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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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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온라인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지인능욕'만 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인능욕이란, 텀블러나 트위터 등에 일반인 여성 사진 또는 여성을 성적으로 합성한 사진을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하는 것을 뜻한다. 2016년 6월 폐쇄된 불법사이트 '소라넷'에도 존재했고, 텀블러와 트위터 등에 수많은 게시물이 등장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인능욕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두 개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1일 오후 현재 이 청원에 공감한 이들은 약 11만 명에 달한다.

'지인능욕 및 사이버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합니다'를 쓴 청원인은 "저도 불안함에 내 글이 있나 찾아봤지만 지인능욕 사이트가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중간에 포기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실제 처벌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사이트에서 최근 2년간 지인능욕 관련 사건을 검색한 결과 6건을 확인했다.

"지인능욕 사이트 다 볼 수 없을 정도..." 실제 처벌은?

범죄 성격상 수법은 거의 똑같았다. 피고인들은 같은 학교 학생이거나 연인, 지인 관계인 피해자들의 사진을 다른 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했다. 여기에는 해당 여성의 신상정보와 사생활, 성적 취향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 따라붙었는데 대부분 허위사실이었다.

A씨는 2017년 경기도 안양시 자택에서 고교 동창 또는 대학 동기인 피해자 3명의 사진을 타인의 나체 사진과 합성한 뒤 '제보'라는 이름으로 가짜 정보를 덧붙였다. 그는 피해자의 나이와 학교, 소속 학과 등도 공개하며 "리플, 능욕 부탁합니다"고도 했다. B씨는 같은 학과 여학생들의 사진을 채팅어플 프로필로 꾸민 뒤 대화 상대방이 같은 학과인 경우 "야하게 놀래? 주변 사람들 능욕하면서?" "우리 과에서 제일 따먹고 싶은 애가 누구야"라며 합성사진을 배포했다.

<오마이뉴스>가 파악한 6개 사건의 피고인 6명에게는 모두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을 어기고 음란물을 유포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44조의 7). 같은 법상 명예훼손죄까지 들어간 경우도 있다. 해당 조항들에는 '지인능욕 = 성폭력' 개념이 없다. 또 이 조항들은 처벌 수위가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 원에 그친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지만, 초범이며 아직 나이 어린 학생이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다. B씨의 경우 같은 범죄로 집행유예 중인 상태에서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지만,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그가 피해자 2명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C씨는 드러난 피해자만 10명, 범죄 횟수는 71회에 달한다. 그러나 2017년 서울동부지법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초범이며 어머니의 선도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항소심에서야 실형(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졌다.

D씨는 2016~2017년 여자동창생 18명의 얼굴, 몸 등을 이용한 합성사진과 이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63회에 걸쳐 트위터에 게시한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는 일부 피해자의 실명과 페이스북 주소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1심 형량은 징역 10개월. 항소심 판단도 동일했다. E씨에겐 청소년 피해자가 있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아청법) 위반 혐의가 더해졌지만, 서울남부지법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가장 무거운 벌을 받은 F씨의 경우 그나마 처벌수위가 높은 아청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있고, 불법촬영 전력이 더해져 1심(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2심에서 몇몇 합성사진의 경우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 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9월 그대로 확정됐다.

이제라도 법 개정됐지만... 갈 길이 멀다
 
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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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든 사진 파일은 충분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이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진의 유포경로를 알 수 없고, 영구적인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고 했다. 다른 사건 재판부들도 판결문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았지만, 당장 지인능욕을 처벌하는 기준은 '성범죄'가 아니라 '음란물 유포'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나마 국회도 이 점을 반영해 지인능욕 같은 사례를 처벌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5일 성폭력처벌법을 바꿨다.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인능욕의 경우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음란물 유포로 처벌됐다"며 "그러다 보니 처벌 수위가 낮고, 범죄가 아닌 놀이로 여겨졌다"고 했다. 이어 "6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지금이라도 법이 개정된 건 다행"이라며 "형벌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피해자가 있는 가공된 이미지·동영상도 성폭력이란 인식의 재고가 이뤄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피해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3월 31일 성명서에서 ▲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규제 강화 ▲ 성착취 영상물 제작자·유포자·소지자 신상공개 및 보호관찰, 교육의무 부과, 전자장치 부착 규정 신설 ▲ 피해자들의 회복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 인터넷 사업자의 피해자 검색 삭제의무 부과 등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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