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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반타 시의 푸드패키지, 치킨 파스타, 누들, 치킨 리조또, 바나나, 사과, 음료, 비스킷 등으로 구성, 주2회 픽업,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들.
 핀란드 반타 시의 푸드패키지, 치킨 파스타, 누들, 치킨 리조또, 바나나, 사과, 음료, 비스킷 등으로 구성, 주2회 픽업,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들.
ⓒ Juho Kynta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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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헬싱키의 한 초등학교의 급식 배급 모습. 집으로 가져갈 급식을 배분하기 전 명단에서 학생의 이름과 학교를 확인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한 초등학교의 급식 배급 모습. 집으로 가져갈 급식을 배분하기 전 명단에서 학생의 이름과 학교를 확인하고 있다.
ⓒ 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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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한국으로 검체 보낸 핀란드, 왜 그 지경이냐고요?

나는 지금 핀란드 헬싱키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지난 두 달간 휴교령으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을 때, 우리 집의 밥상은 아주 이색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코로나 밥상'! 식탁에는 출처가 서로 다른 음식들이 함께 놓였다.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 몫으로 받아온 포장 급식과 집에서 만든 집밥이 한 상 위에 서로 섞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았는데도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한다고? 핀란드에서는 학교가 문을 닫아도 급식은 한다.

등교는 안해도 급식은 한다

핀란드의 공영방송 율레(Yle)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헬싱키 초중학교 전체 학생 4만 4천 2백명 중 원격학습 기간 동안 점심 급식을 신청한 학생 수는 9천명으로 약 20%에 달했다.

집에서 원격학습을 하는 기간에 급식을 원하는 학생은 학교에 미리 신청한 후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배급소에 가서 급식을 받아간다.

헬싱키 인근인 반타(Vantaa) 시에 거주하는 유호 뀬따야(Juho Kyntäjä)씨는 5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급식 배급소가 다니는 학교보다 더 가까워 주 2회 점심시간에 편리하게 이용했다"면서 "반조리 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은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업체들과 계약하여 공급한다. 이런 급식업체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요양원, 병원 등에도 공급한다.

헬싱키에 사는 안씨 하부까이넨(Anssi Havukainen)씨는 "매일 아침 아이의 포장급식을 가지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신청 전 주저하긴 했으나, 급식 신청자가 너무 적으면 급식 위탁업체의 근로자들이 무급휴가나 해고를 당해 생계에 위협이 될까봐 신청했다"고 했다.

세계 최초 무상급식 국가, 핀란드
 
 핀란드 헬싱키시의 포장 급식 배급 초기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
 핀란드 헬싱키시의 포장 급식 배급 초기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
ⓒ 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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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핀란드 학교는 원격교육 기간에도 급식을 했을까?

핀란드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 15일 정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원격학습을 해야 하는 기간에도 가정의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의 권리인 급식은 그대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식 준비가 지연 중인 해당 지방자치 단체들에게 급식의 수요파악과 안전하고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여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런 교육부 장관의 강력권고 배경에는 핀란드 무상급식의 역사가 있다.

핀란드는 1948년 세계에서 최초로 무상급식을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실시했는데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핀란드의 기초교육법(Basic Education Act)의 제31조는 '균형잡힌 영양의 학교 무상급식'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이 제공된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코로나에도 급식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휴교령이 내려진 3월 18일 이후에는 학교에서 점심급식을 먹는 학생들의 비율이 3%가 조금 넘을 뿐이었다. 그래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집에서 원격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급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안했다.

헬싱키는 집에서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조리된 메인요리 1가지와 채소나 과일이 포장된 급식을 주 2회 지정된 장소와 시각에 공급했다. 헬싱키와 인접한 에스포(Espoo)나 반타(Vantaa) 시에서는 과일이나 채소, 우유, 빵, 치즈 등의 식재료와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리조또, 파스타, 수프 등의 반조리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구성된 푸드 패키지(Food package)를 주 1-2회 공급하여 왔다.

에스포 시청의 경제 및 도시개발부(Economic and Urban Development)의 한 관계자는 "배급시 국립보건원(THL)과 정부의 위생관리 지침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었다"면서 "처음에는 매일 간식백(Snack bag)을 나눠줬으나 한 달 후부터는 안전하게 주 1회,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 등으로 구성된 푸드패키지 (Food package)로 바꾼 것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코로나19 비상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학업 중인 학생들에 대한 핀란드의 무상급식 철학은 지켜지고 있다.

급식 안 찾아가는 사람들, 왜?
 
 핀란드 헬싱키 시의 2일치 포장 급식, 토마토, 사과등의 야채나 과일, 수프와 빵, 마카로니 캐서롤.
 핀란드 헬싱키 시의 2일치 포장 급식, 토마토, 사과등의 야채나 과일, 수프와 빵, 마카로니 캐서롤.
ⓒ 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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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에스포 시의 일주일치 2인용 푸드패키지, 인스턴트식품과 야채, 바삭한 빵, 우유, 마가린, 시금치 팬케잌 제품들로 구성
 핀란드 에스포 시의 일주일치 2인용 푸드패키지, 인스턴트식품과 야채, 바삭한 빵, 우유, 마가린, 시금치 팬케잌 제품들로 구성(사진 제공: 에스포 시청)
ⓒ Pinja Rou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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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영방송 율레(Yle)는 지난 5월 6일 "포장급식을 신청해 놓고서 가져가지 않은 것이 하루에도 수백 건에 이른다"면서 배급 관계자들의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을 전했다. 필자도 두 아이의 점심급식을 신청하고 지정된 배급소에 받으러 갔는데, 첫날은 사람들이 많아 긴 줄을 서야 했고, 내 순서가 오기까지 20분이나 걸렸다. 그러나 며칠 후부터는 가서 바로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해졌다. 재정적 형편이 다들 어려운 시기에 신청해 놓고 가져가지 않은 포장급식이 많아졌다는 것은 일부 먼 배급소의 어려운 접근성도 한 이유이겠지만, 해당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높지 않아서 일 것으로 추정된다.

헬싱키에 사는 우리까 하리윤빠(Ulrika Harjunpää)씨는 원격학습 기간에 학교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학교 급식을 평소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만 생기게 될 것이 뻔하여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8년 핀란드 국립보건원(THL)이 중학생 7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학생의 60% 이상이 "한 주에도 여러 차례 점심 급식을 거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반복되는 급식 메뉴에 대한 피로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급식의 단가는 전국 평균 2.80유로(약 3700원)이다. 평상시 학교 급식은 따뜻한 메인요리와 야채 샐러드, 빵, 무지방 우유, 산유(Sour milk), 그리고 물로 구성되며 각자가 원하는 만큼 가져간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도 별도로 마련된다.

핀란드 교육위원회의 한 전문가는 "핀란드 학교 급식은 하루 열량의 1/3을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잘 계획되고 잘 만들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학생들의 학교 급식 기피현상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기존에 언급했던 방안 중 하나는 '학생들을 식단 계획에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다.

급식 만족도 논란은 핀란드 지자체와 교육 당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핀란드는 5월 14일부터 휴교령이 종료되어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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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에서 중학생, 초등학생 두아이를 낳아 키우며 IITA 국제 통번역협회 인증 통역사, 방문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조용한 변방에 위치한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교육, 문화, 사회 분야의 야생 블루베리같은 알찬 소식들을 찾아 고국의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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