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포스터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포스터 ⓒ 조이앤시네마


가정과 직장에서 무시당하는 중년 남자 이누야시키 이치로(키니시 노리타케 분). 설상가상으로 말기암 선고란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한 그는 좌절을 느끼던 중 공원에 갔다가 고교생 시시가미 히로(사토 타케루 분)와 함께 괴 비행체의 추락 사고에 휘말리고 만다.

깨어나니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기계 몸으로 변한 두 사람. 이누야시키는 기계 몸의 치유 능력을 이용하여 중병에 걸린 사람들을 돕는다. 반면에 어머니를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버지에게 분노를 갖고 있던 히로는 기계 몸의 파괴 능력에 관심을 갖는다. 히로의 무차별적인 살인 행각을 접한 이누야시키는 그를 막을 방법은 같은 무기, 같은 기능, 같은 파괴력의 기계 몸을 가진 자신뿐임을 깨닫게 된다.

일본은 자국의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실사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 2019년 일본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보면 <날씨의 아이>(1위),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4위), <극장판 원피스 스탬피드>(9위),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10위) 등 4편이 10위권에 올랐다. <킹덤>(8위)은 실사화 작품 중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의 한 장면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사토 신스케 감독은 만화, 애니메이션을 훌륭하게 실사 영화로 옮기는 연출자로 정평이 났다. 그가 연출한 <간츠>(2011), <간츠-퍼펙트 앤서>(2011), <도서관 전쟁>(2013), <아이 엠 어 히어로>(2015), <데스노트: 더 뉴 월드>(2018), <블리치>(2018), <킹덤>(2019)은 만화의 세계관을 잘 살리면서 독창적인 감각, 화려한 액션, 치밀한 극 구성을 덧붙여 영화의 고유함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흥행 성적도 좋다.

사토 신스케 감독이 원작 만화를 영화화할 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만화를 읽지 않은 관객들도 영화 그 자체로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부분은 굉장히 많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를 실사 영화로 찍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의 미디어를 목표로 해야 한다. 실사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매력, 놀라운 차원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영화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은 <간츠>로 유명한 오쿠 히로야 작가가 코단샤의 만화 잡지 <이브닝>에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연재한 <이누야시키>를 원작으로 삼았다. 원작의 흥미로운 지점들은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들었다.

첫 번째, "평범한 사람에게 갑자기 엄청난 힘이 부여된다면?"이란 슈퍼히어로 장르의 오랜 질문을 이누야시키, 히로 두 사람에게 던진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을 통해 히어로와 빌런의 경계, 바꾸어 말하면 선과 악의 경계를 탐구한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초능력을 갖게 되는 상항을 그린 영화 <크로니클>(2012)의 영향을 받았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누야시키와 히로는 기계 몸이 지닌 비범한 능력에 깨닫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누야시키는 초월적인 능력을 개인의 복수나 이익 추구가 아닌, 약자를 돕거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한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히로는 다르다. 강력한 힘의 어두운 면에 점차 눈을 뜨는 히로는 자신을 옭아매는 도덕의 굴레를 벗어나 세상 사람들을 심판하고자 나선다. 전지전능한 힘을 사용하여 세상에 군림하려는 히로는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와 닮았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은 <데스노트>를 슈퍼히어로 장르로 옮긴 작품처럼 느껴진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늙고 병든 중년 남성이란 사실이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의 첫 장면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소외당하는 이누야시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 직장,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중년 남성 주인공은 극심한 고령화를 겪는 일본의 현실을 반영한 듯 보인다. 청년 히로와의 대결 구도는 가치관의 충돌, 또는 세대 간의 갈등을 은유하는 구석도 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의 기술적인 면도 눈길을 끈다. 기계 몸의 구현과 액션 시퀀스의 CG는 예산의 차이로 인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엔 못 미치지만, 일본 상업 영화로선 인상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제작진은 일종의 스캐너로 인간의 데이터를 360도로 캡쳐할 수 있는 '라이트 스테이지'를 활용하여 영화 속 인물들의 기계 몸을 구현했다.

<맨 오브 스틸>(2013)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는 후반부의 신주쿠 거리 공중전은 실제 신주쿠 거리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충실히 재현했다. 현실의 신주쿠와 CG로 만든 신주쿠를 조율하는 부분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자유자재로 나는 히로와 비행 능력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히로의 차이 등 현실감 있는 표현을 위해 많이 고민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와 다른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영화 속 빌런엔 <데스노트>와 <크로니클>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슈퍼히어로로 기계 몸을 갖고 싸우는 중년 남성 이누야시키의 영향을 준 작품은 뭐가 있을까?

일본 영화의 걸작인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1989)과 구로사와 아키라의 <살다>(1952)가 떠오른다. 기계 몸의 공포를 다루었던 <철남>의 괴기함과 죽어가는 남자가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살다>의 따뜻함이 이누야시키의 육체와 정신에 엿보이기 때문이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가정, 학교, 직장, 인터넷, 언론 등 현실의 문제를 담은 독특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철남>, 또는 21세기의 <살다>를 만들었다. 그는 다시금 독창성과 신선함을 갖춘 실사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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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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