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디우프(27세·202cm)

KGC인삼공사 디우프(27세·202cm) ⓒ 박진철 기자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맹활약한 디우프(27세·202cm)의 해외 빅 클럽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 소속팀 KGC인삼공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우프는 28일 고국인 이탈리아로 떠났다.

디우프는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기록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여자배구 득점 부문에서 전체 선수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팀 내 공격 점유율도 45.3%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시즌 공격시도 횟수도 1830회로 역시 압도적 1위다.

코로나19 사태로 기록 행진이 중단됐지만, 만약 정규리그가 재개됐다면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이자 '몰방 배구'로 평가받는 몬타뇨의 기록(1886회)을 넘어서는 건 불문가지였다. 이 부문에서 V리그 역대 신기록을 작성할 가능성도 있었다.

실력과 인품 겸비... '역대급 외국인' 찬사

디우프가 국내 배구팬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는 건, 세계 정상급 실력에도 불구하고 팀과 동료를 배려하는 인품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디우프는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두려움과 고국의 가족 걱정 때문에 서둘러 한국을 떠나는 '이탈 러시' 국면에서도 "V리그가 재개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끝까지 경기를 뛰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던 중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19-2020시즌 V리그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문제는 디우프의 고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라는 점이었다. 때문에 KGC인삼공사 구단은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한국에 더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디우프는 의연하게 고국으로 돌아갔다. 28일 디우프가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는 KGC인삼공사의 이영택 감독과 안준찬 코치를 비롯해 한송이, 염혜선 선수 등이 대거 배웅을 나왔다. 이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8월에 다시 만나자"는 말을 연신 주고받았다. 디우프도 배웅 나온 이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자존심 상한' 챔스 우승팀... 영입 작업 맹렬
 
 2019-2020시즌 노바라 팀 선수들...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2019.12.3)

2019-2020시즌 노바라 팀 선수들...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2019.12.3) ⓒ 국제배구연맹


이제는 해외 빅 클럽의 디우프 영입 시도와 디우프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매체들은 지난 2월부터 이탈리아 리그 빅3 팀인 노바라가 V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디우프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2월 27일 이탈리아 유력 매체인 <SPORT MEDIASET>는 "노바라 팀의 움직임이 매우 강렬하다"며 "특히 라이트 공격수 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월 중순 한국 V리그를 종료하는 디우프에게 이미 영입 제안(오퍼)을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디우프가 브라질 리그에서 최상급 활약을 했고, 올 시즌도 대전 KGC인삼공사에서 총 832득점, 경기당 평균득점 32득점으로 파괴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V리그에서 단연 득점왕"이라고 소개했다.

노바라는 여자배구 세계 정상급 클럽이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주 공격수였던 에고누(22세·190cm)가 라이벌 팀인 이모코로 이적하면서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노바라는 에고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세계 배구 강국의 대표팀 주전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바실레바(불가리아), 코트니(미국), 브라코체비치(세르비아), 벨리코비치(세르비아), 키리켈라(이탈리아), 미샤 핸콕(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뤘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라이트 공격수인 에고누의 빈 자리는 컸다. 노바라는 올 시즌 이탈리아 리그 정규리그에서 3위에 그쳤다. 2월에 열린 이탈리아 컵 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몬차 팀에 패해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12월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준결승 에자즈바쉬와 경기에서는 5세트에서 김연경의 끝내기 득점포를 맞고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앞으로 이탈리아 리그 포스트시즌과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재개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인 라바리니 감독(41세)이 이끄는 부스토 아르시치오가 이탈리아 정규리그 2위와 이탈리아 컵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모습과 크게 대비가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현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지만 도쿄 올림픽까지만 '임시 계약직'으로 감독을 맡고 있다. 전임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구단인 이탈리아 리그의 부스토 아르시치오 팀 감독을 병행하고 있다.

노바라, 라바리니 감독 '영입 확실시'

결국 노바라는 다음 시즌을 위해 라바리니 감독을 영입하기로 했다. 해외매체들은 지난 26일 일제히 노바라가 라바리니 감독 영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27일에는 라바리니 감독의 노바라행이 사실상 확정됐고, 부스토 아르시치오 구단도 다른 감독 영입에 돌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iVolley Magazine>은 "라바리니 감독이 첫 시즌 종료 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한 계약 조항이 실행됐다"며 "라바리니 감독은 부스토 아르시치오 구단에게 다음 시즌 감독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노바라 구단 입장에서는 아무리 초호화 선수들을 모아놓아도 감독이 역할을 잘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노바라는 라이트 공격력 강화를 위해 디우프뿐만 아니라, 미국 대표팀 백업 라이트인 조던 톰슨(23세·193cm)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조던 톰슨은 현재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디우프와 재계약을 강하게 희망하는 KGC인삼공사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디우프가 우리 구단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다시 오겠다는 생각도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적 빅 클럽이 디우프 영입에 뛰어들었다면, 그 구단이 연봉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디우프, 내년 V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우선, 연봉 수준과 영입 구단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우프가 다음 시즌(2020-2021시즌)에 KGC인삼공사와 재계약할 경우 현행 규정에 따르면, 20만 달러(한화 약 2억4천만 원)를 받게 된다.

그러나 V리그 프로구단들은 4월 초 KOVO 이사회에서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연봉을 1만 달러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다음 시즌부터 V리그에서 최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는 연봉 16만 달러(한화 약 1억9천만 원), 재계약 외국인 선수는 연봉 21만 달러(한화 약 2억5천만 원)를 '세금 납부 없이' 액면 그대로 받게 된다. 세금은 국내 구단이 대신 납부한다.

유럽 등 해외 리그는 연봉을 받으면, 세금을 본인이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는 "디우프가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받을 수 있는 20~21만 달러와 똑같은 금액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팀으로부터 39만 달러(한화 약 4억7천만 원)는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노바라가 디우프 영입에 얼마나 큰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노바라는 이탈리아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빅 클럽이다. 디우프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40만 달러도 줄 수 있는 구단이다. 또한 그보다 다소 적더라도 디우프 입장에서는 빅 클럽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국 팬들로부터 실력과 인성 모두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은 디우프. 다음 시즌에도 V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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