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종영한 KBS 드라마 <포레스트>의 한 장면

19일 종영한 KBS 드라마 <포레스트>의 한 장면 ⓒ KBS

 
KBS 2TV 수목드라마 <포레스트>(극본 이선영, 연출 오종록)가 19일 3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포레스트>는 현실적인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각자 행복하지 않은 기억으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숲'이라는 공간에 모여들면서 치유해나가고 행복의 본질을 깨닫는 내용을 그린 '미스터리 로맨스' 드라마다. 국가대표급 비주얼을 자랑하는 두 선남선녀 배우인 박해진과 조보아의 만남으로도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박해진은 비정하고 냉철한 M&A 전문가 출신이지만, 정영재(조보아)를 만나고 119특수구조대 팀에 위장 잠입하면서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깨닫고 조금씩 인간답게 변화해가는 강산혁 역을 맡았다. 조보아는 넘치는 열정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외과 의사 정영재 역할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남녀 주인공을 그려냈다.

<포레스트>은 제목처럼 '숲'이라는 공간이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드라마 속 미령숲은 등장인물들의 수많은 사연과 비밀을 간직한 공간이자, 도시에서 각자 상처를 받아 트라우마를 갖게 된 현대인들을 품어주는 치유의 장소라는 설정이다. 제작진은 숲에서 나오는 건강한 피톤치드처럼 보는 이들에게 감성과 위안을 줄 수 있는 '힐링 로맨스'를 목표로 내세웠다.

무난하지만 특별한 반전 없는 결말, 그러나
 
 19일 종영한 KBS 드라마 <포레스트>의 한 장면

19일 종영한 KBS 드라마 <포레스트>의 한 장면 ⓒ KBS


하지만 정작 방영기간 내내 <포레스트>가 남긴 여운은, 힐링을 받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낯선 숲에서 길을 잃고 내내 목적지만 찾아다니다가 끝나버린 듯한 느낌에 더 가까웠다. 최종화에서 마을 오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강산혁의 활약으로 악역 권주한(최광일)의 악행이 모두 탄로나며 법의 심판을 받게된다. 또 정영재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고 강산혁과 재회하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무난하지만 특별한 반전 없이 예상 가능했던 결말이다.

<포레스트>의 문제는 초반부터 스토리와 세계관에 대한 개연성 구축에 실패했다는데 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축은 미령숲과 강산혁의 과거를 둘러싼 미스터리, 그리고 강산혁과 정영재의 로맨스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내내 삐걱댄다.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엄연히 2020년대 드라마임에도 마치 1990년대 청춘 로맨스물을 보는 듯 진부하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재회하여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회까지도 대사와 억지스러운 설정이 나와 아쉬움을 주었다. 

강산혁이 미령숲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는 과정이나, 굳이 119 특수구조대원으로 위장 취업한다는 설정도 극 전개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트라우마는 있지만 초반까지만 해도 나름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캐릭터로 설정된 듯하던 정영재는, 후반부로 갈수록 남자주인공의 활약상과 로맨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동적이고 진부한 히로인에 머물고 만다. 드라마의 방향을 이끌어가야할 서사의 당위성이 이처럼 빈약하다보니, 극중 인물들이 아무리 심각한 표정을 짓거나 낭만적인 대사를 내뱉어도 정작 시청자들은 상황에 몰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느 하나 집중하지 못한 것이 <포레스트>의 패인

또한 <포레스트>는 장르적으로도 완급 조절에 실패하며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정통 멜로물이라기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에서 벗어난 이야기의 비중이 너무 컸고 이야기 전개도 극단적이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나 추리물이라 하기에는 구성의 치밀함이나 일관성이 너무 떨어졌다.

더불어 권선징악을 통한 사건 해결과 주인공들의 트라우마 극복은 마지막회에 가서야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조연들의 캐릭터나 사이드 스토리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장르적 정체성이 분명하고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배경묘사를 중시하는 드라마들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포레스트>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색깔이 불분명했고 구성도 허술했다.

박해진과 조보아의 연기력이나 주연배우로서의 흡인력은 호불호가 갈린다. 박해진은 <치즈인더트랩>이나 <나쁜 녀석들>처럼 '사연을 간직한 시크한 도시남자' 역할을 연기할 때 가장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이번 드라마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그 외 장면에서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눈에 띄어 아쉬움이 남았다. 

귀엽고 러블리한 여성 역할에서 빛나는 조보아지만, 의사라는 직업적 설정이 다소 어울리지 않은데다 대사 처리 부분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두 배우 모두 극 후반부로 가면서 다소 안정을 찾아기는 했어도, 서로간의 로맨스 호흡은 빛나는 비주얼이 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포레스트>는 시청률 집계기간인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초반부인 1~4회에만 7%대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고 이후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자체 기록을 뛰어넘지 못했다. SNS나 드라마 커뮤니티 등에서 언급되는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소를 담아내려는 의욕은 많았지만 결국 어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것이 <포레스트>의 패인이었다.

지난해 <동백꽃 필무렵>의 반짝 성공에 가려졌지만 그 이후 다수의 지상파 방영 드라마들이 여전히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는 완성도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다.
포레스트드라마 조보아 박해진 미스터리로맨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