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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4.15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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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며칠 전에는 집으로 선거공보도 왔고,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러 나가면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고 멀찍이서 허리를 숙이는 후보들을 볼 수도 있다. 정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19만큼이나 정치 관련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는 이 상황을 피로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중 일부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일으키는 망언 릴레이도 사람들을 지치게 하지만, 비례 위성정당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논란 역시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공약 얘기나, 21대 국회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21대 국회에서 봤으면 하는 것들

우리가 선거를 하는 이유가 다음 4년 동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기 위함이 아닌가?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기에 십상이라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잘 살펴보고 제대로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의외로 이번 정당공약은 겹치는 게 많다. 당이 다른데 공약이 같은 것이 말이 되나 싶지만, 오히려 이것은 또 다른 기회다. 조금씩 겹치는 공약들은 각 정당이 다음 회기 국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공동발의를 통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번 총선에는 젠더 이슈와 관련한 공약들이 많다. 특히 성폭력 문제에서 '동의' 여부를 중요한 문제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동의 간음죄' 조항의 제정이 시급한데,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등이 이를 공약에 넣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비동의 간음죄를 언급하진 하진 않았지만 여성범죄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데이트폭력범죄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과 여성 1인가구 범죄 예방을 위한 스마트 정책 도입을 정책공약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동물복지 파트가 아닌가 싶다. 이제 동물복지 사각지대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합의할 수 있을 만큼은 한국 정치가 성숙했다는 증거일 테다. 진료 항목과 비용을 표준화하여 반려동물의 진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공약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내놓았다. 정의당의 경우 헌법에 동물보호의 내용을 담고, 동물의 법적 지위를 조정하여 물건 취급을 받지 않게 한다는 공약을 냈다. 

전반적으로 동물복지 행정업무를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은 동물복지 공약을 내놓은 정당들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또한 동물 축제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인간과 동물이 폭력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동물 축제를 점차 축소해야 한다는 민중당의 공약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문화예술인 보호, 청년 지원 등의 정책을 많은 정당에서 볼 수 있었다. 정책만 두고 보면 어떤 당인지 분간을 하기 힘들 정도로 닮은 경우도 있는데, 그럴수록 관련 법을 통과시키거나 정책을 개선시키도록 유권자인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언급한 공약들을 21대 국회에서 각 정당들이 협력해서 통과시킨다면 한국 사회는 충분히 많이 진보할 것이다. 

21대 국회는 더 시끄럽고 논쟁적이어야 한다

여기서부턴 개인적인 희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별 응답이 없는 재외국민 선거사무 중지 건에 대해서 재외 유권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21대 국회는 조금 더 성실한 태도로 들었으면 좋겠다.

기자는 최근 선거사무 중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재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실은 기사를 냈다(관련 기사 : '"투표불가" 메일 받은 재외국민들, 사각지대에 놓였다'). 그러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와도 통화를 했는데, 결론은 '이래서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재외 선거사무를 중지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는데, 그들의 참정권을 어떻게든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 문제다. 21대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야 하는 이유다.

추가적으로, 21대 국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끄러웠으면 한다. 오는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담은 의원안이 (정부안보다) 진보적일 것이다"라면서 "국회의원 절반(150명) 이상의 공동발의로 오는 9월 정기국회 법안 상정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인 2013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7년 동안 차별금지법은 정치권 내에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나중에'가 아닌 '지금 당장'의 문제가 되길 바랄 뿐이다.

물론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들은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쉬쉬 되어 왔다. 그렇기에 더 수면 위로 올려야 하지 않을까. 일부 언론은 각 정당의 공약이 부딪치고 있음을 명시하면서 '다음 회기에도 또 싸울 것이 분명하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21대 국회는 더 시끄럽고 바쁘고 논쟁적이어야 한다. 선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므로. 정치 뉴스를 보고 있기 힘들다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태그:#4.15총선, #국회의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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