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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산모가 아이를 낳고 난 후 몸조리에 집중할 수 있는 시설이다. 출산한 산모는 물론 아기에게까지 무척이나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전 나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단순히 며칠 더 쉬어가는 입원? 상황에 따라서는 거쳐가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무지했다. 굉장히 무지했다. 역시 사람은 본인이 겪어봐야 상황을 이해하고, 좀 더 깊은 공감이 가능한가 보다. 사실 가족이나 친한 지인이 출산하지 않는 이상 총각이 산후조리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일이 언제 있겠는가. 내 아내, 내 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순간이 와서야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들이 태어났던 지난해 9월,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일단 산모가 쉬는 곳은 맞다. 열달 동안 아이를 품고 낳는 과정에서 엄마의 몸에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리가 간다. 잠깐 힘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필요할진대, 장장 10개월 동안 그 고생을 하고 어찌 멀쩡하겠는가.
     
만약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엄마는 출산하기 무섭게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고, 이는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결코 좋지 못할 것이다. 구태여 산후조리원이 아니더라도, 가족들이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다. 더욱이 나와 아내는 둘 다 육아와 산후조리를 도와줄 가족이 근처에 없는지라 무조건 산후조리원이 필요했다.

신생아 부모에게 산후조리원이란  
   
 모든 예비 엄마, 아빠(특히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최대한 푹 쉬라고.
 모든 예비 엄마, 아빠(특히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최대한 푹 쉬라고.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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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지 사흘쯤 지나자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이 따분한 듯 했다. "오빠, 나 이정도면 회복된 것 같으니 그냥 아기 데리고 집에서 케어하자." 당시에는 뭣도 모르고 '그럼 그럴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불만도 살짝 있었다. 산후조리원이라 하면 아내와 아기의 몸 상태를 체크해주는 것을 비롯해 육아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가르쳐주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다른 곳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곳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다. 일정표는 분명 빼곡한데 잠깐 짧게 설명해주는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인형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으로 목욕 교육이 끝났다. 속싸개 싸는 법처럼 신생아에 육아에 꼭 필요한 기술은 교육 내용에 없었다. 심지어 아이 장난감 만들기 시간에는 잠깐 함께 뚝딱뚝딱 하는가 싶더니 이내 육아용품 회사에서 물품 홍보와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산후조리원 관련 글을 읽고, 주변에도 경험담을 물었다. 잠깐 동안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리고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나서야 산후조리원이 왜 아내에게 꼭 필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서 일주일만 더 있자."

일주일도 답답하다며 짐을 싸고 있던 아내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답했다.

"굳이 돈 더 안 써도 돼. 나 몸도 이제 괜찮은 것 같아."

나는 그런 아내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아무리 건강하고 회복력이 좋아도 사람 몸은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아. 나중에 골병 든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다 회복됐다 해도 최대한 여기 있는 게 좋을 거야."

"왜?"

"우리 둘 다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잖아. 어차피 집에 가면 하루 종일 아기랑 붙어 있어야 하는 삶이 시작될 텐데 좀 더 있으면 어때. 지금은 모르겠지만 돌아가면 실컷 잠이라도 잘 수 있는 조리원 생활이 눈물 나게 그리워질 걸.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쉽지 않을 거야."


아내는 알았다며 일주일 연장을 받아들였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은 더 있고 싶었지만 아내가 거절했다. 그래도 일주일이라도 더 있었던 것이 어딘가.

그리고… 육아가 시작된 지금, 아니라 다를까,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화? 술? 예전에는 나름 즐기던 생활들이지만 지금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기 때문이다.

응애, 하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아빠가 되기 전까지 나는 아기는 무조건 '응애' 하고 우는 줄 알았다. 아기를 돌본 경험이 없었던데다, 영화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 아기 울음소리를 그렇게 접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아기가 태어나거나 울면 응애응애 하지 않는가. 오죽했으면 방송인 김흥국씨의 '아, 응애예요'라는 유행어까지 나왔겠는가.

뜻밖에도 우리 아들에게 응애 소리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 있던 시절, 맞은편 호실에 있던 아기는 다른 아기들에 비해서도 유달리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응애응애 소리가 산후조리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반면 당시 우리 아기는 그다지 울지도 않았을 뿐더러, 울어도 '으앙' 하고 잠시 울다 그치기 일쑤였다. '왜 응애응애 하고 안 울지?' 초보아빠는 그것마저도 궁금했다.

3주 정도 지났을까? 아기가 울던 중 응애 소리를 냈다. 오옷! 드, 드디어. 아들의 입에서 나온 응애 소리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이후에도 아들은 아주 가끔 응애 소리를 냈다. 잠을 못자고 짜증이 날 때는 '아아앙'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도 냈지만 응애는 지극히 드물었다.
 
 아기가 한번 웃어줄 때, 그간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아기가 한번 웃어줄 때, 그간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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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응애 소리를 자주 내던 시기가 잠깐 있었다. 백일이 지나갈 무렵에는 종종 응애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내 새끼는 우는 것도 예쁘다지만,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는 힘겨운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잠시, 응애 소리는 다시 점점 귀해졌다. 이따금씩 응애 소리를 내면 나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고 기쁜 나머지 "아구 우리 아들, 응애 했어?" 하면서 남달리 좋아했다.

누군가 그랬다. 아기는 보호본능을 일으키기 위해서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아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 정도 공감한다. 특히 젖살이 빠지지 않아 빵빵한 볼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때문에 수시로 아기 볼을 만지며 막 좋아하고는 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를 아들의 볼은 볼 때마다 과하게 사랑스럽다.

최근 정말 오랜만에 응애 소리를 또 들었다. 귀찮을 정도로 볼을 만져대니 아들이 응애 소리를 내며 짜증스럽게 아빠 손을 밀어낸 것이다.

"오빠, 아기 좀 그만 괴롭혀, 싫다잖아."
"왜? 나는 귀여워서 그렇지."


간만에 들은 응애 소리가 좋아서 아들 볼에 폭풍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아들아, 짜증났어? 아빠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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