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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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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겨울부터 봄으로 이어진 1차 유행은 끝나지 않았나? 다가올 가을과 겨울이 걱정이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의 말이다.

그는 2015년 서울시 보건기획관으로 재직 중 메르스대책본부 병원대책반장을 맡았다가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보건의료전문가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10일부터는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에 기용돼 서울시·구 집단감염신속대응단을 이끌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펴낸 서울시의 '메르스 백서'에서 그는 인구 1000만 명이 밀집한 서울의 방역은 물론이고, 공공의료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발병 100일을 즈음해 <오마이뉴스>가 김창보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2명으로 막은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의 경험이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늦장 대응이 아니라 신속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은, 이제는 김염병 사태를 맞는 공직사회의 기본 상식이 됐다.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환자 규모를 초기부터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환자 수가 적으니 의료 인력의 부담이 크게 줄었고, 궁극적으로 사망률도 낮출 수 있었다.

여기에다 서울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다른 시·도에 비해 비교적 잘 갖춰진 점을 들 수 있다. 서울의 시립병원들은 최대 667개의 병상을 준비해놓았다. 지난 3월 24일 최대 227명이 입원했을 때도 병상 400개의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이 노인이니 기저질환자 등 중증환자들을 전담 치료해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 5명 가운데 4명이 서울의 공공의료(시립병원)를 이용했다. 이른바 '빅4' 대형병원 입원자는 전부 합쳐서 20명이 안 됐는데, 모종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고 봐야 하나.
"시립병원들은 설립 목적 자체가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일반환자 진료보다 이쪽에 더 집중한다. 그러나 빅4 병원은 암이나 장기이식 등 중증환자들을 많이 돌봐야 한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작용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최대 80명까지는 받을 수 있으니, 환자가 나오면 우선 서울의료원으로 보내라'고 했다. 2월 23일 코로나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된 후에는 서울의료원과 서남병원을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해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413개의 병상을 확보했다."
 
▲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바라본 공공의료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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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서울시·구 집단감염신속대응단 단장을 맡았다. 뭘 하는 곳인가.
"원래 서울시의 역할은 치료 인력을 지원하는 것인데, 집단발병으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사건이 터지면 시에서 출동했다. 은평성모병원(확진자 14명), 서울재활병원(1명), 구로콜센터(98명), 구로구 만민중앙교회(41명) 등 4번 출동했다.

병원 직원이나 간병인의 발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서울재활병원은 362명을 검사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구로콜센터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오가는 공간이라 무시무시했다.

역삼동 유흥업소는 처음부터 그 업소를 관리하던 구청·시청 직원, 민생사법경찰단을 보냈다. 이런 일이 터졌다고 유흥업소에서 고객 정보를 순순히 줄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센 사람들'이 간 거다. 다행스럽게도 예상보다 덜 나왔는데, 아무래도 가벼운 증상은 그냥 넘어간 젊은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유증상자들에 대한 격리조치 및 모니터링 등등의 작업이 첫 환자 발생 3일 안에 다 끝나야 지역사회 확산이 안 된다."

- 우리보다 의료인프라가 낫다는 선진국들이 코로나19에 맥없이 무너졌는데.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방어한 홍콩에 사스 트라우마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엔 메르스 트라우마가 있었다. 신속히 대응해서 격리하고 차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유럽의 경우 공공의료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해 방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메르스 초기 방역에 방심했던 대가를 치렀는데, 미국과 유럽 모두 비슷한 생각하다가 확산을 막을 타이밍을 놓쳤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시청 보건기획관 시절인 2015년 6월 12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시청 보건기획관 시절인 2015년 6월 12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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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방역은 잘 됐지만, 이것이 우리의 실력은 아니라는 얘기도 많은데.
"대구에서와 같은 일이 서울에서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223만 명이 사는 도시에 3주 동안 570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월 29일 하루에만 74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숫자가 갑자기 폭증하니 중환자가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구는 매우 특별한 사례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만약 대구의 신천지 교도(31번) 같은 '다수 확진자'를 놓쳤다면 인구 비례로는 시민 2만 명이 병에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을 거다. 이 정도 숫자라면 우리도 감당이 안 된다. 환자 1만 명이 넘어도 서울의 공공의료가 버티기 힘들다. 그런 상황이 되면 민간병원까지 동원해야 할 거다.

공공의료가 이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다. 공공의료 역할은 민관이 힘을 합치기 전까지 초기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서울에선 병이 의심스러운 사람 누구든 가까운 선별진료소 갈 수 있을 정도로 경계망이 굉장히 발달했지만, 대구에는 대구의료원 하나만 있었으니 공공의료 인프라가 더 갖춰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1000명당 의사(2.3명)와 의대 졸업생(7.6명) 수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의사 수 3.4명, 졸업생 수 12.6명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외래진료 건수(16.6건)는 OECD 평균(7.1건)의 2배 이상이다. 돌봐야 할 고령층은 늘어나는데, 의사는 적다는 얘기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전국에 국립의과대가 10개 있는데, 2500만 명이 사는 수도권에 서울대 1곳 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시립대에 의과를 만들려고 하는 거다. 서울엔 사립대 의대들이 많지 않냐고 하지만, 그런 학교들은 임상 중심 교육을 하지, 도시보건전문가를 양성하진 않는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법안도 2018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가 중단됐는데, '2020년 총선용 아니냐'는 야당의 반대가 있었다."

- 보라매병원 부지에 짓겠다던 감염병전문병원(안심호흡기센터) 설립은 어떻게 돼가나.
"보라매병원 옆에 잘 이용하지 않는 예비군훈련 교육장이 있는데, 동작구 소유다. 서울시와 동작구 사이에 협상이 필요한 부분인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진전되고 있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는 “공공의료가 코로나19 사태의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지만 공공의료 역할은 민관이 힘을 합치기 전까지 초기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는 “공공의료가 코로나19 사태의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지만 공공의료 역할은 민관이 힘을 합치기 전까지 초기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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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창보, #코로나19,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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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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