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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단위의 정책을 기반으로 지방 자치로 운영되는 호주는 코로나 정국에서도 각 주마다 시행된 제한 조치들이 약간씩 다르다. 따라서 이를 완화하는 시기나 방법도 각 주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빅토리아 주(멜버른이 속한 주)는 5월 11일에 1단계 록다운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완화 조치는 기존의 강력했던 제한들을 한 단계 낮춘 것이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로 기존까지 집 밖에서 2인 이상 모일 수 없던 제한을 10인까지 허용하여 스포츠나 야외 생활에 숨통을 트여주고, 이웃 방문을 원천 봉쇄했던 조치를 5명까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게 완화해 주는 식이다. 여전히 일상 생활 속엔 엄격한 제한들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사는 빅토리아 주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고 상당히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퀸슬랜드 주의 학교들은  5월 11일 학교로 복귀를 한 반면, 빅토리아 주는 5월 11일 1단계 록다운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빅토리아주 주 총리인 다니엘 앤드류스가 제 1단계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빅토리아 주 총리인 다니엘 앤드류스의 발표 빅토리아주 주 총리인 다니엘 앤드류스가 제 1단계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bc.net.au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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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주의 총리인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는 월요일 발표에서 빅토리아주의 학생들은 이번 학기(6월 말)가 끝나기 전에 면대면 수업이 가능한 것이란 발표를 했다.

발표 후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지인들의 학교에서 교장 발 등교 수업에 대한 안내 메일들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금요일인 15일, 마침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교장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다니엘 앤드류스의 발표에서 언급한 "안전하고, 주의 깊게 그리고 적절한 단계 (safe, cautious and appropriate step)"로 학교를 오픈한다는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5월 25일(월)
교사와 스태프만 출근하는 날(pupil-free day, 학생들은 가정 보육)로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만 출근하던 전 교사들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날. 따라서 이날은 온라인 수업도 진행할 수 없음.

5월 26일(화)
첫 부분 등교 일로 프렙, 1, 2학년 등교일, 나머지 학년은 2주 후인 6월 9일 등교 시작. 모든 학생은 해당 날짜에 등교 수업이 원칙이고, 부모가 가정 학습을 원한다 해도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제공은 불가능함.  

학부모의 판단 하에 학교에 보내지 않을 때에는 결석으로 처리 함.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나 스태프의 건강과 웰빙도 중요하니 아픈 학생은 학교에 보내지 말고 반드시 의사를 만나야 함.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학교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위생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할 것임.  

 
멜버른에서는 자녀의 출결을 학부모가 직접 컴파스(한국의 나이스와 유사) 에 입력하도록 권장된다.
▲ 학부모가 직접 입력하는 출결 상황 멜버른에서는 자녀의 출결을 학부모가 직접 컴파스(한국의 나이스와 유사) 에 입력하도록 권장된다.
ⓒ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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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회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려운 일들을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능력이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쏟아지고,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관리자의 무능으로 여기기 쉽다.

구성원이 감당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들을 구분하고, 한 집단이나 소수에게 일 쏠림이 없도록 적절히 배정하고, 구성원의 화합과 복지를 챙기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과 관리자의 당연한 역할로 여겨진다.

예로, 한국 사회가 교육에 관련한 모든 일들을 교사에게 맡긴 채, 질타와 평가를 한다면, 호주의 정책 입안자나 학교의 관리자들은 각각의 교육 주체들에게 능동적 참여와 각자의 몫을 해낼 것을 요구한다.

학부모와 교직원, 심지어는 학생들에게도 교육 주체로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학부모들을 방관자적이고 소극적 주체가 아닌, 교육의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 시키고, 학교와의 연대와 소속감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한다.

멜버른에서 지난 4월 15일부터 5주째 실시되고 있는 온라인 가정학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장은 매주마다 메일을 보내 학교의 상황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가정학습으로 야기된 학부모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 주 계획에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들을 보내준다. 더불어 사상 초유의 온라인 수업으로 고생하는 교사들의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학부모의 동참을 호소한다.

온라인 수업 기간에도 교사들의 출퇴근 시간은 예전과 동일하니 그 외의 시간엔 가급적 질문을 삼가해 달라는 당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즉각 답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양해, 교사들의 지친 눈을 위해 렌즈 앱(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스캔 앱)을 사용하여 학생들의 과제를 올려 달라는 안내, 담임 교사들의 과로를 덜기 위해 매주 수요일은 비교과 담임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호주의 온라인 학습도 면대면 학습과 비교하면 부정적인 요인들이 많지만, 나는 아이의 가정학습을 지켜 보면서 아이의 담임과 학교 교사들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혼돈의 시대에 뛰어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는 교장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반면, 온라인 수업에 대처하는 한국의 교육은 어떨까 떠올려 본다. 교사들을 온라인 수업이란 최첨단의 생경한 전쟁터로 호미 한 자루 들려 떠밀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과연 교사들의 처우가 학생들의 안전 못지 않게 우선시 되고, 질 좋은 수업을 펼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과 지원이 제공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등교수업, #호주이민, #코로나 팬데믹, #온라인 수업, #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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