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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제 영업정지된 독일 베를린의 아디다스 가게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4월 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제 영업정지된 독일 베를린의 아디다스 가게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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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행정처리를 하다 보면 '인내심'이 아예 사라진다.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운다. 그만큼 느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즉시지원금은 달랐다. 독일에 살면서 이번만큼 빠른 조치를 본 적이 없다.

독일 베를린에서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즉시지원금이 신청 3일 만에 바로 지급됐다. 신청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베를린에서만 총 9억 유로(약 1조 2123억 원)가 풀렸다. 직접 신청해 지원금을 받은 경과를 소개한다. 물론, 베를린 기준이다.

코로나19 위기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즉시지원금'

독일에서는 3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강제적인 행정명령을 통해서 행사와 모임, 상점 영업이 모두 중지됐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신분으로 일하던 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먼저 타격이 왔다. 이후에는 클럽과 식당, 카페, 거의 모든 분야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멈춰섰다(관련기사: 아디다스, H&M "코로나 때문에 문닫은 매장 월세 안 낼 것").

즉시지원금은 일단 이들에게 집중됐다.

지난 3월 19일 베를린시는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정책을 발표했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에 5000유로(한화 678만원), 직원 6명~10명 이하 사업자에게는 1만5000유로(한화 2036만원)를 기본적으로 지급한다. 앞으로 3개월치 운영자금 명목이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다시 최대 9000유로(한화 1222만원)를 더 신청할 수 있다.

독일 연방주 중에서도 베를린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도시보다 문화예술 분야 산업이 크고,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많아 피해가 유난히 큰 곳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시에서는 현재 약 20만 명이 프리랜서 및 1인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신청까지 2일이 걸렸다

베를린시는 3월 27일 금요일 12시부터 베를린투자은행(Investitions Bank Berlin, IBB)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즉시지원금을 신청 받았다. 해당 정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신청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자는 현재 독일에서 프리랜서로 세금신고를 하고 있어서 지원 대상에 해당됐다. 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 낮 12시 땡. 접속했다.

'그럼 그렇지.'

접속자 폭주로 에러 화면이 뜬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베를린투자은행 측은 서버를 재정비하고 오후 1시에 다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의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신청 온라인 대기화면
 독일 베를린의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신청 온라인 대기화면
ⓒ IBB 신청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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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재접속. '온라인 대기표'를 받는 화면이 뜬다. 내 순번은 무려 1만7963번이다. 다행히 이 대기번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메일을 등록해 놓으면 내 차례가 왔을 때 메일을 받는다. 다음날인 3월 28일 오후 4시쯤, 드디어 온라인의 긴 줄을 뚫고 신청서가 눈 앞에 떴다. 

신청서 작성 소요시간 20분

신청서도 독일답지 않다. 간단했다. 먼저 코로나 19 위기로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지 '예', '아니오'로 확인하고, 직원이 몇 명인지 적는다. 나는 프리랜서 신분이라 직원수는 0명이다. 인적사항과 주소, 세금번호와 회사정보, 신분증, 그리고 계좌번호를 입력한다.

그 외 지원금 조건 등에 동의하거나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 꽤 있다. 지원금이 세금 납부 대상임을 알리고, 실제 필요 금액을 초과할 경우 남은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읽고 확인(클릭)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신청 화면
 독일 베를린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신청 화면
ⓒ IBB 신청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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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보고 다시 확인하면서 신청서 작성에 20분 정도가 걸렸다. 독일어가 모국어인 독일인들은 아마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청 완료. 지원 대상으로 확인되면 3일 내로 지급된다고 한다.

'그럴리가...'

3일 후, 지원금이 입금됐다

3월 31일 화요일, 코로나19 즉시 지원금 5000유로가 계좌로 입금됐다. 충격적인 속도다. 지원금 명칭이 '즉시지원(Soforthilfe)'이다. 이 정도 속도는 되어야 즉시 지원금이 아니겠는가. 평소 느린 독일의 행정 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더 빠르게 느껴졌다. '즉시'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감했다.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다음달 방값과 각종 세금, 대출이자 등을 부담해야 하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두고 서류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소득을 따지고 상담할 시간이 없다. 일단 지급하고, 추후에 확인한다. 

초기 지원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언급되었던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중에는 3달에 5000유로까지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향후 3개월치 감소할 수익을 따져서 1500유로 정도만 신청해 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지원 등급은 직원 0~5명까지 사업자와 5~10명까지 사업자 딱 두 분류로만 나누었다. 지급 액수에 차등을 두거나, 희망 지급액을 받지 않고 일단 '넉넉히' 일괄 지급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다. 등급을 나누고 지원금에 차등을 둘수록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베를린 코로나19 긴급지원금이 주말 포함 신청 3일 만에 망설임 없이 입금됐다.
 베를린 코로나19 긴급지원금이 주말 포함 신청 3일 만에 망설임 없이 입금됐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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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베를린시는 "필요한 금액보다 남은 액수는 반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후속 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원금은 소득으로 잡혀 세금 납부 대상이 된다. 기자 본인이 받은 지원금도 일부는 돌려줘야 할 것이다. 

베를린시에서만 현금지원금 9억 유로 

베를린시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신청자 10만 명에게 총 9억 유로(한화 약 1조 2123억 원)를 지급했다. 대다수가 문화예술인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이다. 

베를린시 문화국장인 클라우스 레더러는 "많은 예술 및 창조분야 종사자에게 이 지원금은 생존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베를린의 문화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시 재정국장인 마티아스 콜라츠는 "베를린에는 특히 1인 자영업자의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선행 조치를 취했다"면서 "시 지원금을 10억 유로 가까이 확대했고, 이후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를린투자은행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런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베를린시는 즉시지원금 신청 접수를 중단했으며, 4월 6일 다시 신청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시 예산으로 지급했고, 6일부터 처리되는 긴급지원금은 연방정부의 예산에서 지급된다.

베를린시는 신청자들을 위한 충분한 지원금이 있으니 걱정말고 신청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베를린시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에 수령자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전염병도 긴급지원금도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즉시 지원금 신청일을 하루 앞두고 베를린시는 별도의 공지를 냈다.

베를린시는 "베를린의 수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들에게 지원 제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이 모여 다양한 언어로 정보를 제공한다, 신청서 작성이나 번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지원 시스템이 독일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신청 과정에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위해서 관련 단체 리스트를 함께 공개했다. 터키, 폴란드, 베트남 등 여러 이주 관련 단체가 소개됐다.

코로나19 즉시 지원금은 '독일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베를린에서 세금 번호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국적은 상관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유럽권 국가에서 아시아인 인종차별 사례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독일 사회도 외국인에게 더욱 더 배타적인 분위기가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긴급한 와중에도 독일 시스템이 지키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니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물론 베를린의 다문화적 배경과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과는 다르다

독일의 긴급지원금을 한국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먼저 독일의 기본적인 사회안전망과 복지 기반 자체가 다르다. 독일의 많은 저소득 가정, 구직자, 실업자, 아이들, 학생, 노인, 연금생활자 등이 이미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물론 소득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떼어가는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이뤄진 재정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독일은 한국과 달리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강제로 경제 활동을 중단시켰다. 정부의 명령으로 입은 직접적인 피해이기 때문에, 이 피해를 보상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지원 대상은 명백하다. 베를린에서 세금 번호를 받고 수익활동을 하는 이들이다. 단, '현금 즉시 지원'은 직원이 최대 10명까지인 사업자들만 받을 수 있다. 더 큰 규모의 회사는 특별 대출, 신용 보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대상을 명백히 한 이후에는 신속성을 제 1 원칙으로 뒀다. 온라인으로 신청 받고, 일괄 금액을 신속히 지급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즉시' 지원금이기 때문이다. 

* 독일 베를린시에 한정된 정보로, 각 주정부의 정책과 상황이 모두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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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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