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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3면을 할애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해바라기' 학용품을 보냈다면서 관련 보도를 게재했다.
▲ 北 해바라기 학용품 받은 섬마을 어린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3면을 할애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해바라기" 학용품을 보냈다면서 관련 보도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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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취득한 학위를 한국에서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북한 이탈주민의 학력 인정을 두고 소송이 벌어졌다. 북한이탈주민 A씨는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돼 있는 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을 졸업'으로 정정해달라면서 통일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통일부의 '학력 정정 불가' 처분에 문제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A씨가 탈북했을 당시 국가정보원의 조사 결과인 '고등중학교 3년 중퇴'를 객관적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특성상) 객관적 자료를 입수하기 어렵다'라면서 '국정원의 신문조사 기록이 그나마 객관적 증거라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북한 이탈주민, '수업방식·교사이름·학교시간표'도 기억해야

북한 이탈주민은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칠까? 통일부는 '북한이나 외국에서 이수한 학력에 대해 교육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를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이탈주민은 통일부에 학력 인정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통일부는 3개월 이내에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보통 국정원이 조사해 내린 결과대로 학력이 인정된다는 게 북한 이탈주민들의 설명이다.

지난 5일 재판부의 판결처럼 국정원의 조사 결과가 통일부에서도 객관적인 정보로 인정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북한 이탈주민의 학력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을까. 사실 이탈주민은 북한에서 졸업장이나 학력인증서를 가져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가져왔다고 해도 그대로 믿긴 어렵다.

국정원의 조사 과정을 거친 북한 이탈주민들은 "국정원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이탈주민의 '학력'을 검증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두 번의 조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탈주민의 기억을 재확인하고 다른 북한 이탈주민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는 것.

현재 북한 이탈주민이 한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조사를 받는 곳은 국정원 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앞서 국정원은 2014년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이름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아래 보호센터)로 바꿨다.

국정원은 보호센터를 통해 최장 180일 동안 북한 이탈주민을 조사할 수 있다. 조사에서 공을 들이는 부분은 이탈주민의 '간첩 여부'다. 간첩으로 의심을 받는 이탈주민은 6개월 동안 독방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탈주민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간첩 의심을 받지 않는 경우, 보통 조사는 3개월 안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논란이 있었던 학력 조사는 조사의 마무리 부분에 이뤄진다는 주장도 있다. 2개월여 다른 조사를 받고 이른바 '심층조사'인 3개월째 학력 조사를 받았다는 말도 나왔다.

2015년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았던 B씨는 "3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다"라며 "대학을 나왔을 경우 수업 과목과 시간, 입학 시기와 졸업 시기, 담임 선생님 이름까지 적어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국정원은 이탈주민에게 수업과목과 관련한 내용을 묻고, 대학생활의 구체적 내용 즉 기숙사인 경우 몇시에 일어나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은 북한이탈주민 C씨는 "내가 이 학교를 나왔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국정원이 인정해주는 건 아니다"라며 "다른 이탈주민을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이탈주민의 고향이 접경지역인 경우가 상당한 만큼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같은 지역주민에게 '교차확인'한다.

사범대나 의대 등 북한에서 전문대학을 나온 경우는 어떨까? 북한에서 의사로 일했으면, 한국에서 다시 의사로 활동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한국에서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국정원이 북한에서의 경력·전문지식 등을 심사해 의대를 졸업했다는 걸 인정해도 한국에서 당장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이른바 의사국시를 다시 봐야 한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한국에서의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로 오래 일한 것을 인정받아도 한국에서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북한 이탈주민 B씨는 "북한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한국에 온 친구도 사범대 졸업은 인정받았지만,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수는 없었다"라며 "남북의 사범대 과정과 시험에 차이가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부연했다.

태그:#북한, #학력인정,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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