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스파이> 포스터

영화 <마이 스파이> 포스터 ⓒ (주)이수C&E


뭐든지 파괴하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CIA 요원 JJ(데이브 바티스타 분). 그는 핵무기 밀매 집단의 정보를 캐내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조직원을 모조리 죽이는 바람에 작전은 실패로 끝난다. 화가 난 CIA 보스 킴(켄 정 분)는 JJ에게 조직에 침투하는 스파이가 아닌, 불법 핵무기 거래 조직 보스의 가족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긴다.

뛰어난 해킹 실력은 있지만, 현장 경험은 없는 바비(크리스틴 스칼 분)와 감시 임무에 투입된 JJ. 두 사람은 감시를 위한 카메라와 도청 장비를 설치했다가 그만 감시 대상인 9살 소녀 소피(클로에 콜맨 분)에게 들키는 대형 사고를 저지른다. 이 사실이 알려져 경력이 끝장날 것을 우려한 JJ는 자신에게 협력하라는 소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 (주)이수C&E


과거 미국 프로레슬링의 몇몇 유명 선수가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으나 성적표는 안 좋았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상징과도 같은 헐크 호건이 주연을 맡은 영화 <죽느냐 사느냐>(1989), <우주에서 온 사나이>(1991), <헐크 호건의 썬더볼트>(1994)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21차례 챔피언을 지낸 전설 로디 파이퍼는 <화성인 지구 정복>(1988)로 주목을 받았으나, 할리우드 A급 스타에 오르진 못했다.

요즘의 상황은 다르다. 링네임 '더 락'으로 알려진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쥬만지> 시리즈, <샌 안드레아스>(2015), <스카이스크래퍼>(2018) 등 잇따른 흥행작을 내놓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영화 출연 수입을 자랑하는 스타로 올라섰다.

B급 액션물로 시작한 존 시나는 어느새 초대형 블록버스터 <범블비>(2018),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텀>(2021)에 이름을 올리는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프로레슬링 출신 스타가 있다. 바로 WWE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데이브 바티스타다.

데이브 바티스타가 주연한 영화 <마이 스파이>는 스파이 JJ가 남다른 능력치의 감시 대상 소피를 만나면서 임무가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상황을 담은 코믹 스파이물이다. 연출은 <성질 죽이기>(2003), <첫 키스만 50번째>(2004), <롱기스트 야드>(2005) 등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피터 시걸 감독이 맡았다.

<겟 스마트>(2008)에서 황당한 비밀 요원을 소재로 삼은 바 있는 피터 시걸 감독이 다시금 코믹 스파이물에 이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여러 각본을 봤는데 흔한 팝콘 무비였다. 하지만, <마이 스파이>는 달랐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놀랄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초대형 액션 영화에선 상상하지 못하는 코미디부터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담았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한다.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 (주)이수C&E


거대한 근육질 남성과 어린 아이의 좌충우돌 대립 상황은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다룬 단골 메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1), 빈 디젤의 <패시파이어>(2005), 드웨인 존슨의 <미스터 이빨 요정>(2010) 등이 유명하다. 존 시나는 <플레잉 위드 파이어>(2019)를 선보였다.

<마이 스파이>는 귀여운 아이(들), 낯선 환경에 놓인 근육남, 약간의 로맨스, 가족 영화의 훈훈함 등 앞선 작품들과 전개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새로움은 덜하다. 영화를 살려주는 힘은 케미스트리에 있다. 영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캐릭터의 구도를 JJ와 소피, JJ와 바비 두 개로 만들었다.

JJ는 마음을 여는 데 서툴다. 그런 그가 자신과 다른 소피와 그녀의 엄마를 만나며 가족을 이루는 꿈을 꾸게 된다. 바비는 JJ로부터 당당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JJ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한 단계 성장한다. 데이브 바티스타는 "이번 작품은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두 사람의 케미가 잘 드러난다. 관객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미를 주는 또 다른 요소는 다양한 영화의 인용이다. <마이 스파이>는 <아이언맨 2>(2010)에서 미키 루크가 연기한 러시아 억양을 비롯하여 <노팅 힐>(1999),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 <슈렉 2>(2004), <미션 임파서블>(1996) 등 여러 영화에서 가져온 대사, 상황, 배우를 활용한 메타유머로 가득하다.

의외의 장면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를테면 JJ가 작전을 수행하며 이런저런 음악을 틀다가 고른 의외의 노래가 그렇다. 마치 <레옹>(1995)처럼 소피를 스파이로 훈련시켜주는 장면도 재미있다. 데이브 바티스타의 현란한 댄스 실력(실제로 그는 브레이크 댄서 출신이라고 한다)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영화 <마이 스파이>의 한 장면 ⓒ (주)이수C&E


<마이 스파이>는 그간 피터 시걸 감독이 만들었던 코미디 영화들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코믹 스파이물의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데이브 바티스타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드렉스로 주가를 올렸지만, < 007 스펙터 >(2015),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호텔 아르테미스>(2018) 등 굵직한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다지는 중이다.

데이브 바티스타가 드웨인 존슨의 뒤를 잇는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의 A급 배우가 될 것인가? 아직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데이브 바티스타가 드웨인 존슨의 걸었던 배우의 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마이 스파이>가 청신호란 사실이다.
마이 스파이 데이브 바티스타 클로에 콜맨 켄 정 크리스틴 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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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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