대의 이야기지만,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성에게 단번에 '센 여자'라는 평판을 붙여버리는 지금의 사회는 그리 진보하지 않았다.
  
'페미니즘'을 얘기하면 '역차별' 이야기가 나오고 '극단적인 페미니즘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 이옥분 강사는 "페미니즘은 단 하나의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는다.

"페미니즘은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지형을 따라 성장했고 역동적으로 살아있으며 여성의 다층적 역사 그 자체입니다. 즉, 하나라고 얘기할 수 없고요.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한 거죠. 여성들이 다 위치가 다른데, 단 하나로 합치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100여 년 전, 여성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여성이 어떤 구호를 외치고 있는가. 그 구호에는 어떤 고통 받는 삶이 담겨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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