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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겨울보다 먼저
봄이 온다

실직한 가장의 폐광 같은 공장 앞에도
눈물의 점포정리 비정규직철폐 일자리구함 철거반대…
호소체로 쓴 구호가 빽빽한 담벼락 아래도
꽃의 희망이 사라진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민들레 노란 깃발을 들고
봄이 온다

짓밟힌 민들레 깃발을 들고 오듯이
실직한 가장의 처진 어깨에도
부도난 사장님의 먹장 가슴에도
두근두근 봄이 오면 좋겠네
찡한 눈물 그렁그렁 달고 오면
더욱 좋겠네

- 「봄이 온다」 전문(13페이지)


서정란 시인의 시집 '꽃구름 카페'가 지난 2월 10일 발행되어 출간을 한 뒤, 두 달 만에 2쇄 본이 발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서정란 시집 <꽃구름 카페>
 서정란 시집 <꽃구름 카페>
ⓒ 도서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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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이미 왔는데도 세상은 여전히 겨울처럼 춥고 힘들다. 실직한 가장들은 늘어나고, 눈물의 점포정리를 하는 자영업자도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나라님들은 서로 싸우느라 민초들을 위한 생계지원은 허공에서 맴돌고 있다. 그 사이 민초들의 휘어진 등은 짓밟힌 민들레처럼 뭉개지고 있다.

'실직한 가장의 처진 어깨에도/부도난 사장님의 먹장 가슴에도/두근두근 봄이 오면 좋겠네/찡한 눈물 그렁그렁 달고 오면 /더욱 좋겠네' 시인의 노래처럼 두근두근 봄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밥그릇 싸움을 멈추고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를 얼마나 좋을까? 찡한 눈물 그렁그렁 달고 봄을 맞이하지 못할지라도, 여름이 오기 전에 민초들의 고통을 조금이라고 덜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등이 휘어진 민초들은 그렇게 짓밟히면서도 '민들레 노란 깃발을 들고' 피어나 봄을 맞이한다. 짓밟히면서도 노란 깃발을 들고 피어나는 민들레를 세상 사람들은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실직과 파산의 위기 속에서 질색해갈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봄을 기다리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서정란 시인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 듯 마음을 내고, 아픈 사람들에게 먼저 달려가 따뜻한 위로의 시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허공에다 '꽃구름에 카페'를 열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휴식차를 제공하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정이 많은 시인이다. '꽃구름 카페'는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봄소식 오듯이
네가 왔으면 좋겠네
먼데 손님이 불현듯 찾아오듯이
그렇게 네가 왔으면 좋겠네
내가 너를 보내지 못했듯이
너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해
그날이듯이
그날이 오늘이듯이
그렇게 깜짝 네가 왔으면
나는, 나는 맨발로 뛰어나와
작두날을 딛고 춤도 추리

- 「그날이듯이」 세월호에 부처, 전문(71페이지)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봄날 하늘나라로 떠나간 어린 별들이 봄소식이 오듯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이 오늘이듯이/그렇게 깜짝 네가 왔으면/나는, 나는 맨발로 뛰어나와. 작두날을 딛고 춤도 추리'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난다. 오죽 했으면 작두날 위에서 춤이라도 추겠다는 것일까?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아프다.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세월호로 희생된 사람들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하고, 너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위로해 주지는 못할 망정 아픈 마음을 건드리지는 말아야 한다.

포기하지마라, 삶이 힘겹다고
이름모를 들꽃도 피어 세상을 밝히고
연약한 풀뿌리도 지구를 받치고 있어
우리가 땅의 가슴에서 숨 쉴 수 있다는 말
차마 못 하겠네

꽃인들 아프지 않고 꽃을 피우랴
짓밟히는 여린 생인들 절망이 없었으랴고
그 말,
사치스러워 차마 못하겠네

나는 안다
몇 줄 시가 그의 검은 요일을
막아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마라
내일은 오늘과 다른 태양이 뜬다

- 「포기하지 마라」 일가족 비극 앞에, 전문(70페이지)
 

시인은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포기하지마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 세상을 밝히고, 연약한 풀뿌리도 지구를 받치고 있듯이 삶이 힘겹다고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노래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피기 전에 아주 큰 아픔을 겪는다. 꽃샘추위에 죽을둥 말둥 바동거리면서도 꽃을 피운다. 그러니 절대로 생을 포기하지 말라고 노래한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태양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시인의 '꽃구름 카페'가 널리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정란의 시는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꽃구름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벚나무 허공에 매달린 '꽃구름 카페'는 누구나 찾아가서 휴식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저자 : 서정란(徐庭蘭)
경북 안동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 1992년 동인지 출간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국문학상 수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오늘 아침 당신은 내 눈에 아프네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흔들리는 섬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낭만』, 『어린 굴참나무에게』, 『클림트와 연애를』등이 있다.

꽃구름 카페 - 서정란 시집

서정란 (지은이), 지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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