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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전국 253개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라고 발표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대표, 권은희 이태규 의원.
▲ 안철수 "전국 253개지역구 후보 안내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전국 253개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라고 발표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대표, 권은희 이태규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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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 대부분이 시당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 등 당에서 직책을 맡은 인물들이다. 영입인재 이지문씨는 컷오프됐다. 

국민의당은 18일 비례대표 후보 수의 2배수인 40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발표된 명단은 비례대표후보자 추천위원회가 1차로 후보를 정리한 명단으로, 남성과 여성이 모두 20명이다.

그런데 40명의 후보중 상당수가 이전에 정치 활동을 해온 인물들로, 국민의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권은희 의원이다. 권 의원은 광주 광산을에서 지역구 재선 의원을 지냈으나 이번에 비례대표로 옮겼다. 안철수 의원의 참모로 꼽히는 이태규 의원도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고 이번에도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재선을 지역구, 3선을 비례로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데다가 비례대표만 연속으로 하는 일도 요즘엔 드문 점을 감안하면 독특한 일이다.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간부들도 있다. 권은희, 이태규 의원을 제외하고도 김경환 국민의당 최고위원, 김도식 국민의당 당대표 비서실장,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사공정규 대구시당위원장, 김예림 국민의당 부대변인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랐다.

국민의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 직위를 역임한 인물로는 한현택 전 국민의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 정광호 전 국민의당 제5정책위원회 부의장, 이현웅 전 국민의당 창당기획단 기획2실장, 방정현 전 국민의당 정책위 부의장, 남기예 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여성위원장, 박재영 전 바른미래당 과천의왕 지역위원장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양심선언 사건으로 정권의 부정선거를 폭로한 공익신고자의 원조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지문 이사장은 과거 중위로 복무하면서 군 부재자투표의 문제점을 폭로한 인물로, 안철수 대표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는 공천을 신청했으나 떨어졌다.

이외의 인물 중에도 참신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들이 많다. 안귀옥 변호사는 과거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을에 출마했다 윤상현 의원에게 패해 낙선한 바 있다.

임소영 후보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지원했던 인물이고, 신나리 후보는 미래통합당에서 지역구 의원을 준비한 바 있다. 이 두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다른 정당에 지원했던 것이 아니라 이번 21대 총선에서 후보로 지원하고 후에 국민의당에 들어온 것이다.

광역시당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을 지낸 이들이 비례대표에 출마하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 광역시당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이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양당의 험지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활동한 인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의당처럼 다른 선거에서 출마한 적이 있는 간부나 험지가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고위 인사가 출마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6년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영입한 물리학자 출신 신용현, 오세정 의원, 장성 출신 김중로 의원, 회계사 출신 채이배 의원, 변호사 출신 김삼화 의원 등 기존에 정치권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인재들을 많이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비례대표 당선권을 받아 무난하게 정치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당의 간부들이다. 안철수 대표를 모시고 당에서 직책을 맡은 인물로 가득하다. 전문성이나 상징성이 있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 기존에 정치권에서 활동한 이들 대부분이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풍경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초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처럼 비례대표만 지낸 경우는 매우 특수하고, 요즘은 초선으로 비례대표를 지낸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하거나 지역구 도전으로 선회한다. 정치권에서 활동한 기존 인사들이 지역구에 출마해야 당의 기반이 마련되고 빈 비례대표 명부에 새로운 인사가 영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박경미 의원은 서울 서초을에 도전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임이자 의원은 경북 상주문경에 도전한다.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은 연수을에 도전한다. 민주당의 이철희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후 총선에서 불출마하기로 일찌감치 정한 바 있다.

안철수 대표는 정당사 초유의 지역구 무공천을 선언한 바 있다. 비례대표 후보만 내고, 미래통합당의 선거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암묵적 연대였다. 이를 지키기 위해 지역구 출마 의사가 있는 이들은 미래통합당에 개별적으로 합류해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측에서도 무작정 안철수계 출신 인사들을 다 공천할 수는 없다. 기존에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이어도 미래통합당 측 인사가 경쟁력이 있다면 섣불리 이동할 수 없다. 때문에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잔뼈 굵은 인물이나, 당의 위원장, 고위 당직자들이 국민의당에 남아 비례대표에 출마하는 기이한 현상이 탄생한 것이다.

비례대표는 흔히 당의 얼굴이라고 불리운다. 국민의당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하다. 이 점이 선거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달렸다.
 

태그:#권은희, #이태규, #안철수, #국민의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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