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한 KIA 윌리엄스 감독이 앤서니 코치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27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한 KIA 윌리엄스 감독이 앤서니 코치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통산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이라는 찬란한 업적을 가진 KIA타이거즈는 그만큼 많은 레전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2019시즌을 마친 KIA가 새 시즌 감독 자리에 큰 고민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KIA팬들 사이에서는 타이거즈에 단 두 명뿐인 영구결번 선수인 이종범 코치(주니치 드래곤즈 2군 연수코치)가 새 감독으로 발탁될 거라는 그럴 듯한 루머도 있었다.

하지만 KIA의 선택은 이종범 코치가 아닌 맷 윌리엄스 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의 팀 동료로도 유명한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시절 378홈런1218타점을 기록했던 스타 출신이자 워싱턴을 이끌었던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히 스타 선수 출신으로 이름값만 높은 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충분히 검증된 지도자라는 뜻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워싱턴 시절 수비 포지셔닝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마크 위더마이어 코치를 수석코치로 선임했고 2015년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최희섭 코치도 불러들였다. KIA가 메이저리그의 스타 지도자 윌리엄스 감독을 데려온 것은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년 연속 하락한 팀 순위를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함이다. 과연 윌리엄스 감독은 자부심 높은 KIA구단과 타이거즈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투수진] '슈퍼 에이스' 양현종 보유, 외국인 투수 활약 관건
 
 KIA 타이거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KIA 타이거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양현종은 투수로서 각성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정규리그에서만 무려 1118.1이닝을 던지며 90승51패 평균자책점3.3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까지 KBO리그가 타고투저의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양현종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KIA, 그리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올 시즌에도 KIA의 확고부동한 1선발로 활약해 줄 거라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KIA는 새 외국인 투수로 윌리엄스 감독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코치로 부임하던 시절 인연이 있었던 애런 브룩스와 뉴욕 메츠 출신의 드류 가뇽을 영입했다. KIA의 외국인 투수들은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다른 구단과는 달리 2,3선발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물론 윌리엄스 감독은 브룩스와 가뇽 중에서 양현종의 든든한 파트너가 나타나주길 기대하고 있다.

매년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들의 뒤를 보좌할 4, 5선발 구성에 애를 먹는 KIA는 올 시즌 6년 차 우완 이민우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민우는 이미 스프링캠프와 자체 청백전, 연습경기를 거치면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안정된 제구력을 과시하며 윌리엄스 감독으로부터 4선발로 낙점 받았다. 만약 이민우가 현재의 좋은 컨디션으로 선발한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면 KIA는 우승을 차지한 2017년 이후 가장 안정된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작년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KIA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불펜에서 좋은 투수들을 대거 발굴했다는 점이다. 24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문경찬으로 비롯해 이닝은 적지만 에이스 양현종(2.29)보다 더 낮은 평균자책점(2.09)을 기록했던 잠수함 박준표, 작년 15홀드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우완 전상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작년 만큼의 구위와 성적을 유지하면 KIA는 한층 든든한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다.

KIA 불펜에는 함덕주(두산 베어스)나 오주원(키움 히어로즈) 같은 믿을 만한 좌완 투수가 부족하다. 따라서 두 좌완 스페셜리스트 임기준과 하준영의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임기준은 잔부상이 많은 편이고 프로 3년째를 맞는 하준영은 나이(1999년생)가 어린 만큼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기복이 있다. 하지만 KIA의 왼쪽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작년보다 더 나은 활약이 요구된다.

[타선] '부동의 4번타자' 최형우의 3번 배치는 성공할 수 있을까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KIA의 팀 타율은 무려 .302였다. 하지만 KIA는 2018년 .295를 거쳐 작년에는 팀 타율이 .264로 뚝 떨어졌다. 물론 공인구 변화로 인한 전반적인 리그의 공격력 하락이 결정적이었지만 나지완, 김선빈(2년 만에 타율이 .078나 하락했다) 등 핵심 타자들의 슬럼프도 있었다. 게다가 올 시즌 KIA 타선에는 이범호(GCL 필리스 코치,은퇴)와 안치홍(롯데 자이언츠,FA이적), 이명기(NC 다이노스,트레이드)가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오랜 기간 4번타자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최형우를 3번에 전진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최형우도 3번 타순에서 한 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 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작년에도 좌익수로 4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38세의 최형우가 수비에서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윌리엄스 감독의 '최형우 3번 배치' 작전은 나지완의 부활이라는 전제가 깔려야만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2016년 25홈런90타점, 2017년27홈런94타점, 2018년26홈런78타점을 기록하며 KIA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나지완은 작년 56경기에서 타율 .186 6홈런17타점으로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만약 나지완이 최소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KIA 중심타선 부활의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주전 중견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이창진이 스프링캠프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KIA의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야 할 중견수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KIA는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멀티 플레이어 최원준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호령이 각각 타격과 수비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재활군에 합류한 이창진과 함께 주전 중견수를 향한 세 선수의 치열한 경쟁은 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KIA의 라인업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확실한 주전이 없는 안방이다. 작년 시즌에는 기존의 주전포수 김민식이 주춤한 사이 한승택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한승택 역시 타격(타율 .223 3홈런27타점)에서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2015년 65경기에 출전해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백용환이 진갑용 배터리 코치를 비롯한 KIA 코칭스태프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키플레이어] 10년 만에 나타난 특급 마무리, '롱런'을 향해

타이거즈가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9년 평범한 잠수함 불펜 투수였던 유동훈(LG 재활코치)은 마무리로 활약하며 6승2패22세이브10홀드0.53이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적의 마무리'였던 유동훈은 2010년 14세이브2.85, 2011년7세이브3.94로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결국 2009년의 위력을 되찾지 못하고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유동훈의 기적'이 있었던 2009년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KIA는 작년 시즌 불펜에 또 한 명의 '깜짝스타'가 등장했다.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를 맡아 54경기에서 1승2패24세이브1.31의 성적을 거둔 우완 문경찬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문경찬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1승6패6.40의 성적 밖에 올리지 못했던 무명 투수였기에 그 충격(?)은 유동훈 이상이었다.

하지만 2009년의 유동훈과 작년의 문경찬은 팀 성적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동훈이 '몬스터 시즌'을 보낸 2009년 KIA가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반면에 문경찬이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도약한 작년 시즌 KIA는 .437의 승률로 7위에 머물렀다. KIA에게 2019년은 11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이 중도 사퇴하는 등 좋은 일보다는 악재가 더 많은 시즌이었다.

따라서 문경찬에게 초반부터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할 올 시즌은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도 잡아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미션이 생겼다. 팀 성적에 따라 마무리 투수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작년 초보마무리로 돌풍을 일으켰던 하재훈(SK 와이번스)과 고우석(LG), 문경찬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따라서 문경찬에게 2020 시즌은 엘리트 마무리 대열에 합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시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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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KIA 타이거즈 양현종 문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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