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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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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내용 다 이해하셨죠?"

10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가 계속 아무 말이 없는 증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에게 물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의 충실한 실행자 중 하나로 재판에도 넘겨진 인물이다.

주요 증인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 모두 이 전 위원 앞으로 수많은 질문을 준비했다. 이날은 5번째 증인신문기일로, 양승태 대법원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법관연구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고 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그런데 재판 도중 고영한 전 대법관 변호인, 고일광 변호사가 이수진 전 판사를 언급하자 이규진 전 위원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연거푸 나오는 질문에도 답변하기 곤란한 듯 침묵을 이어갔다.

또다시 등장한 이름에... 말 잃은 증인

이수진 전 판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후보로 공천을 받아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하며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던 자신도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규진 전 위원이 인권법연구회 동향을 살피고, 활동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이 전 판사와 접촉한 일을 두고 '이수진 전 판사는 사법농단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1일 재판에서도 이규진 전 위원이 이수진 전 판사와 연구회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을 인정하자 조선일보는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이수진, 재판에 나온 동료 수첩엔..."> 기사로, 중앙일보는 <양승태 의혹 기소 전직 법관.."이수진 말곤 얘기할 사람 없어">란 기사로 이 전 판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10일 다시 한 번 등장한 '이수진'이란 이름에 묵묵부답하던 이규진 전 위원은 박남천 부장판사가 의아해하자 입을 열었다.

"재판장님, 이게 제 진의하고 다르게 자꾸 언론보도가 나가서 진술하기 곤란하다. 지난 기일에도 제가 한 증언과 언론보도가 다르게 나가서, 자꾸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줘서 뭐라고 진술하기가 난감하다."

실제로 그는 앞선 증인신문에서 "이수진과 (양승태 대법원이 저지하려고 했던 연구회 주최) 공동학술대회 얘기를 많이 했다", "이수진이 '학술대회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기억은 있다"고 얘기했다. 또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이탄희 당시 판사에게 이수진 전 판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그가 이수진 전 판사와 인권법연구회 저지를 함께 논의한 것처럼 기사화했다. 이 전 위원은 이번에도 비슷한 보도가 이어질까 부담스러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재판장은 "그 정도 답변한 걸로 하겠다"고 정리했다. 고일광 변호사도 추가 질문 없이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인권법연구회 견제'는 인정했지만... "그건 별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019년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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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규진 전 위원은 2017년 2월 법원행정처가 인권법연구회를 의식해 갑작스레 법관들의 연구회 중복가입을 정리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본다고도 밝혔다. 당시 법원행정처장 고영한 전 대법관 쪽은 이 일이 예산과 예규 등을 근거로 이뤄졌을 뿐 인권법연구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위원은 "중복가입 (해소) 조치가 학술대회를 계기로 시행된 건 맞다고 생각한다, 실무를 한 사람으로서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와 별개로 예규의 정당성이나 예규에 따른 중복가입조치 시행이 적절하냐 부적절하냐. 부적절해도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사항이냐. 아니면 의도가 부적절해서 징계조치로 끝날 사안이냐. 그것은 별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중복가입 (해소) 조치 시행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사법농단으로 정직 6개월 징계도 받았고, 10년마다 돌아오는 재임용심사에서도 탈락해 법복을 벗었다. 그는 자신의 재판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워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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