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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생긴후 나의 삶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기가 생긴후 나의 삶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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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이제 아빠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태어난 지도 어느덧 250일이 지났다. 아내와 연애결혼에 성공해 여느집 가장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아빠가 되어있다. 그러면서도 가끔 실감이 나지 않아 아내와 아이를 쳐다보며 슬며시 혼자 웃기도 한다. 그만큼 노총각 생활이 길었고, 현재의 행복이 꿈같이 느껴진다.

40살을 넘겨서 결혼한지라 친구들 중에서도 매우 늦은 편이다. 빠른 친구들은 10대 후반에 결혼해 아들이 벌써 군대를 전역한 녀석도 있으며, 심지어 손주가 탄생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린 케이스도 존재한다.

누가 그랬던가 '결혼은 현실이다'라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상 모든 일에는 책임도 함께 따르므로 무거워진 어깨, 바빠진 몸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는 아이를 낳게 되면 더욱 뚜렷해진다. '사람의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로 구분 된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초반에는 갑자기 바뀐 생활에 적응을 못해 아내에게 많은 짐을 지게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할 필요성을 느꼈다. 도망갈(?) 구실을 찾자면 수도 없겠으나, 육아에 지친 아내의 모습과 내 아이라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부부가 함께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물론 서툴다. 첫아이이기도 하고, 그동안 해오지 않은 생활의 반복인지라 열심히 해도 실수가 자꾸 나온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같이 나이 많고 서툰 아빠도 육아에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무심한 아빠들을 독려하고 싶기도 하고 같은 처지의 아빠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다. 매일이 실수지만 그렇게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을 함께 공개해본다.
 
 겪어볼수록 육아는 정말 힘들다. 아내를 많이 도와줘야한다.
 겪어볼수록 육아는 정말 힘들다. 아내를 많이 도와줘야한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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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귀가 밝아진 나, 평생의 수면습관이 바뀌다

이제는 새벽 시간에 일어나 아내와 교대로 아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일단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의 나는 자다가 중간에 못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한번 잠들면 휴대폰 알람은 물론 아주 큰 자명종 소리조차 못 듣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업어 가도 모르는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현관문 노크 소리 등에는 제대로 반응하는지라, 나에게 이른 시각 급한 볼일 있는 사람은 우리집 현관문을 가볍게 노크해달라고 미리 말하기도 했다. 군대시절 기상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가 나오기 직전 지지직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듯 현관문 노크 소리는 작게 터치만 해도 귀에 확실하게 인지됐다. 그나마 저런 것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새벽에 교대하는 것은 아내나 나나 곤욕이었다. 일단 깊은 잠을 자는 성격상 나는 쉽게 잠에서 깨지 못했고, 잠귀가 밝은 아내는 그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늦은 시간까지 아기 잠투정에 지친 아내는, '일부러 안 깬 척 하는 거지?'라면서 화를 내는 경우도 가끔 있었고, 나는 '평생 몸에 밴 습관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뀌냐? 적응되면 차츰 나아질테니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되냐'며 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아니면 아내가 좋게 깨워도 단잠을 깬 것이 아쉬워 짜증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군대 시절 불침번 빼고 평생 새벽 시간에 일어나본 적이 손에 꼽히는 나로서는 수면패턴 바꾸기가 정말정말 힘들었다.

다행히 몇 달 고생하다보니,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가벼운 자극에도 금세 잠에서 깨는가 하면 아내의 발자국 소리나 작은 방(교대 방, 잠시라도 문을 닫아놓고 편히 자기위한 공간) 문 여는 소리에도 눈을 번쩍 떴다. 오히려 요새는 잠귀가 너무 밝아져서 큰일이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는 말보다는, '역시 육아의 길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루하루 아기가 커나가는 모습을 보는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하루하루 아기가 커나가는 모습을 보는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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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안되는 생활? 시간과 마음가짐 변화가 약

초기에는 잠에서 깨어 교대를 한다 해도 문제였다. 일단 몸이 너무 피곤한지라 의욕자체가 없었고, 분유 타서 먹이기, 기저귀 갈기 등 모든 일이 어설프고 서툴렀다. 무엇보다 손이 너무 투박한 관계로 자다가 깬 아기를 제대로 달래지 못했다. 육아를 해본 모든 부모님들께서 잘 알다시피 아기는 일정 나이대가 되기 전까지는 자다가 중간에 경우가 빈번하다.

배가 고파서, 자세가 불편해서, 깊이 잠들지 못해서, 꿈을 꾸다 놀래서 등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잦을 때는 한 시간에도 몇 번씩 깨는지라 아기를 다독여 안심시키고 재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초창기 나는 이 부분에서 유달리 서툴렀고, 아기를 다시 재우기는커녕 그대로 깨워버리기 일쑤였다.

먹는 것, 자는 것 다 중요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이 가장 민감해질 때는 잠이다. 이는 우리 아기도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깬, 혹은 더 자고 싶은데 제대로 못 자 짜증이 난 아기는 집안이 떠내려가라 울었고 그렇게 되면 아내는 눈을 비비며, '오빠, 아기를 그렇게 자꾸 울리면 교대한 의미가 없잖아'라며 볼멘소리를 내곤했다.

물론 나 역시 이왕지사 교대를 했는데, 아내가 잠에서 깨지 않길 바란다.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신경은, '어어… 이러다 아내 깨면 안 되는데', 그 생각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내가 중간에 자꾸 깨거나 아예 깨버려서 아기를 다시 돌보게 되면, 일단은 무엇보다 너무 미안해진다.

더불어 중간에 깨서 교대해준 의미도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한 사람은 쉬게 해줘야 할 교대 시간이 아내, 나 그리고 아기까지 3명이 고생하는 시간이 되고 만다.

이 부분을 해결해준 것은 시간과 마음가짐이었다. 반복적으로 밤시간 육아교대를 하다보니 어느 정도 몸이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교대 한 달 정도는 중간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깨어나는 것이 아닌 당연한 시간이 되었다고 반응하게 됐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바뀌어간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육아에 참여하면 할수록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야했고, 감정소모도 상당한 편이었다. 나같은 경우 본래 웃음이 많지 않은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할 때가 많다.

특히 큰소리로 웃을 때가 손에 꼽힐 정도로 대놓고 웃는 편이 적다. 코미디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살짝 미소 짓는 정도다. 마음은 웃고 있어도 겉으로 티가 나게 큰소리로 웃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육아를 하려면 표정이 다양해야 된다. 아기는 조그만 것에도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기에 부모의 밝은 표정이나 음성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밤에 자다가 깨서 우는 아기를 달래줄 때는 온몸으로 안심시켜줄 필요가 있다.

때문에 나는 아기를 대할 때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눈웃음을 짓는 등 최대한 환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목소리 역시 때론 하이톤으로, 때론 엄마처럼 다정하게 해보려 많은 변화를 줬다. 이러한 것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제법 표정이 다양해졌다. 만들어진 표정이 아닌 나의 얼굴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이 같이 하나하나 변화가 생긴 데에는 마음가짐을 달리 가진 부분이 큰 것 같다. 처음에는 수시로 깨서 우는 아기로 인해 짜증도 자주 났던 것이 사실이다. 단잠을 참아가며 피곤한 몸으로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았는데 제대로 자지도 않고 큰 목소리로 울기만 하는 아들이 얄밉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난 부성애가 없나? 아빠 자격이 없는 것일까?'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이에 수시로 각종 검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육아에 관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심지어 나와 다른 세상이라고 여겼던 맘카페까지 눈팅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비록 이론일 뿐이지만 이러한 적극적 관심은 육아에 분명 도움이 됐다. 특히 아기 입장에서 느끼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좀 더 아들을 이해하게 됐다.

이후, 아들이 갑자기 울고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담아 달래주는게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우는 아들을 보고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마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장난스레 아들에게 둘리 만두, 하얀달 등의 애칭을 지어줬는데, 새벽녘 녀석이 울 때 얼굴이 만들어준 별명과 너무 딱 잘맞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함박 웃음을 짓게 된다.

웃음이 가득한 채 아들을 바라보다보니 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아기를 어깨에 맨 채 토닥토닥 등이나 엉덩이를 두들겨주면서 한 마디씩 하고는 한다. '아들, 크느라고 힘들지? 아빠만 믿어' 더불어 출산 후 초반 몇 주(내가 적응을 전혀 못 하던 시기)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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