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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서비스 1호 개통을 축하드립니다."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숨 막히는 눈치 게임으로 변질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한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버라이즌사와 단 두 시간 차이. 대한민국은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1998년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세 번째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같은 해 4월 8일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네트워크 장비, 차세대 스마트폰, 로봇, 드론, 지능형 CCTV,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5G 기반의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60만 개 창출, 73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습니다. 정부·민간이 함께 30조 원 이상 투자해 5G 전국망을 2022년까지 조기 구축하고 이를 위한 세제 혜택도 약속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통신3사와 제조사는 신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를 5G 전용으로 출시했고 엄청난 홍보비를 풀어 신규가입자 모집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100만 명이 가입했고, 연내 목표치였던 300만 명을 넘어 500만 명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모든 게 장밋빛일 것 같던 그때, 정부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5G 서비스의 질이 생각보다 더 형편없다는 사실입니다. 

LTE보다 비싼 단말기·요금, 품질은 형편없었다

사실 5G의 통신불통은 부족한 기지국 수로 인해 시행 초기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5G의 전파 특성상 LTE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율이 좋지 않아, 끊김 없이 사용하려면 LTE보다 3~4배 더 촘촘한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5G의 기지국 수는 LTE의 10분의 1에 불과한 8만 5천 개로 상용화되었습니다. 이마저도 대부분 수도권 중심이고 건물 내, 지하철 안에서는 이용이 불가했습니다. 신호 강도에 따라 5G와 LTE를 오가는 과정에서 빠른 배터리 소모와 단말기 발열이 나타났고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까지 통신 불통이 일어났습니다. 

5G는 단말기 가격도 100만 원이 넘고(보조금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요금도 LTE보다 최소 3만 원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은 최첨단 기술 기반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기대하며 5G 단말기를 구입하고 비싼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사용 첫날부터 큰 불편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콜을 받을 수 있다며 콜택시 운전사에게 100만 원 넘는 5G 전용 최신 단말기를 권유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의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서울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는 택시 안에서 5G 휴대폰은 곧잘 먹통이 되었습니다. 신호가 잡히지 않아 콜을 받을 수가 없는 일이 잦았습니다. 통신요금은 기존보다 7만 원 이상 올랐는데 수입은 오히려 전보다 줄었습니다. 

2019년 11월이 되면 전국 어디서든 잘 터질 거라며 전북 익산 거주자에게 5G 단말기를 판매한 통신사 직원의 말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2020년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5G 신호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5G 이용자의 76.7% '불만족' 답해
 
5G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5G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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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시행한 '5G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이용자의 76.6%가 라고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불만족'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불편을 예상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거라는 답변도 36.8%나 됩니다. 

인가 단계부터 지적되어 온 LTE 대비 높은 요금 수준,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진입 차단, 중가-고가 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 차별, 담합 수준의 3사 요금구조, LTE 대비 턱없이 부족한 기지국 수와 커버리지 수준, 빈번한 통신장애, 불완전 판매 등 5G를 둘러싼 논란은 상용화 10개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5G 이용자 7명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나도 불편해 못 쓰겠다"며 분쟁조정에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KT가 분쟁조정 신청자에게 보상금 32만 원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공개되면서 분쟁조정 신청자는 더욱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5G 서비스의 불편함이 세상에 알려지고, 통신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불법보조금이 감소하자 가입자 증가세도 점차 감소했습니다.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던 연내 500만 가입자 달성은 466만 명에서 멈췄습니다. 
    
5G 불통, 지금 당장 책임 있는 보상과 대책 마련해야
 
2019년 12월 12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5G 이용자 자율분쟁조정신청’ 기자회견
 2019년 12월 12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5G 이용자 자율분쟁조정신청’ 기자회견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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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서비스가 미비했고 이용자 불만이 예상되었다면 미국 버라이즌사처럼 일시적인 요금감면 등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적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통신사와 똑같이 "LTE 우선모드로 사용하라"고 말하거나 "제한된 커버리지에 동의하지 않았느냐", "어쩔 수 없다", "기지국이 설치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답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이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까진 아니라도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이 수시로 먹통이 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정부가 한 일이라곤 세제혜택을 늘려 기지국 설치와 콘텐츠 개발을 독려한 게 전부입니다. 목표했던 기지국 수 23만을 달성했다고 자랑하지만 80만 개 넘는 LTE 기지국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용자가 5G 요금을 지불하고도 'LTE 우선모드'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5G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5GB에 불과하지만 통신3사는 여전히 고데이터 중심의 고가요금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G 콘텐츠는 부족한데 오히려 13만 원대 요금제까지 출시해 이익률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1년, 이제는 바뀌길 기대하며 더 큰 소리로 외치겠습니다. 

'느린 5G, 불편해서 못 쓰겠다! 통신요금 인하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문은옥 님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세계최초5G, #5G상용화, #통신불통,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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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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