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이미지.

영화 <라스트 풀 메저> 포스터 ⓒ 씨네쿼넌 픽쳐스


아무도 32년 전 벌어진 참극의 진실을 모른다. 아니 굳이 밝히지 않으려 한다. 시간은 너무 흘러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늙었거나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그 일 이후 승승장구했다. 냉전의 산물인 베트남 전쟁 또한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다.

냉전 시대의 산물인 베트남 전쟁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다. 정치적 이권과 이념 유지를 위한 애국 강조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전쟁의 주체인 미국과 여러 참전국이 벌인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는 움직임 또한 계속 되고 있다. 양심 있는 역사가와 반전 활동가, 시민들의 힘 덕분일 것이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라스트 풀 메저>는 어쩌면 이런 흐름에서 조금은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위기에 몰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 바친 한 사병의 용기를 다루고 있는데 자칫 장르 영화로 소모되거나 전쟁 당사자인 미국의 국수주의를 미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특정 사건 사고를 극화하며 장르적 특징을 강화하기 보단 윌리엄 피첸파거라는 인물의 희생과 가려진 진실을 규명하는 사람들에 집중했다. 전쟁 미화의 비판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갈 수 있는 지점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가의 명령을 목숨 바쳐 이행하려 한 군인들과 30여 년이 지나 이들 중 일부가 국가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그들의 한을 참전용사와 한 변호사가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링컨 대통령의 연설 일부에서 따온 '마지막 헌신'(라스트 풀 메저)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영화가 강조하려 한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국가에 대한 헌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 말미 윌리엄 피첸파거가 헌신한 대상은 국가보단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며,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초반부엔 출세 지향적인 변호사 스콧(세바스찬 스탠)이 참전용사들을 만나며 변화를 겪는 과정과 베트남 전쟁 당시를 교차 편집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이후엔 참전용사들과 의기투합해 윌리엄 피첸바거의 명예를 찾아주는 식으로 이어진다. 
 
 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이미지.

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이미지. ⓒ 씨네쿼넌 픽쳐스

  
 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이미지.

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이미지. ⓒ 씨네쿼넌 픽쳐스

 
작품 자체가 영화적 재미를 주거나 장르적 쾌감을 노리지 않고 절제했기에 이런 부분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다만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져 역을 맡으며 대중에 친숙한 크리스 스탠과 관록의 사무엘 L. 잭슨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했기에 크게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영화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한편으론 우리나라 상황도 떠오른다. 정치 이념과 일부 이익 집단의 목소리에 가려진 한국전쟁 참전용사, 그리고 청년 세대들의 현실은 어떤지 말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태어난 스콧이 참전용사들을 만나며 느끼는 어떤 깨달음, 그리고 스콧에게 마냥 윽박지르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참전용사들의 모습은 세대 간 어떤 화합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한줄평: 세대 갈등 극복은 이렇게
평점: ★★★☆(3.5/5)

 
영화 <라스트 풀 메저> 관련 정보

감독: 토드 로빈슨
출연: 세바스찬 스탠, 사무엘 L. 잭슨, 크리스토퍼 풀러머, 에드 헤리스, 피터 폰다 등
수입: 씨네쿼넌 픽쳐스
배급: 삼백상회
러닝타임: 116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5월 20일
 
라스트 풀 메저 베트남 어벤져스 반전 참전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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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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