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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 분야 지정토론하는 방인아 문화재청 학예연구관.
 무형문화유산 분야 지정토론하는 방인아 문화재청 학예연구관.
ⓒ 문화칼럼니스트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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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에서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의 문화정책 변화를 화두로 통일시대 문화재정책 수립을 위한 열띤 논의가 시작했다.

올해 들어 처음 개최된 포럼에는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 지병목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최병현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 운영위원장(숭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을 비롯한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 위원, 관련 연구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강원도(도지사 최문순), 경기도(도지사 이재명)와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민족 공동유산인 북한 소재 문화재의 체계적인 보호를 위한 남북 간 협력을 확대하고, 남북 교류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지난해 3월 출범한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은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의 자문기구로, 2019년 총 6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황과 인식, 등재 추진방안과 전략, 세계유산적 가치와 등재를 위한 기본 구상 등을 논의하여 왔다.

지난해 정책포럼의 초점이 'DMZ의 평화체제 구현을 위한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방안'이었다면, 올해는 '북한 민족유산의 이해와 남북문화재 교류협력 방안'으로, 제1차 포럼을 포함하여 총 4회(5·7·9·12월 예정)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14일 개최된 제1차 포럼은 '북한의 정책변화에 따른 민족유산의 현황과 이해'를 주제로 4건의 발제와 지정토론,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는 김혜정 문화재청 학예연구사가 북한 영토 내에 있는 선사시대~일제강점기 문화유산과 해방 이후 조사된 유적을 중심으로 본 '북한 민족유산의 정책변화와 물질유산(역사유적) 연구 현황'을 발표했다.

김 연구사는 "자료의 희소성, 신뢰성, 접근성 등 여러 한계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리와 현황 파악은 향후 공동 연구의 밑거름이 되는 자료이며, 관점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다수의 남북문화유산사업도 추진되었었다. 그러나 당시의 평화적 분위기와 맞물려 추진된 사업들이 2년이 지난 지금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만큼이나 진전이 없어 보인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하고 시급한 북한 역사유적 조사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뢰감 구축을 통한 공동 사업 추진"이라며 "북한 고고학계의 변화를 읽고 이해한다면 향후 남북한 고고학계의 우리 역사에 대한 해석가 인식의 차를 좁힐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는 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가 '북한의 민족유산 정책과 역사유물'을 발표했다. 박 연구사는 "남과 북을 이어주는 동질성의 요소로서 '문화유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맺음말에서 박 연구사는 "북한의 문화재정책에서 문화유산의 세계화는 경제적 측면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북한의 관광정책과도 맞물려 있다"며 "향후 북한과의 교류, 연구를 위해서는 북한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화와 그에 따른 저작권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세 번째 발제는 박영정 인천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무형문화유산 분야 남북 교류와 협력'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분단체제를 벗어나 통일시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문화적 이질성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남북한은 오랜 단절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를 형성해 온 관계로 당장의 동질성을 추구하기 전에, 현재 조건에서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문화교류에서 당위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문화적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방향도 이제는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므로 두 개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문화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무형문화유산은 남북한이 그 역사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어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데 매우 적합한 분야"라며 "무형문화유산 분야에서 남북 교류와 협력은 다른 분야 문화 교류와 협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선행되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남북문화교류에 있어서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 네 번째 발제는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가 '북한 민족유산의 정책변화와 천연기념물 및 명승의 현황과 이해'를 발표했다. 이 연구사는 "북한의 자연유산제도는 명승지·천연기념물보호법(1995)에 의해 명승지,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고 문화생활과 건강증진을 보장하고 있다"며 "묘향산 팔경, 해주팔경을 비롯한 옛 8경의 아름다운 경관과 주체사상을 결합한 사회주의 선경인 선군시대 8경을 북한이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북한 당국이 명승지의 천연바위 곳곳에 우상화 글귀를 새겨 넣는 등 주체사상에 의해 자연유산이 훼손되고 있다"며 "통일신대 한반도 명승 및 천연기념물의 활용을 위해서는 자연유산이 지속가능한 환경보호의 수단임을 인식하고, 통일 후 부흥시켜야 할 최대의 관광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대해 토론하는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 위원과 청중.
 주제발표에 대해 토론하는 남북문화유산 정책포럼 위원과 청중.
ⓒ 문화칼럼니스트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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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후, 안병우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기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유적학과 교수, 김윤정 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방인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학예연구관, 공우석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가 발제에 대한 지정토론이 있었고, 청중과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무형문화유산 분야를 지정토론한 방인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학예연구관은 "무형문화유산은 세대를 거쳐 전해져 온 것으로 사람들의 삶과 더불어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므로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며 "분단 후 70년이 넘도록 서로 다른 체제 속에 살아온 남북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영정 대표님이 강조한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을 가지고, 무형문화유산을 통해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모색한다면, 무형문화유산을 통한 남북한 교류와 협력에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 연구관은 "남북한 모두가 해당 유산이 남과 북은 물론 해외에 있는 한민족까지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유산이므로, 체제 경쟁이나 차이에서 비롯되는 불필요한 오해를 넘어서 다양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연유산 발제를 지정토론한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북한의 문화재 정책은 과거처럼 유적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체사관 아래, 역사성을 고려하면서, 과학적인 방법론을 채택하여 자연유산을 복원, 보존 관리하면서 민족유산으로 전승, 발전시키려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민족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은 명승지나 천연기념물을 보호, 보전하기 위해서는 북한도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기준에 따라 핵심구역, 완충지역, 전이지역 등으로 권역을 설정하여 보전지역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재청의 임시기구로 청의 차장이 단장을 겸하는 남북문화재교류사업단에서 교류협력파트를 총괄하는 김지성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은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재 교류사업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문화재청은 올해 포럼 위원,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의 남북 문화유산 교류와 협력에 필요한 정책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남북문화재교류사업단의 조사연구파트를 총괄하며, 이번 포럼을 주관한 김삼기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기획과장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간 교류의 확대, 민족유산 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요구의 증대 등에 대비하여 포럼을 남북문화재 교류 분야의 핵심 정책적 기반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의 주제발표와 정책제언은 북한의 민족유산 현황과 보존관리정책을 이해하고, 남북문화재 교류협력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체계 구축으로 정책 수립과 문화한반도 평화기반 조성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북한의 민족유산은 물질유산·비물질유산·자연유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질유산은 다시 역사유적과 역사유물로 구분된다. 이번 포럼은 북한의 문화재정책 전반에 대해 미래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그동안 남북문화교류에서 강조되었던 문화동질성의 시각뿐만 아니라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교류협력과 정책개발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정책어젠다로 제시되었다.

남북문화교류에 있어, 공동의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데 적합한 분야인 무형문화유산에서 우리나라는 국가무형문화재뿐만 아니라 이북5도무형문화재가 있다.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등 이들 5개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무형문화재다. 이 이북5도무형문화재 19개 종목에는 굿, 춤, 민요, 연희, 의례 등 이북에서 발생한 다양한 분야의 무형유산이 우리 국민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특히 세계인들에게 한국춤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부채춤도 그 원형은 이북5도무형문화재다. 부채춤은 근대무용의 선구자였던 무용가 최승희의 수제자로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김백봉 선생에 의해 '김백봉부채춤(예능보유자 안병주)'으로 전승되고 있다.

향후 국가문화정책 관점에서 남북문화교류의 핵심콘텐츠인 무형문화유산이 평화한반도와 남북 공동 번영의 민족문화 원천으로서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문체부, 통일부, 행안부 등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논의와 육성 방안이 요구된다.

태그:#남북문화유산, #북한정책변화, #통일시대문화재정책, #한반도평화, #남북공동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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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와 문화산업을 화두로 글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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