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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긴 방학 때문에 지친 엄마의 투정도 아니고, 모두가 얼마큼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애쓰는 이때 내 아들만 특별대우 해달라며 조르는 생떼도 아니다.

그저 재난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 방법을 찾아갈 때, 발달장애인은 여러 정책에서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엄마의 슬픈 한탄이자, 발달장애인 교육 현실에 대한 씁쓸한 기록이다.

발달장애인 아들의 방학 일상
 
 산책 중인 쌍둥이 남매
 산책 중인 쌍둥이 남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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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쌍둥이 엄마다. 초등학교 5학년 비장애인 딸과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아들이 있다. 아들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수학교에선 6, 7명의 학생이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

아들처럼 말을 못하는 학생부터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한글과 숫자를 잘 아는 학생까지 다양하게 있다. 같은 주제의 수업을 하더라도 특수교사는 학생 개인별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저마다에 맞게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이를 '개별화교육'이라고 한다).

개학이 처음 연기됐을 때만 해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방학 연장을 받아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딸 학원과 아들 치료실도 중단시켰다. 삼시 세 끼 밥 차리고 지루해 하는 아이들과 온종일 부대끼는 삶에 대해선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짐작하고 남으리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최선은 '집콕'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들 때문에 우리는 매일 밖으로 돌았다.

딸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카톡(카카오톡 채팅)도 하고, TV도 보고, 엄마 요리도 돕고, 공상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아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12살 몸에 2~3살 수준의 인지, 1살 수준의 집중력을 가진 아들은 모든 활동에 엄마 손길이 필요하며 놀이마저도 몸으로 놀아줘야만 반응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된 시각 자극만 받아들인다. TV와 스마트폰으로 <뽀롱뽀롱 뽀로로>, <으랏차차 아이쿠>, <코코몽>, <겨울왕국>의 4개 만화만 무한 시청한다.

차라리 다른 것도 본다면 TV를 통해서라도 세상을 배우라며 환영할 텐데 오로지 저 4개의 콘텐츠만 수천 번을 보고 또 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반복된 시각 자극만 들어오는데 본인도 멈출 수가 없으니 스스로도 미칠 지경이다. 울음을 터트리고 짜증을 부린다.
     
그래서 산에 다녔다. 12살의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풀어낼 수 있는 곳, 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곳, 실내가 아니면서 사람들과 가깝게 접촉하지 않을 곳, 아무리 생각해도 산밖에 없었다. 아들은 신났다. 뛰고 걷고 마음껏 소리도 지르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오전 산행으로 에너지가 모두 방출됐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쳐버린 건 40대 늙은 어미뿐, 10대 아이들은 생생했다. 그래서 저녁 먹은 후엔 밤 산책을 또 나갔다. 실내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동네를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라도 나갔다.

버티자. 기다리자. 버티고 기다리면 햇빛 찬란한 어느 날 코로나19는 물러가고 개학의 그날은 벼락과도 같이 찾아오리라.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그리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초·중·고교 개학 방안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초·중·고교 개학 방안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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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순차적 온라인 개학 발표가 났다. 고3부터 시작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쌍둥이는 4월 16일부터 온라인 학습이 시작된다. 전 세계가 겪어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동참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이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힘을 보태야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교육부는 온라인 학습이 어려운 시각·청각 장애 학생에게는 원격수업에 자막·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다자녀 가구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온라인 학습이 불가능한 우리 아들, 우리 아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수많은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대책은 '특수교사가 주 1, 2회 학생 집으로 방문하는 순회 교육'이 전부였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면 이렇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돼도 아들이 노트북 앞에 붙어 앉아 있을 가능성은 0%다. 2초 정도는 관심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내 노트북을 덮을 것이다. 온라인 학습에 집중할 아이면 애초부터 반복된 시각 자극만 추구해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령 아들이 놀기만 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껴 기적처럼 온라인 학습에 관심을 보인다 해도 문제다. 온라인을 통해 받는 수업은 아들에겐 너무 어렵다. 아마도 유치원생이 대학원 박사과정을 듣는 느낌일 것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장애 정도는 천차만별이기에 '중간 수준'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만약 중간 수준에 맞춰 학습이 제공되면 그건 학생 평균을 말하는 게 아니라 딱 그 정도 선에 있는 학생만을 위한 개별학습이 된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위해 순회교육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학습에만 미뤄둘 게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직접 만나 학생 수준에 맞는 개별화교육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희망적이진 않다.  

담임 선생님이 집으로 오는 날이라고 가정해 보자. 학년이 바뀌면서 담임도 바뀌었기에 처음 보는 얼굴이다. 선생님은 노력하겠지만 아들은 눈꼽만큼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온 사람이기에 '학교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엄마 친구에 가깝다.

아들 입장에서 '엄마 친구'와 '학교 교육'은 연결고리가 없다. 집이니까 늘 하던 대로 산이나 놀이터에 가고 싶은데 엄마 친구 때문에 착석을 강요받거나 못 나가게 되니 심통이 난다. 다음 주에 선생님은 집에 또 오겠지만, 집에서 만나는 엄마 친구가 언젠가 진짜 개학하면 학교에서 만날 그 선생님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하지 못한다.

일상을 방해한 엄마 친구에게 분노해 울음이라도 터트리면 방에서 온라인 학습을 듣고 있던 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방문을 박차고 나와 "조용히 해"라며 동생을 나무랄 것이고 마침 화나 있던 아들이 누나에게 달려들면 '쌍둥이 대전'이 발발할 것이다. 허허허. 안 봐도 비디오로 그려지는 광경에 나는 그저 웃음만 난다.

집 대신 교실에서 1:1 수업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일이 미뤄진 3월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일이 미뤄진 3월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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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아는 것은 있다. 내 아들에게 온라인 원격수업과 순회 교육은 적절한 '교육'이 아니라는 사실. 물론 발달장애인의 장애 정도는 천차만별이라 온라인 학습이 가능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순회 교육이 효과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발달장애인은 '루틴'(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일과 및 일정- 편집자말)이 중요하다.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개학이 시작됐고 지금부턴 방학이 아닌 개학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득하며 받아들일 계기가 필요하다.

특수교사가 주1, 2회 집으로 방문하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주1, 2회 학생이 학교로 등교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1:1 수업이 집이 아닌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교실마다 한 명의 학생이 찾아오니 집단감염의 우려도 적고, 동선이라고 해봐야 각자의 교실과 화장실뿐이다. 비장애 학생들은 이미 한 교실에 여러 명이 있는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굳이 발달장애인이라고 1:1 등교마저 금지할 명분은 없다.

학교로 가면 교육이 된다. 학교에서 만나기에 엄마 친구가 아닌 선생님이라는 인식이 처음부터 생긴다. 진짜 개학이 되어도 이미 선생님과 몇 번 얼굴을 보며 친밀함을 쌓아뒀기에 새 학기에 적응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교육부에 바라는 게 이런 것들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삶을, 이들의 루틴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 왜 발달장애인의 교육권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은 것처럼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가 마치 선심 쓰듯 실효성이 크지 않는 대책만 툭 던질까 하는 것.

내 아이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내 아들도 학생이다. 의무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내 아들도 학생이다. 의무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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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랬다. "아이들 학교만은 보내자"는 말에 전 국민이 공감했던 것은 아이들 교육권을 지키는 것이 어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이 느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평상시에도 발달장애인 아이들의 교육권은 늘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아이들 학교만은 보내달라"며 무릎 꿇었던 엄마들을 기억하는가?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은 요즘 같은 비상시국이 아니라도 늘 자식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학교만은 보내 달라고.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등장했다. 모두가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하루 여러 대책이 속속 마련되지만 역시다. 이번에도 가장 늦다. 발달장애 학생의 교육권은 언제나 '번외' 처리가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내 아들도 학생이다. 의무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내 아들도 국민이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발달장애는 단지 아들의 일부다. 아들 전체를 규정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소외시킨 자들이 누구인지를 여실히 공개해 버렸다. 언젠가 이 신종 감염병은 잠잠해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외면하고 소외시킨 자들을 계속 외면하고 소외시킬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가.

나는 그 이후를 지켜보려 한다. 아들 손을 꼭 붙잡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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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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