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라오페라단 '푸푸 아일랜드'에서 둘카마라(오른쪽 바리톤 장성일)가 네모리노(왼쪽 김지민)에게 사랑의 묘약을 주는 장면.

라벨라오페라단 '푸푸 아일랜드'에서 둘카마라(오른쪽 바리톤 장성일)가 네모리노(왼쪽 김지민)에게 사랑의 묘약을 주는 장면. ⓒ 문성식 기자

 
어린 아이들에게 '똥'이란 무엇일까? 신생아에게는 건강상태의 척도이고, 유아기에는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극복의 과제이자 성취감의 상징이다.아동기에는 자신에게서 나온 잉여물에 대한 조롱과 왠지모를 애정을 섞은 단어이다.

위 이유들에 더해 '똥'은 발음이 쉬워서 '아빠, 엄마'라는 말과 함께 유아 때 거의 처음 배우는 말 중에 하나다. 아동기때까지 종종 아이들에게 알쏭달쏭한 상황이 닥쳤을 때 혹은 그 상황을 극복하고자 쓰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최초로 키즈오페라 <푸푸 아일랜드>(원작 '사랑의 묘약', 예술총감독 이강호)를 2년여에 걸쳐 기획, 제작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매일 오전 11시, 오후2시 2회 공연으로 무대가 펼쳐진다. 

우리가족 다섯명, 그러니까 엄마인 나와 애들아빠,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어린이집 다니는 6세까지 <푸푸 아일랜드>를 개막일인 5월 6일 관람했다.
 
 '푸푸 아일랜드'의 개막 하루전인 5월 5일 어린이날, 예술의전당 분수대 앞에서 관객과 함께 신나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둘카마라 바리톤 양석진, 아디나 소프라노 한은혜, 네모리노 테너 원유대.

'푸푸 아일랜드'의 개막 하루전인 5월 5일 어린이날, 예술의전당 분수대 앞에서 관객과 함께 신나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둘카마라 바리톤 양석진, 아디나 소프라노 한은혜, 네모리노 테너 원유대. ⓒ 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는 너무 어렵지 않아요?"라고 물으신다면 우리집 천방지축 삼형제가 잘 관람했다고 답하겠다. 작가 공가희가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라는 선율로도 유명한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우리말 대본으로 옮겼다. 작곡가 서순정이 오폐라 원곡을 살리면서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로 작편곡을 했고 팝페라, 정통 오페라까지 아우르는 연출가 안주은이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지개 섬 푸푸아일랜드를 다채로운 색과 풍선으로 꾸민 무대가 아이들의 동심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유니콘 푸푸, 푸피와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신나고 경쾌한 푸푸송을 부르면서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나 어릴 적 TV유치원인 '뽀뽀뽀'의 뽀미언니처럼 주인공 아디나가 주변 친구들에게 이번 공연의 원작인 <사랑의 묘약>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오페라 속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해 네모리노는 속상하고, 이를 알아챈 마법사 둘카마라가 흥미로운 '똥 쏭'을 부르며 등장한다. 그가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팔고서, "사실은 포도주지, 이 바보"라며 노래할 땐 우리 집 삼형제도 이를 알아챘는지 키득키득거리며 웃었다. 
 
 아디나(소프라노 김효주)가 유니콘들(앙상블-김율하 김현정 박완 박정민 박주용 윤희선)에게 사랑의 묘약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디나(소프라노 김효주)가 유니콘들(앙상블-김율하 김현정 박완 박정민 박주용 윤희선)에게 사랑의 묘약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 문성식


이날 제일 놀라웠던 것은 우리집 여섯살 막내의 반응인데, 처음 부분 네모리노의 노래에서 슬픈 느낌이 났는지 갑자기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느꼈다. 이 아이가 지금 비로소 오페라를 보고 있구나! 공연을 현장에서 직접보고 처음으로 뭔지 모를 큰 에너지를 느낀 것이다. 내가 속삭이면서 "울었어? 슬펐구나!"라고 물어보니 안 울었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아이가 경험한 에너지는 공연 후반부에 금세 나타났다. 사랑의 묘약 내용이 끝나고 아디나가 관객어린이들에게 푸푸 아일랜드로 가는 마법의 주문을 아는 친구 손 들어보라고 할 때, 수줍음 많은 우리집 막내가 갑자기 번쩍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공연 후 집에 와서도 가져온 팜플렛에 색칠공부를 하고 '똥쏭'(아차차~푸푸송)도 종종 흥얼거린다. 공연 단 한시간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그렇게 오페라와 만난 것이다. 요사이 집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 걱정하던 차에 만난 좋은 찬스였다. 공연을 잘 볼까 걱정했던 나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공연을 받아들이고 흡수했다. 스펀지처럼 무엇이든 빨아들이며 쑥쑥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문화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달았다.
 
 '푸푸 아일랜드'를 지키는 마스코트 유니콘 푸푸, 푸포와 함께 아이셋과 인증샷 찰칵!!

'푸푸 아일랜드'를 지키는 마스코트 유니콘 푸푸, 푸포와 함께 아이셋과 인증샷 찰칵!! ⓒ 박순영

 
코로나 19 상황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멈추는 건 아니다. 삶은 계속되고 예술은 계속된다. 코로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택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하루를 제공해야 할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하게 태어난 <푸푸 아일랜드>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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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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