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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한 뒤 정의당·민중당·녹색당·미래당 등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 동참 여부가 화두입니다.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 동참 찬반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또 '동성애'가 여야 정치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17일 오전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용 연합정당 국회의원 파견을 비판하던 도중 녹색당을 가리켜 "녹색당은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겠다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TV 토론에서 '동성혼은 시기상조'라고 했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비례연합정당에 녹색당이 참여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동성혼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고 물었다.

전날,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공식석상에서 "동성혼에 찬성하는 사람은 이 당(비례연합정당)을 찍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대표 선거용 연합정당에 정치적 지향이 다른 정당의 참여하는 것을 비판하려 한 발언이었다.

다시금 '동성애'가 선거 국면에서 보수우파 정당의 무기로 등장하고 있다. 통합당은 지금껏 민주당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방식으로 지지세 결집에 나서왔다. 가장 약한 고리는 다름 아닌 '동성애', 즉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문제다. 2017년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끊임없이 물은 이유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고 본다. 

"소모적 논쟁 일으킬 수 있는 정당간 연합엔 어려움"이라고?  
 
17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이해찬 대표와 총선 불출마 의원들의 오찬이 열리는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이해찬 대표와 총선 불출마 의원들의 오찬이 열리는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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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러한 통합당의 공격에 늘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기보다 침묵하거나 돌려 말하고, 심지어는 '동성애 반대'라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동조하는 식으로 통합당의 선동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는 예측은 유감스럽게도 적중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 간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나는 이 발언이 자신들의 잣대로 정책이나 비례대표 후보를 취사 선택해 선거연합정당의 것으로 내세우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거연합정당에,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진보정당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보정치의 구성원으로서도, 성소수자 당사자로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다시금 목격하며, 민주당 주도의 선거연합정당에 진보정당이 참여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17일 민주당은 선거연합정당을 만들 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했다. 녹색당, 미래당 등과 결합했던 정치개혁연대는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민주당은 녹색당, 미래당 등에 대해 이번 주까지 합류의 문호를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세월 진보정치가 간직해온 확고한 원칙

민주당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동성애'와 무관한 정당임을 끊임없이 어필하며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도외시해왔고, 그러한 모습은 선거 국면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반해 진보정당은 통합당이나 민주당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주저하지 않고 맞서는 것으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냈다. 거대양당이 의석수를 위해 성소수자 혐오적인 족적을 남길 때에도, 진보정당은 이를 가리켜 비판하며 스스로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도외시하지 않겠노라 다짐해왔다. 그것은 진보정치가 지난 세월 굳건히 간직해온 확고한 원칙이자 신념이었다.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분들은 교섭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 말한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겠다는 당찬 포부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의 주도권은 민주당이 완전히 틀어쥐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이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으로 정함에 따라 사실상 '군소 진보정당 길들이기'가 이뤄지고 있다. 만일 그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민주당이 선거연합정당 명의로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관한 공약을 명시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가 되면 진보정당은 얻고자 했던 의석 수를 포기할 수 있는가.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처음부터 진보정당이 갖고 있는 많은 원칙과 신념을 의석수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선택지다. 진보정당은 그런 정치적 선택지를 두고 '타협'이라 비판해왔다. 진보정당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관한 원칙과 신념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국회의원 의석 한두 석이라면, 둘을 비교형량했을 때 진보정치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진보정당이 선거연합정당 참여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를 한두 석의 의석을 위해, 지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수호해온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을 내던질 수 있단 말인가.

명분도, 실리도 없다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녹색당ㆍ미래당 선거연합참여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녹색당ㆍ미래당 선거연합참여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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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명분은 물론 실리도 없는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철회돼야 한다. 참여를 결정한 진보정당이 나서 '선거연합정당이 아니라 정책연대로 만들어 기후정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선순위 공약으로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라고 항변한들 이미 민주당의 본심을 아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러한 문제제기의 바탕이 되는 심각한 우려는 성소수자 이슈에 관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민주당이 동물권이나 기후정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적 있는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주도로 이루어진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악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추진에 대한 반성문을 읽은 적 있는가. 간판을 새로 달리 단다고 그 가게의 맛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민은 모르지 않는다.

바라건대 지역구 선거의 문턱에 막혀 수많은 불가항력적 이유로 국회 진입이 어려운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만들어진 비례대표제의 근본적 취지를 진보정당이 나서 몰각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지금껏 진보정당이 걸어온 정도를 지키며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때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지금 여기까지 끌고 온 주체는 다름 아닌 원칙과 신념을 고집해온 진보정당이다. 진보정당은 원칙과 신념이라는 정도 위에 설 때 가장 빛난다.

그러므로 진보정당이 자신의 이름으로 선거에 나서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기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온 거대양당 중심의 구태정치'를 끝내겠다고 유세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자력에 기한 진보정치의 국회 진출이 한국 정치사를 평등과 존엄의 언어로 다시 쓰이게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태그:#선거연합정당, #더불어민주당, #진보정당, #비례대표,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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