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한화 연습경기. 3회초 KT 선두타자 김민혁이 안타로 진루후 1루 견제를 받고 있다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한화 연습경기. 3회초 KT 선두타자 김민혁이 안타로 진루후 1루 견제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에 창단해 2013년부터 1군에 참가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신흥강호로 급부상했다. 반면에 2013년에 창단해 2015년부터 1군에 참가한 '제10구단' kt 위즈는 가을야구는커녕 1군 참가 후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2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비슷한 조건 속에 창단한 신생구단이었지만 NC와 kt가 받은 결과물은 천지차이였다.

그렇다고 kt 구단의 정성과 투자가 소홀했던 것도 아니다. 초대 감독으로 SK와이번스의 준우승(2003년)과 KIA타이거즈의 우승(2009년)을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을 선임했고 2대 감독으로는 2013년 두산 베어스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을 데려 왔다. FA시장에서도 박경수, 유한준, 황재균 등 각 포지션 별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kt는 1군 진입 후 4년 동안 최하위 세 번과 9위 한 번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kt가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작년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하며 6위로 성적이 뛰어 올랐다. 무엇보다 어수선하던 팀의 틀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1군 참가 5년 만에 첫 5할 승률을 달성한 kt의 다음 목표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바로 수원의 야구팬들에게 마법사들의 첫 가을야구를 선물하는 것이다.

[투수진] 창단 후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 구축, 필승조도 탄탄
 
 kt 위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kt 위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t는 2015년 12승을 따냈던 크리스 옥스프링(시드니 블루삭스 투수코치) 이후 3년 동안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미진했다. 따라서 작년 시즌 중남미 출신의 두 우완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의 대활약은 kt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쿠에바스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알칸타라는 작년 도합 356.2이닝을 던지며 24승을 합작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kt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쿠에바스를 100만 달러에 잡은 반면에 알칸타라와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빅리그 6년 경력을 가진 쿠바 출신의 베테랑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kt 구단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쿠바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스파이네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칸타라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 믿고 있다.

kt가 하위권에 허덕이던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넉넉한 토종 선발진에 있다. 평범한 유망주에서 작년 10승 투수로 거듭난 6년 차 우완 배제성은 올 시즌을 통해 kt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으려 한다. 3년 차 유망주 김민 역시 올 시즌을 통해 유망주 껍질을 벗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여기에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연일 호투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슈퍼루키' 소형준도 선배들과 자웅을 겨룰 준비를 마쳤다.

작년 8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5.88로 부진했던 이대은은 부상 복귀 후 마무리로 변신해 35경기에서 3승 무패17세이브2.6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을 이어 간다면 올 시즌에도 이대은에게 뒷문을 맡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여기에 작년 6승2패2세이브25홀드2.99를 기록했던 주권과 후반기에만 평균자책점 1.64를 찍었던 김재윤이 나선다면 kt는 그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는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심재민(사회복무요원)의 입대 이후 허전해진 왼손 투수 문제는 올해도 이강철 감독의 고민거리다. 김대유(LG 트윈스)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난 가운데 작년 8세이브11홀드를 기록하며 왼쪽 허리를 책임졌던 정성곤은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정성곤은 현재 상무 서류전형에 합격한 상태다). 따라서 투수에서 외야수, 그리고 다시 작년부터 투수로 돌아온 좌완 하준호의 활약이 매우 중요해졌다.

[타선] 이강철 감독의 '1루수 강백호 프로젝트'는 성공할까

루키 시즌이었던 2018년 29홈런84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고졸신인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강백호는 2년 차 시즌이었던 작년 홈런이 13개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작년 시즌 강백호가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290이었던 루키 시즌 타율이 작년 .336(리그 5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제 강백호는 그 어떤 투수도 쉽게 정면승부를 하지 못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강타자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KBO리그 4년 차를 맞는 로하스 역시 공인구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43개였던 홈런이 24개, 114개였던 타점과 득점이 각각 104개와 68개로 떨어졌지만 .305였던 타율은 오히려 .322로 상승했다. 작년 시즌 리그에서 .320 이상의 타율과 20홈런, 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타자는 오직 로하스 한 명 뿐이다. kt에게 4년 만에 황금장갑을 안겨 준 로하스는 작년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 팀 내 최고령 타자 유한준의 활약은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한준은 39세 시즌이었던 작년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17 14홈런86타점을 기록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유한준이 18억 원이 보장된 FA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유한준은 올 시즌에도 단순히 경험 많은 노장이나 '정신적 지주'가 아닌 kt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작년 시즌을 통해 kt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따낸 심우준은 안정된 수비와 함께 빠른 발의 장점을 극대화해 엘리트 유격수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각오다(지금은 평가가 역전됐지만 프로 입단 당시만 해도 심우준이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보다 지명순번이 더 높았다). 작년 131안타와 22도루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낸 김민혁 역시 풀타임 2년 차 시즌 공수에서 더 나은 활약이 기대된다.

kt는 강백호가 1루수로 변신할 경우 로하스, 김민혁과 함께 외야를 책임질 한 자리가 공석이다. 불혹의 유한준이 풀타임 외야수로 활약하는 게 힘든 현실에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외야수 후보가 바로 7년 차 배정대다. 배정대는 kt는 물론 리그에서도 많지 않은 우타 외야수인 데다가 수비에서는 일찌감치 그 실력을 인정 받았다. 따라서 배정대가 kt의 주전 중견수로 넓은 범위를 책임질 경우 로하스와 김민혁의 수비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키플레이어] 붙박이 선발도 필승조도 아닌, kt의 핵심 투수 김민수

kt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 후 3명의 특별 지명 기회에서 1순위(전체 11순위)로 성균관대의 우완 투수 김민수를 지명했다(당시 3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가 이대은 등장 전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재윤이다). 김민수는 대학시절 즉시전력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많은 유망주들이 그렇듯 제구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입단 후 2년 동안 1패1세이브1홀드6.03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선발과 중간, 마무리로 골고루 활약한 김민수는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민수는 5월 말 1군에 올라온 후 롱릴리프와 선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작년 시즌 8승5패2세이브1홀드4.96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2018년까지 프로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무명 투수가 kt 마운드에서 4번째로 많은 승수를 챙긴 주력 투수로 성장한 것이다.

김민수는 작년 시즌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41km에 불과했고 그렇다고 싱커나 커터, 스플리터, 포크볼 같은 특별한 주무기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도 아니다. kt의 토종 투수들 중에서는 배제성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따냈던 김민수가 상대적으로 팬들에게 돋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작년 시즌 김민수의 팀 공헌도는 그 어떤 투수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민수는 올 시즌에도 데스파이네-쿠에바스-배제성-김민-소형준으로 구성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했고 주권-김재윤-이대은이 주축이 될 필승조에서도 이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올 시즌 마운드 구상에서 김민수는 분명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김민수는 kt 마운드에서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큰 기복 없이 활약해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전천후 투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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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KT 위즈 강백호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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