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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 수상스포츠체험장 인근, 물고기 사체가 떠있다.
 대전 갑천 수상스포츠체험장 인근, 물고기 사체가 떠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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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 유등천, 대전천 3개의 하천은 대전의 도심에서 만나 금강으로 흘러간다. 이곳은 도심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도 천연기념물 수달 등의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할 정도로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지난 2월 1일 대전 갑천변을 산책하던 시민이 둔산대교 수상스포츠체험장 인근에서 물고기 100여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틀 후 서구청은 물고기 사체를 수거하고 채수한 후 대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며, 서구청은 '강우로 인한 용존산소 부족'으로 사고원인을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고기 떼죽음 사고 발생 지점 500m 상류 부근 다리가 건설중이다.
 물고기 떼죽음 사고 발생 지점 500m 상류 부근 다리가 건설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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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대전충남녹색연합 현장 조사 당시, 발생지점 상류 500m 부근에 다리가 준설되고 있었고, 직하류에는 도룡가동보가 있었다. 가동보는 겨울철 시설 정비를 위해 11월부터 개방되어있는 상태로, 수심이 낮아지면서 보로 인해 바닥에 쌓인 펄이 드러났다. 발생지점을 자세히 보기 위해 둔산대교를 도보로 건너보니 대교 아래에 아직 수거되지 않은 물고기 30여 마리의 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둔산대교 아래 드러난 강 바닥에 물고기 사체가 늘어져 있다.
 둔산대교 아래 드러난 강 바닥에 물고기 사체가 늘어져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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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둔산대교 – 하수처리장 – 전민동' 일대에선 물고기 떼죽음이 일시적이 아닌,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2010년 7월 갑천 가동보 어도 물고기 떼죽음 사고, 2013년 2월 테크노밸리 산단 갑천 물고기 떼죽음 사고, 2017년 5월 전민동-대화동 일대 갑천 물고기 700여마리 떼죽음 사고, 2017년 8월 엑스포과학공원 앞 갑천 물고기 떼죽음 사고, 2019년 5월 갑천 전민보-탑립돌보 구간 물고기 떼죽음 사고, 2019년 7월 대덕구 원촌동 갑천 부근 사고 등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7건의 물고기 떼죽음 사례가 있었다.

해당 지자체는 매번 '수량 부족', '용존산소 부족'으로 원인을 지목하면서, 물고기 떼죽음이야 으레 있을 수 있다는 듯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해당 사고에 관해 수질 전문가는 "겨울철에는 용존산소부족 가능성이 낮고, 용존산소 부족이 문제라면 기온이 올라가는 봄철에 더 문제가 된다"면서, "하천 바닥이 펄층으로 되어 있다면 유기물이 산소를 흡입하면서 용존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우시 용존산소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펄 유기물의 전도 현상이 수질이 탁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산소를 흡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용존산소 부족'이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아니라, 유속이 느려지면서 하천의 자연적인 성격에 맞지 않는 펄층 형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지점 하류의 도룡가동보의 목적은 수변 환경 개선과 수상스포츠 활성화이다. 이를 위해 3월~11월까지는 담수 상태로 운영하고 11월~2월에는 보를 개방하여 시설 정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보로 인해 퇴적물이 쌓여 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보 건설 이전엔 얕고 빠르게 흐르던 유수 생태계에서, 보 건설 이후 담수 생태계로 바뀐 것이다. 대전의 3대 하천에만 14개의 보 2개의 낙차공이 있고, 2개의 가동보와 3개의 라바보가 설치되어 있고 3대하천의 지류지천까지 포함한다면 보의 수는 더 많아진다.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고 현장.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고 현장.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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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로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고가 있다. 4대강사업으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가 건설됐고 2012년 백제보 상류에서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환경부는 '원인 불명'으로 발표했지만, 충청남도에서 전문가, 환경단체, 공무원 등 9명으로 '충남 금강 물고기 집단폐사 민관 합동조사단을 발족해 원인 조사를 실시했고, "4대강(금강)사업에 의한 서식환경의 변화와 유기물 퇴적과 퇴적된 유기물의 분해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갑천 사고에 대해 해당 지자체와 관련 기관은 사고 원인을 '강우로 인한 용존 산소 부족'으로 단락짓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현장조사와 증거수집을 통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응하지 않으면 물고기 떼죽음 사고는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수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인공적인 하천 시설물들의 용도와 목적에 대해 다시 정립하고, 불필요한 시설물들은 과감하게 철거해야 한다.

3월 7일 다시 현장을 방문했을 때 수상스포츠체험장 인근 물고기 20여 마리의 사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봄이 되면 천변을 찾는 시민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죽은 물고기를 보기 위해 하천을 찾는 사람은 없다. 대전시와 해당 지자체는 건강한 하천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이기를 바란다.

태그:#대전, #3대하천, #물고기떼죽음, #갑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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