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쩌다 아스널> 포스터

영화 <어쩌다 아스널>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12살 소년 테오(말룸 파킨 분)는 학교 축구팀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에이스다. 이혼과 실직 후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빠 로랑(프랑소아 다미앙 분)은 아들 테오의 축구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문제는 술에 취한 아빠가 경기를 보다가 자주 다른 사람들과 싸움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학교 축구 경기에 영국 프리미어 리그 아스널의 스카우터가 찾아온다. 그러나 경기를 지켜본 스카우터는 테오가 키가 작아 유소년팀에 뽑을 수 없음을 알린다. 꿈에 부푼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테오는 아스널 유소년팀에 뽑혔다고 거짓말을 한다. 테오의 소문을 접한 마을 전체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아빠는 아들과 함께 영국에 가기 위해 술을 끊고 일자리를 잡는 등 달라지고자 노력한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아빠와 마을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 12살 소년의 거짓말을 소재로 한 영화 <어쩌다 아스널>은 2016년 발간한 스페인의 만화 <드림 팀>을 원작으로 한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무대가 바뀌면서 인물의 배경과 전개에 각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희망을 밑거름 삼아 성장을 그리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영화의 메가폰은 <오르페브르 36번가>(2004), <라르고 윈치>(2008), <끌로 끌로>(2012), <줄루 범죄도시>(2013) 등 각본을 작업하고 2015년 <로살루 블룸>으로 감독에 데뷔하여 제 54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Rellumes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줄리앙 라페노가 맡았다.

줄리앙 라페노 감독은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학교 축구팀은 아이들과 부모, 스태프들, 나아가 마을 전체가 유대 관계를 맺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어쩌다 아스널>을 통해 아빠와 아들, 그리고 이들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어쩌다 아스널>의 극을 이끄는 힘은 '거짓말'에서 나온다. 거짓말은 그 자체로 재미를 만든다. 아빠의 희망을 꺾기 싫었던 생각, 아빠의 나아진 모습을 바랐던 바람으로 시작한 테오의 거짓말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가기 때문이다.

테오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스널의 이메일을 해킹해 가짜 계약서와 선물을 보내고 급기야 대역을 동원하여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거짓말이 빚는 소동극은 웃음을 전한다. 이런 전개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 보단 어린이 영화에 어울리는 눈높이와 상상력에 맞춰져 있다.

테오의 착한 마음에서 비롯된 거짓말은 아빠 로랑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실직과 이혼 후에 술독에 빠져 싸움질만 일삼던 로랑은 "아빠랑 영국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소원을 듣고 술을 끊고 새 직장을 구한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듣는 알파벳 노래처럼 로랑은 한 걸음씩 변화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테오가 저지른 선의의 거짓말에 설득력을 부여하여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끔 했다. 축구팀의 클로드(앙드레 뒤솔리에 분) 감독은 축구 선수 에릭 칸토나의 명언 "인생은 괴롭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공을 패스하며 저 높은 곳의 태양이 모두를 비춰주길 기도하는 것뿐"을 빌려 테오는 아빠의 빛이 돼주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다. '아스널'은 아들 테오가 축구 선수로 꾸는 꿈인 동시에 아빠 로랑이 진흙탕과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인 셈이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어쩌다 아스널>은 테오의 거짓말이 일으킨 긍정과 희망의 나비효과를 가족을 넘어 마을 전체로 확산시킨다는 전개에서 눈길을 끈다. 테오가 사는 마을은 공장이 폐쇄되어 실직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스널에 입단했다는 테오의 소식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던 주위 사람들, 그리고 희망을 잃었던 마을 전체에 잔잔한 변화를 일으킨다.

<어쩌다 아스널>의 프랑스 원제는 '개미'를 뜻하는 <후루미(Fourmi)>다. 극 중에서 '개미'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테오의 작은 신장을 빗댄 별명이다. 개미는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아빠 로랑은 우화 속 '개미'를 들려준다. 홍수가 나면 개미들이 똘똘 뭉쳐서 뗏목을 만들어 이겨냈다는 로랑의 이야기 속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냉소를 딛고 미래로 전진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 같이 도우며 함께 살아가자는 연대의 메시지도 깃들었다. 그렇게 절망을 뜻하던 '개미'는 희망을 상징하는 '개미'가 된다.
어쩌다 아스널 줄리앙 라페노 프랑소아 다미앙 말룸 파킨 다에티샤 도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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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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