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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약 두 달이 지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에 '감염병 대란'에 맞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감염병 대처 과정을 중간 점검했다.[편집자말]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종합대책회의에서 서정협 행정1부시장 내정자와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악수 대신 팔을 부딪히는 인사법을 선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종합대책회의에서 서정협 행정1부시장 내정자와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악수 대신 팔을 부딪히는 인사법을 선보이고 있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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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코로나19'는 설 연휴(1월 24~27일) 전에만 해도 사람들에게 큰 뉴스가 아니었다.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뉴스는 신문 국제면을 넘지 못했다.

1월 20일 36세의 중국 여성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에는 나백주 시민안전국장을 책임자로 하는 방역대책반이 22일 구성됐다. 다음날인 1월 23일에는 중국 우한시를 다녀온 적이 있는 서울의 회사원(56)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설 연휴 첫 날인 1월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16개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코로나19 대책회의가 소집됐다. 오후 3시로 예정된 회의에 가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코로나19의 위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5년 전을 떠올리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은 검체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관련 호흡기 증상 사례를 기침과 발열에 국한하지 말고 인후통, 가래까지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박 시장은 우한시는 물론이고 후베이성을 다녀온 사람들까지도 귀국하면 자가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범위가 확대됐다.

정부의 첫 대책회의가 있던 날, 일부 장·차관은 회의에 앞서 악수를 나눴다. 박 시장도 2월 28일 오전 코로나19 대응 세계보건기구(WHO) 영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회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그날 회의에서 박 시장은 "새해 인사로 악수를 많이 하는데 예방 차원에서 손을 접촉하지 않게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박 시장은 당일 오후 시청 회의에서 그 얘기를 전하면서 옆자리의 서정협 행정1부시장과 팔을 부딪히는 새 인사법을 직접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지나친 쇼맨십"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의사 출신 박인숙 미래통합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문 손잡이를 통해 병이 전염될 수 있으니 악수를 줄이거나 악수 전에 손을 닦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정부에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자고 건의... 4일 후 격상

2월 17일 대구 신천지 신도(31번)의 확진 판정 이후, 코로나19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원순 시장은 이틀 뒤인 2월 19일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자고 정부 측에 공개 건의했다.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내부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박 시장은 '과잉 대응'이 낫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던 정부도 결국 2월 23일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를 지휘하게 됐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은 3월 2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인 '잠시 멈춤'을 추진했다.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중국과 같은 관 주도 통제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공서와 회사에 재택근무를 유도하고, 시민들의 모임 및 이동 자제를 호소했다. 그 이튿날인 3월 3일부터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잠시 멈춤' 일주일 만에 서울의 대중교통 이용량은 1/3 가량 감소했고, 수도권 일일 유입 인구도 45.1% 감소했다(3월 8일 기준). 그리고 이주일 후에는 서울의 전체 교회 6490곳 중 2/3에 해당하는 4319곳이 오프라인 예배를 중단했다(3월 15일 기준). 특히, 대형교회 55곳 가운데 47곳이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반중(反中) 혐오 정서 일관되게 반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박 시장이 방역만큼 신경을 썼던 것이 '반중(反中) 혐오' 정서에 대한 우려였다.

지난 1월 31일 박 시장은 25개 구청 선별진료소 가운데 송파구를 방문했다. 이 지역 롯데타워와 면세점 등에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울은 40만 외국인이 살고 있고,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서 그야말로 국제도시가 됐다"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4일에는 서울시립대의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로 방문했고, 2월 7일에는 중국한국인회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 동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2월 12일 박원순 시장을 찾아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말로 "물심양면 설중송탄(雪中送炭: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준다'는 뜻의 고사성어)"을 인용하며 "지원물자도 서울시민들의 따뜻한 마음도 잘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싱 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싱 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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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해 '지나친 중국사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월 13일 중국 CCTV(China Central Television) 등을 통해 현지에 방송된 박 시장의 중국어 응원 메시지(우한짜요: 武漢加油, 우한 힘내라)는 약 2주 뒤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보수층으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2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중국인 입국 금지' 게시글에 76만1833명이 참여하는 등 중국 혐오 정서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일관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2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과학적으로 대응할 일이지, 선입견이나 혐오 감정으로 대할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국경 봉쇄'가 코로나19 방역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확진자 수가 각각 3만5000명과 1만7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와 이란의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1월 30일, 이란은 1월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지만, 두 나라 모두 2월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막아내지 못했다.

더 나아가 박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유례없이 높은 한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소탐대실'이라는 얘기다.

광화문광장 집회 전면금지, 직접 나가 마이크 잡기도

반면, 박 시장은 코로나19와의 인과 관계가 분명히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2월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내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고, 광화문광장 등에서의 도심 집회를 전면 불허했다. 2월 22일에는 집회 참석자들이 물병을 집어던지는, 험악한 상황에서도 광화문광장에 직접 나가 집회 중단을 촉구하는 방송 마이크를 직접 잡았다.
 
마이크 잡은 박원순 시장 '집회 해산하고, 귀가하세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의거 광화문광장 등 도심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대표 전광훈 목사) 주최 대규모 집회가 강행되었다. 박원순 시장이 집회참가자들에게 해산 및 귀가를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아 방송차에서 직접 안내방송을 했다.
▲ 마이크 잡은 박원순 시장 "집회 해산하고, 귀가하세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의거 광화문광장 등 도심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대표 전광훈 목사) 주최 대규모 집회가 강행되었다. 박원순 시장이 집회참가자들에게 해산 및 귀가를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아 방송차에서 직접 안내방송을 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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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TV토론에 나가서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짓고 있다"고 비판하고, 사흘 뒤에는 이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했다. 신천지 교인들이 서울시 조사에 비협조적이어서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이었는데, '이런 법리 적용이 가능하냐'는 논쟁이 벌어졌다. "인권변호사 출신 박 시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천지의 인권을 저버렸다"는 비난도 나왔다. (☞ 관련기사 : 신천지 이만희를 '살인죄'로 몬 박원순, 사실은... http://omn.kr/1mrta)

이 총회장이 3월 2일 오후 은둔을 접고 신도들에게 정부 조사에 협조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나서야 박 시장의 속내가 드러났다. 박 시장은 다음날인 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은 서울시의 고발은 이만희 총회장이나 지도부를 처벌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며 "(신도들 상태를) 빨리 확인해서 더 이상 확산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압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이만희 총회장의 '투항'을 받아내기 위해 강력한 쇼크 요법을 사용한 셈이다.

서울시 저소득층 118만 가구에 30만~50만원 긴급생활비 지급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82명(3월 19일 기준)에 이르지만, 사망자는 '0명'에 묶어놓고 있다. 방역도 방역이지만 시급히 다뤄야 할 분야가 서민경제 붕괴 대비책이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 국면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국민에 100만 원 지급'(예산 51조 원 소요)을 주장할 때, 박 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60만 원을 지급하는 4조8000억 원의 '긴급재난생활비'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지난 17일에는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 원의 추경예산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자, 이튿날인 18일 서울시 재난기금 3271억 원을 풀어 추경의 사각지대에 있는 118만 가구에 30만~50만원의 긴급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서울시가 19일 8619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며 다시 크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시민들 생활이 파탄지경인데, 시민이 없는 건전재정이 무슨 소용이냐?"며 국고를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50조 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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