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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관련한 국내 뉴스는 넘쳐나지만, 어떤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뚜렷이 입장을 내놓지도 않고 반박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북한을 전달하는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특징을 통해 북한 뉴스의 이면을 짚어보겠습니다.[기자말]
4.15 총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북한 선전매체들이 한국의 총선과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3월 29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의 총선을 두고 '난장판'이라 칭했습니다. 이 선전매체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정치간상배무리'란 글에서 "남조선(한국)에서 선거철이면 각양각색의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홍준표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무소속 예비후보가 3월 24일 오후 수성4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무소속 예비후보가 3월 24일 오후 수성4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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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이틀 앞선 3월 27일,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관한 언급을 했습니다. 이 매체는 '칼날 검사의 배(뱃)심'이라는 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구시를 덮쳐버린 속에 미래통합당에서 탈당한, 아니 쫓겨난 홍준표 전 대표가 끝끝내 무소속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에서 한 이야기를 한국언론은 보도할까요? 합니다. 3월 29일 <우리민족끼리>의 보도는 지난 1일 <세계일보>가 다뤘습니다. 3월 27일 <메아리>의 소식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총 9개 매체가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보수진영의 분열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냐고요? 북한 선전매체가 원하는 것이 어쩌면 '한국 언론의 인용보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은 보지 못하는 '선전매체'

북한 선전매체가 왜 남한의 총선과 정치인에 비난성 왈가왈부를 했을까요. 사실은 그게 선전매체의 역할입니다. 대남 선전 활동의 측면이죠. 북한의 체제 선전을 하려면, 한국을 깎아내릴 필요도 있으니까요.

통일부는 2018년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선전매체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50여 개의 선전매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요. 북한 대남담당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2003년에 처음 생겼습니다.

대남 선전매체들을 관리하는 건 보통 북한에서 대남 접촉을 하는 기관인 경우가 잦습니다. 남측 민간단체 접촉 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의 <려명>, 통전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류경>, 아리랑협회의 <메아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남측에 선전활동을 한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문제를 자주 걸고넘어지지요. 물론 사회 이슈도 다룹니다. 지난 3월 29일 북한의 선전매체는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언급하며 "남조선은 타락이 일상화된 사회"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등 관영매체보다 표현이 과격하고 주장이 거침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선전매체의 언급을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선전활동 정도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이런 선전매체의 기사를 볼 수 없습니다. 관영매체 <로동신문>이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게끔 평양 시내 곳곳 게시판에 설치된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선전매체는 북한 주민 보라고 있는 게 아니다, 철저히 대외용"이라며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선전매체는 남한 사회의 분열을 지향한다, 남한을 비난하는 게 북한의 오래된 통일전선전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전매체에 나온 기사를 북한의 공식 입장인 듯 보도하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선전매체의 보도를 '인용'할수록 북한이 더 우리 언론을 신경쓰며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우리가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받아쓰면 북한은 '남한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라며 "선전매체들은 4.15총선까지 논평부터 만평 등을 통해 한국의 총선을 자주 입에 올릴 거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관영매체=북한의 공식입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노동신문 1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께부터 이달 12일께 까지 북한군의 동계 훈련(합동타격훈련) 참관차 동해안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날 노동신문의 보도로 평양에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
▲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노동신문 1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께부터 이달 12일께 까지 북한군의 동계 훈련(합동타격훈련) 참관차 동해안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날 노동신문의 보도로 평양에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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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의 공식 입장은 어떤 매체를 통해 확인해야 할까요? 바로 관영매체입니다. 북한이야말로 매체마다 역할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매체를 통해 공식 발표를 하는지 보면, 매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관영매체는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이 있습니다. 이들 관영매체가 북한의 성명·담화 등을 먼저 보도합니다. 다른 선전매체들은 관영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전합니다.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에서 전한 소식이라면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로동신문>은 주민을 대상으로 북한 당국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46년 11월 5일 발행을 시작한 <로동신문>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입니다. 북한은 당 중심국가인 데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조선노동당'을 강화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당의 기관지이니만큼 당의 지시서, 당의 공식적 대변자의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이들이 먼저 찾아보는 것 역시 <로동신문>입니다. 북한이나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기자들이라면 매일 봐야 하는 신문이기도 하고요.

북한에서 '위대한 수령'이라고 일컬어지는 김일성 주석도 생전에 <로동신문>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로동신문의 중심 과업으로 되는 것은 당의 방침과 정책, 당원들의 투쟁 임무를 일상적으로 해설하여 당원들을 교양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로동신문>이 당 기관지라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중앙언론기관입니다. 1946년 12월 5일 창립한 이 매체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보도합니다. 물론 한국의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와 같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관영'매체인만큼 북한이 관리·감독하고 있으니까요.

북한 체제와 관련한 비판적인 입장이나 문제점을 꼬집어 보도하지는 못합니다.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에는 북한의 범죄·도난사건, 체제비판 기사나 광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북한 체제와 당국의 입장을 전달할 뿐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정부의 대변자'라고 지칭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과 정부의 공식적 대변자다, 통신사에서 내는 성명이나 보도는 모두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언급했답니다.

북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북한이 거친 표현을 사용해 한국을 비난하면 불편하셨나요? 그렇다면 그 보도가 북한 '관영매체'에 나온 건지, '선전매체'에서 낸 건지 먼저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요? 북한의 공식입장인지 북한의 체제를 우월하다고 드러내고 싶어 한국사회를 헐뜯는 건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태그:#북한, #총선, #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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