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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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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에서 경제 위기를 대공황으로 몰고 간 것은 정책 실패였다. 당시 미국의 관료들은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안 걷히니까 오히려 균형 재정 한다고 지출을 줄여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료들이 지금 1920년대 미국 관료들이 했던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정 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위기 상황에 맞는 과감한 정책 마련에 실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대공황을 불러온 미국의 관료들을 닮았다고 지적하면서다.

박 교수는 "미국과 EU 국가들이 발표한 경제안정화 패키지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보면 평균적으로 GDP의 11%"라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추가경정예산 1차, 2차 합쳐서 20조원인데, 다른 나라들의 10분의 1 수준을 가지고 덜덜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절대적인 수준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수준 모두 양호하다"라며 "재정적자가 심한 나라들도 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쓰는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우리가 움츠러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꼬집었다.

"실업 대책 마련이 훨씬 시급한데, 정책테이블에 없다"

지난 3일 박 교수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경제학자인 박 교수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아 재벌개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진보적이지만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기재부 관료들이 1920년대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를 이야기하면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바로잡아줘야 할 게 청와대 정책실인데 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정책실이 가장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주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재난지원금 수급 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이느라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 역량이 소모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4월 총선 이후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정부가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특히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보다 앞으로 닥칠 실업에 대응할 고강도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일자리가 2470만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무급 휴직이 시작되는 등 고용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실업 대책 마련이 훨씬 시급하고 돈이 많이 드는데, 정책테이블에 없다"며 "직종에 따라서 실업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게 재난지원금보다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해고를 막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좋은 정책이지만 지원금으로도 실직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도 실업부조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올 2차 충격이 훨씬 커... 필요하다면 국채 200조원까지 발행해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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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필요하다면 200조원 규모까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앞으로 닥칠 위기의 규모가 전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수출 의존적인 경제인데 미국·유럽·일본·중국 시장이 모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우리 제조업 중에 반도체 빼고는 모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감원이 생기거나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라며 "그러면 또 다시 자영업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게 되는데 지금 온 1차 충격보다 앞으로 올 2차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를 사실상 국유화한 모델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정부가 도산 위험에 빠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사태가 안정된 후 민영화하는 방식인데, 기업이 어려울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식을 사들일 실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나 주 52시간제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는 재계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위기를 핑계로 혁신 대신 과거로 회귀하자고 하는 건 고등학교 갔더니 점수가 안나온다고 선생님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며 "법인세 문제도 '우리가 사정이 더 나으니 더 내겠다'며 한시적으로나마 올리라고 했으면 국민들이 감동했을 텐데, 우리 재벌들이 천민자본주의자라는 것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상인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긴급재난지원금, 4월 추경 전까지 잘못 바로 잡아야"

-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하위 70%를 제시했다. 적절한 기준이라고 보나.
"건보료 외에는 정부가 당장 활용할 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작년 연말 소득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올해 수입 감소가 반영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중에 소득이 급감한 분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건보료 하위 70%를 자를 때 고액자산가를 어떻게 배제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발표하지 않고 있고 일부 국민들도 형평성에 불만이 있어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별도의 소득 증빙을 통해 억울한 탈락자들을 구제할 것이라고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소득에 따라 '선별'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선별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재난 극복을 위해 '긴급'하게 지급하기 어렵다. 정부가 하위 70%를 자르고 추가적으로 지원 대상을 추리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방식이다. 차라리 서울시처럼 하위 50%에 지급하되 중복 지원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수급 기준에 대한 논란도 피하고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정쩡하게 70%를 들고 나와 논란이 커졌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재난지원금 수급 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이느라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 역량이 소모되고 있어 안타깝다. 4월 총선 이후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이 있다. 정부가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자존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 그렇다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게 낫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 지원은 신속하긴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재난을 당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덤으로 지원금을 줄 충분한 여력이 없는 게 문제다. 저는 재정 적자를 내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200조원까지 국채를 발행해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조원을 계산에 넣어도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 왜 그런가.
"지금 우리 경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1차 충격이 온 상태다. 소상공인 위주의 서비스업,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이 타격을 받았다. 이건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1.5차 충격도 시작됐다. 항공·호텔 등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산업에서 실업과 무급 휴직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2차 충격은 더 걱정이다. 우리가 수출 의존적인 경제인데 미국·유럽·일본·중국 시장이 모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우리 제조업 중에 반도체 빼고는 모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감원이 생기거나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시 자영업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는다. 1차 충격보다 2차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 여기까지 대비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통 크게 '한 번 쏜다'고 해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재난지원금보다 실업에 대응할 사회안전망이 시급"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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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나.
"선별을 하되 신속성 잃지 않게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재난지원금을 주는 예산까지 모두 보태 고강도의 실업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우선 1차 충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프리랜서·일용직 노동자에게 실업급여에 준하는 실업부조를 최소한 6개월 줘야 한다. 당장 1차 추경 예산을 일부 당겨 쓸 수 있고 다른 예비비를 투입하면 된다. 이어서 사회안전망을 벗어나 있는 분들에 대한 실업부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2차 추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재난지원금 수급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직종에 따라서 실업 준하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각종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뭔가.
"실업 대책이 너무 빈약하다. 앞으로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 고용보험으로 모두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은 금방 바닥 날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해고를 막는 건 좋은 정책인데 고용유지지원금으로도 실직을 막을 수 없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가게나 기업이 망하게 생겼는데 인건비의 10%만 부담하니까 고용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재정을 투입해서 그런 분들을 흡수해 줘야 한다.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실업부조 대책이 필요하다. 트럼프도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실업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모두 포함해서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 실업 대책이 훨씬 시급하고 돈이 많이 드는데 정책테이블에 없다."

-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 패키지 정책을 내놨는데 그 정도면 위기를 넘기는 데 충분하다고 보나.
"기업 지원에 들어가는 50조원 중 중소기업·중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게 20조원 정도 된다. 대출을 1000만원씩 해준다고 하면 20만 곳 정도에 돌아간다. 소상공인 숫자 640만에 비해 액수가 너무 작다. 이원화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높은 소상공인은 저리 대출 위주로 지원해 주면 된다. 살아남을 수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금액도 3000만원 이상으로 키워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주면 된다. 신용등급 7등급 밑이 문제다. 대출 해줘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 은행만 부실화될 수 있다. 이쪽은 아예 재정을 투입해 실업부조 차원에서 생활비 등을 긴급 지원하는 편이 낫다."

- 20조원의 채권안정펀드 규모는 충분한가.
"채권안정펀드를 만들어서 시중은행들이 사게 하면 액수에도 한계가 있고 은행들을 부실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 부실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나쁜 전략이다. 나중에 부실을 메꿔줘야 하는데 경제가 위기 국면 들어가면 금융권 부실의 충격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처럼 기업 어음이나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게 낫다. 본원통화 공급을 늘리는 방식인데 지금의 한국은행법으로도 할 수 있다."

- 한국은행이 돈 풀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걱정 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이자율 낮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이자율을 올려서 해소할 수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보다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 미국의 GM 국유화 모델도 염두에 둬야"

- 코로나19로 인한 2차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마련한 기업 지원 자금이 50조원인데 10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항공 산업은 물론 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여력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책 대응 타이밍을 놓친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를 사실상 국유화한 모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도산 위험에 빠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사태가 안정된 후 민영화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식을 사들일 실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중요한 원칙은 대기업의 경우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지원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아니라 두산중공업처럼 평소 다른 문제가 심각했던 기업들까지 살려달라는 요구는 정부가 걸러내야 한다."

-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재난지원금에 들어가는 10조원 정도를 놓고도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도 국가부채를 200조원 늘리자고 하면 깜짝 놀랄 것 같다.
"미국과 EU 국가들이 발표한 경제안정화 패키지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보면 평균적으로 GDP의 11%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추가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턱없이 낮은 수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경 1차, 2차 합쳐서 20조원이다. 다른 나라들의 10분의 1 수준을 가지고 덜덜 떨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절대적인 숫자도 중요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인 수준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둘 다 양호하다. OECD 평균 국가부채비율이 119%다. 우리보다 국가부채비율이 낮은 나라는 2개밖에 없다.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11% 올리면 51%정도가 된다. 다른 나라들도 11%를 더 쓰겠다고 했으니 상대적인 격차는 그대로다. 재정적자가 심한 나라들도 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쓰는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우리가 움츠러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 일반 국민정서도 어쨌든 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빚을 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인데.
"1920년대 미국에서 과잉 공급이 경제위기를 촉발했지만 위기를 대공황으로 몰고 간 것은 정책 실패였다. 당시 미국의 관료나 경제학자들은 균형 재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안 걷히니까 오히려 균형 재정한다고 지출을 줄여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료들이 지금 1920년대 미국 관료들이 했던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학습효과, 대공황 학습효과가 있어 오히려 과감하게 정책 대응을 제대로 하고 있다. 경제를 망가뜨리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온다. 지금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고가 훨씬 많고 미국의 달러 스왑으로 달러 경색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에 대해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경제 분야에선 청와대 컨트롤타워 기능 작동 안해"

-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정책 라인이 기획재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청와대 정책실이 뭐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 관료들이 1920년대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를 이야기하면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바로 잡아줘야 할 게 청와대 정책실인데, 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 논리에 대해 반대 논리가 없으니 설득 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위관료는 무능하다.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똑똑한데 무능하게 만든다. 새로운 것을 못한다. 1차 추경 나왔을 때 그렇게 비판했는데 꿈쩍도 안했다. 그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그제야 따라한다. 청와대는 그런 관료들을 제대로 통솔하고 방향을 잡아서 끌고 가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정책실이 가장 무능하다. 경제 분야에서 만큼은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작동을 하고 있지 않다."

-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아이러니한 게, 초기에 방역에 실패한 나라들은 오히려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정신 차리고 대응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잘했다고 해외에서 평가받으면서 생긴 자만심 때문인지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위기 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2차 충격이 더 무섭다. 청와대 정책실이 2차 충격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럽다. 코로나19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경제의 V자 반등은 힘들어졌다. U자로 갈 가능성이 큰데, 전제가 있다. 정부가 정책적 실패를 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실패하면 U가 아니라 경제는 L자, 최악의 경우 I자로 추락할 수 있다.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법인세 인하 요구한 재계, 정말 염치 없는 분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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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에서는 경제 위기 국면이라며 주 52시간제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원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장이다. 지금의 위기는 생산성 하락이나 공급 위축이 아니라 수요가 위축되면서 생겼다. 과거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기초한 경쟁력으로는 한국의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분명한데도, 위기를 핑계로 혁신 대신 과거로 회귀하자고 하는 건 고등학교 갔더니 점수가 안나온다고 선생님한테 가서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제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참 암울하다."

-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말 염치없는 분들이다. 지금 법인세나 소득세를 낸다는 것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는 의미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우리는 사정이 나으니 더 내겠다, 법인세를 한시적으로나마 올리라고 했으면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옆에서 사람은 죽겠다는데 자기는 케이크를 더 먹겠다고 한다. 우리 재벌들이 현대적인 자본주의자가 아니고 천민적이고 근대적인 자본가라는 것을 보여줬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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