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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모를 둔 아들은 만 18개월이 되던 달부터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며 눈물바다였던 아련한 기억. 그날부터 아이는 7살 유치원 졸업식까지 방학 때도 대부분 빠지지 않고 원에 다녔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좋아하고, 원 생활을 즐거워 해서 참 다행이었다.

어느 주말, 외출하자는 말에 "나는 왜 집에 있으면 안돼?" 하며, 아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집에서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것이다. 내 퇴근시간에 맞춰 6시~7시에 집에 돌아오는 아들. 유치원 졸업으로 아이에게 처음으로 긴 방학을 선물했다. 초등학교 입학까지 2주 가량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치원 졸업식은 코로나19로 아이들만의 졸업식으로 진행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선물꾸러미를 가득 싣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배웅했다. 워킹맘인 나는 아이가 마지막으로 원복을 입은 모습도, 선생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화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의 공백기. 일주일쯤은 2~3시간은 다니던 학원에서 친구들과 보냈다. 하지만 2월 24일 코로나19로 국가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모든 학원이 문을 닫았다. 그날부터 아들의 동생과 할머니와의 집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들은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고,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집 생활이 좋았나 보다. 다만, 걱정되는 건 친정엄마. 허리도 좋지 않은데, 아이들 삼시세끼 밥을 챙겨야 하니 자꾸 눈에 밟혔다. 특히, 야근을 하는 날이면 죄송함이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연신 보도하는 뉴스에 친정엄마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손주들과 집을 지켰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미뤄진 입학식 3월 9일을 기다렸지만 또 다시 미뤄진 입학식. 2주 연장에서 다시 2주 연장 4월 6일로 미뤄졌다. 그마저도 확정은 아니다.

주말엔 엄마, 아빠와 함께 공원이나 놀이 시설, 친구를 만나는 대신 이틀을 집에서 보낸다. '집'이라는 공간에 모여 젤리 만들기, 종이컵으로 건축물 따라 만들기, 책 읽기, 게임 등을 같이 하며 더 돈독해진 느낌이 든다.

동생과 함께 하루 24시간을 같이 보내며 동생이 없었으면 심심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 외식 대신 하루 3끼 식사를 엄마 아빠가 직접 준비한 음식으로 함께한다. 가족과 한정된 공간에서 주말을 보내는 아이는 여전히 밝다.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 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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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의 생활이 3주차 되던 어느 날, 아들이 묻는다. "엄마, 유치원은 언제가?" 유치원은 이제 졸업했고, 초등학교에 간다고 설명해 주니, "초등학교도 유치원처럼 친구들 많아? 친구들 보고 싶어" 한다. 

집에서의 생활을 좋아하던 아이도 친구들이 그리웠나 보다. 누가 제일 보고 싶은지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7살 같은 반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와 함께 분수가 나오는 공원에서 뛰어 놀고 싶단다.

아들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일하는 엄마의 평일은 만나기조차 어렵고, 주말이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불편한 권유가 될까 결국 연락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생과 시끌벅쩍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엄마인 나의 마음엔 아이의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자꾸 기다리게 된다. 또래 친구를 만나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그 일이 왜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

공적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어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약국을 5군데나 방문했는데 다 품절이란다. 회사로 복귀하면서 어릴 적 공상과학 그림 그리기 대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21세기 지구는 오염되어, 사람들은 동그란 것을 머리에 쓰고 산소를 공급받으며 다니는. 

이렇게 빨리 마스크를 쓰고 일상 생활을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마스크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돈 대신 마스크로 모든 거래가 이루어는 날이 올 것 같지 않냐는 동료의 우스갯소리에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정말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떠나지 않았다.

며칠 전, 미열이 있었다. 마침 바로 옆자리 동료가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중이라, 이틀 간 가족들 얼굴을 못 보고 지낸 해프닝이 있었다.

몸이 안 좋아 잠시 미열이 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면역력이 약한 아빠와 안전을 위해 2-3주 간을 집에서 보낸 엄마와 아이들이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니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다행히 확진자가 발행하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안심할 수는 없다. 집에서의 생활로 인한 가족과의 돈독함, 가정식 밥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마음껏 친구를 만나고 넓은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다시 선물해 주고 싶다.

나는 젊고 건강하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 대신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여 아이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이 전과 같은 자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첨부파일
OMN.jpg

덧붙이는 글 | https://blog.naver.com/anne_83


태그:#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코로나19시대를겪는아이, #아이의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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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중인 남매 엄마이자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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