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씨 피버> 포스터

영화 <씨 피버>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최근 영화계에서 전염병 관련 영화들이 역주행하는 기행을 보일 만큼 코로나 19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가 크다. 

미지의 존재를 만난 인간의 공포, 경외, 혼란을 그린 <씨 피버>는 장르 영화의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전혀 다른 결말을 내놓는 색다른 영화다. 또한 잠이 모자라면 인지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바다 열병을 소재로 해 심해 생물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생존본능을 담았다. 

해양 생물 패턴은 연구하던 시본(헤르미온느 코필드)은 실습을 위해 어선 '니브 킨 오이르'에 승선한다. 선원들은 시본의 붉은 머리가 재앙을 불러올 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육지에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시본은 배에서도 사람들과 서걱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제한구역에 들어간 배 주변에서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한다. 바로 돌고래 무리인 것.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과학자의 시선과 뱃사람의 육감은 달랐다. 어선 근처의 소음 때문에 사람 곁에 잘 나타나지 않는 돌고래를 수상하게 여기는 시본과 달리 선원들은 돌고래가 행운을 상징한다며 반가워한다. 한정된 배에서 시본과 선언들은 과학과 미신 사이에서 갈등을 반복한다.

제한구역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영화 <씨 피버> 스틸컷

영화 <씨 피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배가 갑자기 무언가와 부딪히더니 선체는 이상하게 변해갔다. 녹색 빛의 끈적이는 액체, 선박에 붙은 존재는 배에 침입해 인간들을 위협한다. 이 상황이 무서운 것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이다. 때문에 누가 감염되었는지 몰라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한다.

감염된 선원은 갑자기 덥다고 하더니,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다가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더 이상 선원을 잃을 수 없던 선장 프레야(코니 닐슨)는 우선 가까운 육지로 가 병원에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낀 시본은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선원들의 자가 격리가 우선이라는 말로 프레야와 대립각을 세운다.

개인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의 감염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한시라도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선원들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영화 <씨 피버> 스틸컷

영화 <씨 피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씨 피버>는 원인 모를 질병 앞에서 끈질기게 사투를 벌이는 과학자의 이야기로 색다른 흥미를 안겨 준다.

질병을 파헤치다가 부주의로 전염되고 희생되는 캐릭터는 많았다. 혹은 영웅적인 힘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캐릭터는 해양 재난 영화에 익숙한 설정이다.

하지만 시본 역을 맡은 헤르미온느 콜필드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침착한 분위기를 만드는 여성 캐릭터다. 소반에는 소극적이었으나 정체불명 생명체를 직접 본 후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하나둘씩 선원들이 감염되어 사망하자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기지를 발휘한다.

과학자의 고군분투가 담고 있는 것

영화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개인들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본은 괴생명체의 행동을 분석하여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다. 전공 분야인 동물 행동 패턴 지식을 총동원해 전염병의 원인과 전염 과정, 특성과 잠복기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미지의 생명체는 신발 밑창에 점액의 형태로 붙어 사방으로 옮겨 다니는가 하면 상처에 침투해 적자생존 형태로 자가 번식했다. 인간의 몸에 기생해 알을 낳고 그 숙주인 인간은 36시간 이내에 사망함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영화 <씨 피버> 스틸컷

영화 <씨 피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결론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코로나19는 끝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염병은 잠잠해질 만하면 또다시 되돌아온다. 때문에 전염병의 시작과 매개체, 피해자도 사람이나 결국 해결하는 것도 사람임을 분명히 말해준다.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수많은 희생양과 함께 과학, 정책, 국가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에서 신속한 대처와 차단, 방역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금 시국과 사뭇 비슷하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때문에 벌어지는 참극과 시의적절한 공포심은 긴장감을 유발하며 지속된다. 전염병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씨 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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