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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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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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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국회에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쉬운 해고 부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요건완화 등을 담은 40여 개의 입법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같은 달 25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긴급제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가 불어온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도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반 기업정책이 되었습니다.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전경련과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총은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문제 삼았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새로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기업은 환경부에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연간 100kg(0.1t) 이상 취급하는 업체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매우 과하다는 것입니다. 

전경련도 신규물질에 대한 등록 기준을 1t 이상으로 완화하라고 주장합니다. 기존화학물질은 현재 1t 이상 모든 물질을 등록하도록 되어있는데, 유해화학물질과 중점관리물질로만 등록하자고 요구합니다. 또한 이미 면제되고 있는 연구개발용(R&D) 물질에 대해서는, 면제 절차를 위한 서류 제출조차도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과 직결된 안전 관리가 또다시 줄여야만 하는 비용의 문제로만 취급받는 분위기입니다.

벌써 다 잊으셨나 봅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커다란 비극이 있었습니다.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만 6757명 그리고 153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해는 아직도 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공론화 된 지도 올해로 10년째입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가습기넷)를 비롯해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한국환경회의,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등에 소속된 환경·시민단체들이 2019년 8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화학물질 관련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소재산업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가습기넷)를 비롯해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한국환경회의,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등에 소속된 환경·시민단체들이 2019년 8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화학물질 관련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소재산업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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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애초부터 화평법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법안이 만들어지던 2013년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규제가 늘어나면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회원단체라는 점도 무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뒤에도 화학물질 안전관리 법제들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뜨거웠던 일본 수출규제사태를 등에 업고, 기술독립을 명분 삼아 연구개발용 물질에 대한 등록 절차 간소화를 관철하기도 했습니다. 재계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내기 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수호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캠페인이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시민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고, 정부와 의료진들도 고군분투 중입니다. 적극적인 대처로 국내 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분명 신종 감염병이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일 텐데, 재계의 제언을 살펴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기 극복이란 구호를 외치지만, 결국 재계의 숙원을 공익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에도 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장 3월에만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화학사고로 인명피해의 일상화되는 비극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재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태그:#가습기살균제참사, #화평법, #환경운동연합, #재계는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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