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는 4회의 끝 장면과 바로 연결되며 시작된다. 소아외과의 안정원(유연석 분)은 교통사고로 다쳤다는 어린이 환자를 살피며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아이 아빠는 황급히 도망을 가지만 맨발로 달린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분)과 생수통 스트라이크를 날린 신경외과의 채송화(전미도 분)의 활약으로 잡혀 경찰에 연행된다.

한편, 간담췌외과의 이익준(조정석 분)은 VIP 병동을 통째로 빌린 간이식 예정 환자의 장기매매 현장을 잡아낸다. 철저하게 외부 접근을 차단한 후 간 이식을 받을 아버지와 해줄 아들의 담당의사가 다른 점을 노린 꼼수였다.
 
정원은 시간 차를 두고 곳곳에 남은 멍 자국을 살피며 폭력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X-레이를 살핀 응급의학과 펠로우 배준희(신도현 분)의 조언 역시 큰 도움이 됐다. 익준은 간 이식을 해줄 아들의 병실을 전혀 방문하지 않는 환자 부인의 일반적이지 않은 모성애에 의혹을 느낀다. 갑작스럽게 아들의 병실을 방문한 익준은 몰래 숨어있던 가짜 아들을 발견한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 한 장면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아버지'

안정원과 이익준이 드러나지 않고 묻힐 수도 있었을 일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던 데에는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큰 몫을 했다. 몸에 남은 흔적은 어떤 일이 환자에게 벌어졌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증언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VIP 병동의 정황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은 '밥 먹는 것보다 많이' 간 이식 수술을 했던 익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사람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들이 은닉된 범죄의 증거를 찾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정원의 엄마 정로사(김해숙 분)은 주종수(김갑수 분) 등과 함께 정원에게 '마피아 게임'을 배운다. 시치미를 뗀 마피아를 적발하듯 의사는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은폐의 가면의 쓰기 마련인 불법과 범죄의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한 부녀는 익준이 의아하게 생각한 VIP 병동의 부자와는 상반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간 이식을 받을 환자인 아버지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간 이식을 할 딸이 아플까 수술이 걱정될 정도로 운다. 무뚝뚝한 딸은 자신을 보면 행여 아버지의 가슴이 더 아플까 부러 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가족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한다. 아들이 이식을 꺼려 장기매매라는 불법의 카드를 꺼내든 VIP 병동의 부자가 연출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지난 4회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들리지 않게 크게 음악을 틀어야 했던 산부인과의 양석형(김대명 분)의 분만실에는 탄생의 기쁨에 겨운 아버지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퍼진다. 수술을 앞둔 흉부외과의 김준완(정경호 분)은 수술실 앞에서 암에 걸린 가난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최고로 '비싼' 판막을 넣어달라는 애틋한 부탁을 받는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의 여러 에피소들에는 '아버지'가 있다. 비난받아 마땅한 아버지가 있는 반면, 너무나 안타깝게 그려지는 아버지도 있다.

어떤 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하고, 어떤 아버지는 아들로부터 간 이식을 거부 당하고, 어떤 아버지는 자신에게 간 이식을 해줄 딸이 안타까워 울고, 어떤 아버지는 기쁨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어떤 아버지는 의사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 한 장면 ⓒ tvN

 
'결코 가볍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일

삶은 원하는 것을 모두 주지 않으며 바람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벅찬 감격은 잠시일 뿐, 자녀는 기쁨만큼이나 고통 역시 안겨주는 존재이다. 때문에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간 이식을 꺼리는 VIP 병동의 아들의 모습에서 연결되는 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모든 자녀가 의무적으로 장기 이식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인임에도 불법적인 일을 감행하는 아버지는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 아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콩가루 집안 운운하는 석형의 푸념 뒤로 이어지는 친구들의 언급에서 드러나는 석형 아버지의 모습 역시 VIP 병동의 아버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마피아처럼 불법적인 일을 벌이는 석형의 아버지는 석형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바르지 못한 삶을 사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가 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자녀의 모든 행동이 아버지의 책임은 아니며 아버지에겐 나름의 삶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아버지가 되었다면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책임을 해야 하는 것은 의무이다. 그 의무에는 기본적인 양육과 함께 자녀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포함된다. 그 애정으로 많은 자녀들은 아버지가 그러했듯 몰아치는 삶의 고난과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석형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는 또다시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참이다. 그 소식을 전하며 이혼을 종용하고 돌아서는 '상간녀'를 바라보는 석형의 모습엔 슬픔이 가득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것이 재산만이 아님을 기억하게 한다. 자녀에게 어떤 정서와 모습으로 기억될지를 고민하는 것은 아버지 된 자의 인생에 따라붙는 결코 작지 않은 몫일 것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는 율제종합병원 5인방의 러브 라인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 맨발로 선 겨울과 이를 짐짓 무시하는 정원, 익준의 동생 익순(곽선영 분)에게 구애하는 준완, 안 된다는 송화와 알아서 하겠다는 치홍(김준한 분), 석형을 오해하는 민하(안은진 분), 전 연인인 배우 고아라(고아라 분)와 재회한 익준의 모습이 살짝 무거운 에피소드 틈틈이 식빵 사이를 채운 달콤한 잼처럼 발려 있다.

자식만큼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슬기로운 대처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태어나는 것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는 것도 이 사랑 때문이 아니던가.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더라도 사랑에 따르는 책임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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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한 귀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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