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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 PD의 누나 이슬기씨가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 PD의 누나 이슬기씨가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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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청주방송은 처음부터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처음 나온 입장문에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짧게 밝혔지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다시 발표한 입장문에는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국장들의 보직해임 등을 밝혔다. 

그래도 CJB청주방송이 진상조사위원회에 합의했다니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부디 진상조사위원회를 잘 운영해 진실을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더 이상 억울한 노동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무엇보다 그렇게라도 유족의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막힌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CJB청주방송은 회사 내에 이재학PD 재판 판결문을 게시했다고 한다. 이재학PD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의 판결문을 내걸며 직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유족 대리인에 대해 흑색선전까지 퍼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관련 기사: 고 이재학 PD 대책위 "CJB청주방송, 고인 모욕행위 중단하라"

문제는 진상조사위원 구성이다. CJB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원 세 명을 추천하기로 했는데 진상조사위원회 출범 2주가 지나도록 추천하지 못했다. CJB청주방송이 추천한 한명의 진상조사위원은 이재학PD와의 재판과정에서 CJB청주방송 측을 대리했던 변호사이다. 유족 대리인도 참여했으니 자신들의 변호인도 참여해야 한다는 게 CJB청주방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CJB청주방송 이재학PD사망사건 충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해 진상조사위원회는 CJB청주방송 측의 변론장이 아니라 사망사건 진상을 밝히는 게 목적이니 이재학PD 사망사건과 소송관련 조사의 대상이 될 모든 관련자를 배제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CJB청주방송은 여태 해당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고집하고 있다. 이제까지 두 번 열린 진상조사위원회의 주요 논의 주제는 진상조사위원의 자격 시비였다. 진상조사 합의를 내세워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진상조사위원 자격을 문제 삼아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 CJB청주방송의 의도인가?

가해자들의 대응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세월호 사건도, 김용균 죽음도 그랬다. 진상조사위원회를 합의하고 조사에 나서기까지 유족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나.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긴 이재학PD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분노하는 유족들은 오늘도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코로나19 감염사태에 온통 사람들에 관심이 쏠려 있는 지금, 이렇게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이재학PD 사망사건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

사람들 관심을 벗어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일차원적인 문제이다. CJB청주방송은 지역방송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 앞으로를 고민해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 지난달 23일은 이재학PD의 49재였다. 속절없이 시간이 이렇게 흐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이수희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이재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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