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 ⓒ EPA/연합뉴스

 
'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은 92년생으로 올해 28세, 한국 나이로 치면 29세다. 2011년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스무살에 프로와 대표팀 무대에 데뷔했던 손흥민도 이제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축구선수로서는 이제 베테랑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연륜이 쌓였다. 쏜살같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2014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던 손흥민에게는 토트넘에서 보낸 지난 5년간의 시간이 유망주를 넘어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정상급 선수로 올라서는 전환점이었다고 할 만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차범근 감독의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기록, 한국인 유럽파 통산 최다골,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역대 첫 50골 돌파 등 눈부신 대기록들을 잇달아 수립하며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자리 잡았다.

손흥민은 최근 팔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이번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16골·9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잠시 부상 공백기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손흥민이 축구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축구선수에게 30세는 일종의 전환점을 앞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수비수나 골키퍼와는 달리 공격수들은 30대에 접어들며 신체능력이 하락하면서 서서히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차범근, 이동국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전성기를 오래 유지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소수에 가깝고, 오히려 대부분 30대에 접어들면 내리막을 타는 경우가 더 흔하다. 특히 손흥민처럼 정적인 움직임이나 전술 이해도보다는 스피드와 활동량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일수록 신체능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에 따라 전성기가 결정된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손흥민 이전에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해외파인 박지성이나 기성용같은 경우, 30대 초반에 접어들며 잦은 부상과 체력 부담 때문에 대표팀을 일찍 은퇴해야했다. 현재 손흥민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제 그에게도 멀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됐다.

토트넘 부동의 에이스이자 대표팀에서도 주장까지 맡고 있는 손흥민은 현재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존재다. 수년간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에 출전하느라 '혹사 논란'까지 나올 정도다. 나이에 비하여 동안인 얼굴과 비교적 잔부상이 많지 않았던 튼튼한 내구성 때문에 가려졌을뿐, 현재 우리가 보고있는 손흥민의 활약상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유지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의 소속팀인 토트넘이 과연 손흥민의 앞으로 남은 전성기까지 온전히 바칠 만한 가치와 비전이 있는 구단인가 하는 점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손흥민의 입단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손흥민을 토트넘으로 처음 데려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도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FA컵-UCL 조기탈락, 리그에서는 8위로 추락하며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진출도 불투명하다. 현재 프리미어리그가 코로나 사태로 일시중단된 가운데 손흥민은 다행히 부상을 털고 리그가 재개되는 4월 30일 이후 후반기 정상 복귀가 기대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팩트는 손흥민이 그동안 뛰어난 개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을 비롯하여 클럽무대에서 아직 단 한 개의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유럽 정상까지 밟아봤던 차범근이나 박지성같은 선배 레전드들에 비하여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3년 6월까지다. 손흥민이 정상적으로 토트넘에서 계약을 다 마칠 경우 어느덧 한국나 이 32세의 베테랑이 된다. 냉정히 말해 토트넘은 우승에 대한 야망보다는 수익성을 더 중시하는 구단이다. 포체티노 감독 시절 DESK 라인(해리케인- 손흥민-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는 역대급 조합으로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는데, 손흥민의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다시 이 정도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비관적이다. 토트넘에서 매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손흥민이 계약기간을 다 마쳤을 때 단 한 개의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한다면 두고 두고 아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팀 동료였던 에릭센과 토트넘의 씁쓸한 결별 사례는 손흥민에게도 적절한 '이적 타이밍'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다 토트넘에서 EPL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맹활약했던 에릭센은 구단과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계약 만료를 몇 달 앞두고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인테르로 팀을 옮겼다. 그동안 에릭센은 동기부여를 잃고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했고, 구단은 구단대로 제대로 된 이적료도 챙기지 못하고 핵심 선수도 잃는 이중의 손해를 봤다.

팀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수비수 토비 알더베이럴트나 얀 베르통언 역시 재계약 대우 문제를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손흥민도 지금이야 핵심 전력 대우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서른을 넘기고 만일 기량이 하락세 조짐을 보이기라도 하면 에릭센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토트넘의 다음 시즌 UCL 진출이 불투명해지면서 핵심 선수들의 이적설이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을 비롯하여 손흥민의 이름 역시 유럽 축구 언론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이브닝뉴스-스페인 매체 돈발롱 등은 손흥민을 각각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시티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한 선수로 거론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일부 언론의 주장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로라하는 '빅클럽'의 영입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자체가 손흥민의 현재 기량과 위상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손흥민이 우승이나 개인 커리어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변화를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지금의 토트넘은 더 이상 손흥민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 되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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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 손흥민전성기 손흥민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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