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

2020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 ⓒ Glastonbury Festival


'페스티벌의 왕' 역시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전격 취소되었다. 이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2020 글래스톤베리'의 취소를 알리는 한편, 이 행사는 다음 해로 연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고, 극장이 폐쇄되고 있는 가운데, 15만명 이상이 몰리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미국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울트라 마이애미 등 다수의 페스티벌이 취소 및 연기 결정을 한 상황이며, 아직 결정 여부를 알리지 않은 영미, 유럽 페스티벌들도 비슷한 결정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1970년부터 시작된 '페스티벌의 왕'
 
글래스톤베리는 히피의 시대가 끝나가던 1970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지미 헨드릭스가 사망하고 이튿날, 거대한 농장의 주인인 마이클 이비스(Michael Eavis)가 자신의 서머싯 워시팜 농장에 음악 축제를 열면서 이 역사는 시작되었다.

5일간 펼쳐지는 이 축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수십 개의 무대가 존재하며, 대중음악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예술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종합 축제'다. 킬러스(The Killers) 같은 대형 뮤지션이 깜짝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달라이 라마나 제레미 코빈 같은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글래스톤베리는 축제인 동시에 '전쟁'이다. 캠핑 생활과 진흙밭 등의 고난은 필수적으로 감수하게 된다고 한다. 결코 '쾌적한 페스티벌'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지인의 솔직한 후문이었다. 그럼에도 수백만 명이 이곳에 갈 기회를 얻기 위해 '티켓팅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페스티벌만이 선사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잠비나이와 최고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의 뮤지션들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세계의 팬들을 만난 바 있다.
 
폴 매카트니, 다이애나 로스 등 앞세웠으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올해 글래스톤베리의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공연할 예정이었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올해 글래스톤베리의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공연할 예정이었다. ⓒ Glastonbury Festival

  
특히,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2020 글래스톤베리'의 라인업은 그 위상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했다. 헤드라이너로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내정된 상태였다. 영원한 대중음악의 전설과 '21세기 팝의 아이콘', '힙합의 아이콘'이 모두 포진된, 강력한 구성이었다.

그 외에도 영원한 디바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톰 요크(Thom Yorke),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카밀라 카베요, 케이지 더 엘리펀트(Cage The Elephant),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두아 리파(Dua Lipa) 등 장르와 시대를 불문한 이름들이 라인업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올해의 라인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1차 라인업에 공개된 뮤지션들의 52%가 여성 뮤지션,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뮤지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뮤직 페스티벌들과 음악 산업에 성 평등(gender equality)이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버킷 리스트는 잠시 뒤로
 
글래스톤베리의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SNS 친구들과 음악 마니아들의 반응은 '글래스톤베리마저...'였다. 음악과 뮤직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글래스톤베리는 하나의 꿈과 같다. 이 글을 쓴 나의 버킷 리스트에도 '글래스톤베리'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멋진 깃발을 만들어 흔들고 싶은 꿈이 있다.

대형 페스티벌의 전면 취소는 불가항력적인 변수 앞에 내려진 당연한 결정이다. 끝없이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이토록 많은 이들의 즐거움과 꿈을 앗아가고 있다. 만국기처럼 다양한 깃발들이 나부끼는 글래스톤베리 특유의 진풍경은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그때까지 우리는 손을 열심히 씻으며, 평화의 꿈을 꿀 뿐이다!
 
글래스톤베리 폴 매카트니 테일러 스위프트 켄드릭 라마 다이애나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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