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4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방송현장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 증언대회’ 현장의 모습. 이날 현장에는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씨와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그리고 방송계 증언은 김기영 독립 PD, 한혜원 MBC CG자막 프리랜서, 익명을 요구한 방송작가 최아무개씨와 드라마 스태프 이아무개씨가 참석했다.

‘방송현장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 증언대회’ 현장의 모습. 이날 현장에는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씨와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그리고 방송계 증언은 김기영 독립 PD, 한 지역 방송국 CG자막 담당 스태프 A씨, 익명을 요구한 방송작가 최아무개씨와 드라마 스태프 이아무개씨가 참석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CJB 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프리랜서 PD로 일한 이재학 PD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3개월여가 흘렀다. 그 사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방송계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하나 둘 용기를 갖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9일 서울 마포구 문화복합공간 플루토에서 'CJB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방송현장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씨와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김기영 독립 PD, 한 지역 방송국 CG자막 스태프 A씨, 익명을 요구한 방송작가 최아무개씨, 드라마 스태프 이아무개씨 등이 사례 발표와 증언을 위해 참석했다.
        
이대로씨는 증언대회 시작에 앞서 "형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3달이 되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상식적인 상황이 없어지고 저희 형 이재학 PD의 명예 회복뿐 아니라 저희 형과 같이 프리랜서 PD로 일하는 동료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방송 스태프들은 "고 이재학 PD와 같은 억울한 상황은 아주 평범한 일상"이라고 말했다.

20년차 방송작가 최아무개씨는 "고 이재학 PD 소식을 들었을 땐 '이건 나의 일이다'라고 생각했다"라며 "방송계 비정규직인 저희 모두가 이재학 PD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2의 고 이재학 PD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한민국 방송국 곳곳에 이재학 PD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스태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라며 "방송계 모든 스태프들은 이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14년차인 김기영 독립 PD는 "프리랜서 PD가 다치면 산재처리도 안 된다. 보상은커녕 다친 몸으로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열악한 환경이 오래 지속된 탓에 대다수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방송계를 떠났다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직업이 방송계 프리랜서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지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증언대에 선 이유를 밝혔다.
 
한 지역 방송국에서 자막CG 스태프로 일하는 A씨는 "자막 CG 담당으로 10년을 일하면서 바뀐 자막 장비만 해도 6개다. 숙련도는 갈수록 높아졌지만 내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다"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내 일을 하고 있지만 통장의 잔액만 보면 서글프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방송현장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 증언대회’ 현장의 모습. 이날 현장에는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씨와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그리고 방송계 증언은 김기영 독립 PD, 한혜원 MBC CG자막 프리랜서, 익명을 요구한 방송작가 최아무개씨와 드라마 스태프 이아무개씨가 참석했다.

‘방송현장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 증언대회’ 현장의 모습. 이날 현장에는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씨와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그리고 방송계 증언은 김기영 독립 PD, 한 지역 방송국 CG자막 담당 스태프 A씨, 익명을 요구한 방송작가 최아무개씨와 드라마 스태프 이아무개씨가 참석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이 자리에는 2018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 등을 고발한 김도희 전 TJB 아나운서와 지난해 2월 인권위원회에 대전MBC가 여성임을 이유로 고용 조건 등에서 차별을 하고 있다며 진정서를 낸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영상 증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 김도희 전 TJB 아나운서는 "6년간 회사에서 공로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회의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어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라며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회사의 입장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유지은 아나운서도 "회사 접대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의 지시를 따랐다. 하루에 3~4개 고정 프로그램을 하는 등 계약직 아나운서의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아 일을 해왔지만 급여만은 달랐다"라며 "입사 방식과 전형마저 하나도 다른 게 없었지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만 주급으로 계산하더라"라고 밝혔다.
 
남성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채용문화에 대해 유 아나운서는 "1990년대 이후 20여 명 넘는 아나운서들이 채용되었는데 오직 남자들만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라며 "동일한 채용시험을 보는데 남자는 정규직, 여성은 계약직이었다. 회사는 정규직 채용으로 정년 보장은 못 하겠고, 2년마다 계약직 형태로 자주 바뀌는 것은 싫다 보니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기이한 형태로 채용하기에 이르렀다"라고 비판했다.
 
김기영 독립 PD는 "프리랜서는 원래 말 그대로라면 겸직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필요한 경우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라며 "한 프로그램에만 올인해야 하는 것이 보통의 방송계 프리랜서의 삶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작가 최아무개씨도 "일부는 프리랜서로 겸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라며 "방송사 현실에 기반을 두고 보면 경쟁사의 일을 겸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한편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창의융합교양학부 교수는 "현장 근로자보다 더 열악하고 어려운 노동 조건에서 기본적인 보호나 제도적 장치도 없이 젊은 청년들이 방송업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라며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등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하루빨리 이러한 조건들이 개선되어야만 방송계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학 아나운서 피디 비정규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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