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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보스턴글로브>에 게재된 <한국에서 코로나와 산다는 것>(Living with the coronavirus epidemic in South Korea)
  미 <보스턴글로브>에 게재된 <한국에서 코로나와 산다는 것>(Living with the coronavirus epidemic in South Korea)
ⓒ 보스턴 글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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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도했어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만약 내가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한국에 있는 것이 미국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예요."

지난 8월 군산에서 살게 된 23세 미국인 영어 강사 헌터 매켄지씨. 첫 해외 경험을 한국에서 시작하게 된 그는 지난주 코로나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들렀다. 평소 들르던 마트에 확진자가 두 번 방문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막막했지만, 검진을 안 받는 것도 무책임하단 생각에 통역을 도와줄 친구와 병원에 들렀다고 한다. 매켄지씨가 검진과정에서 받은 인상은 이랬다.

"의사 검진이 끝나 평온하게 병원으로 돌아왔고 안도의 기도를 드렸어요. 통역을 도와준 다니엘은 진료비가 2만6300원이라고 알려주네요. 처방전은 4300원 나왔어요. 믿을 수 없었어요! 흉부 엑스선만 수십 만 원 나올 거라 걱정했는데, 미국이라면 얼마나 비쌌을지... 마이애미의 어떤 사람은 독감 검진에 거의 360만 원 나왔대요."

10일(현지시간) 미 <보스턴글로브>에 게재된 <한국에서 코로나와 산다는 것>(Living with the coronavirus epidemic in South Korea)이란 매켄지씨의 기고문 중 일부다. 11일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페이스북에 번역문을 게재해 관심을 모은 이 기고문에서 멕켄지씨는 병원 진료 후 "목과 가슴 통증이 사라졌다"면서 평소의 삶을 영위 중이라고 했다. 몸소 겪은 우리 의료 체계에 대한 인상과 군산의 현재 풍경을 전하기도 했다.

"병원 방문 시간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전체 과정은 차분하고 질서정연 했습니다. 효율적인 격리, 가용성, 저렴한 검진 비용 (일부 드라이브 스루 검진 센터가 설치), 그리고 신속히 검진 결과를 SMS로 통보하는 의료 체계가 한국의 대처 효과에 기여하고 있어요.

한국인들의 상태는 종말의 때와 같은 느낌이 아닙니다. 여기 군산은 대부분 가게 문을 열었고 거리가 한산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일상의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는 특히 노인이나 면역력 저하 등 취약 집단의 위험을 고려하면 심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건강할수록 덜 위험하므로) 침착하고 논리적이며 희망적이기도 하지요."


한국 방역당국에 대한 '찬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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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켄지씨는 한국이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는 중이라 전망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대구를 포함한) 확진자 수만 놓고 보면 일반인의 시각으론 그런 평가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의 상황은 다른 것 같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각국의 공격적 대응을 촉구한 WHO는 "(코로나19가) 통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 추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일각에서 지난 2월부터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이 일부 시행착오나 늑장 대응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대응을 펼친 것이 오히려 다행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교민들(관련 기사 : "외국 친구들이 그래요, 한국 정부 욕하는 사람들은 한국인 뿐이라고")에 이어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의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우리 방역당국과 정부의 대처를 호평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정부 당시 'BBC 방송사고' 영상으로 친숙한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6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NI)에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투쟁에서 배울 수 있는 것> (What America And Donald Trump Could Learn from South Korea's Coronavirus Struggles)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한국의 전 국가적인 코로나19의 대처 능력을 "꽤나 인상적"이라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국에서 다음 여섯 가지를 배우라 주문했다.

'정치화(쟁점)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비정치적인 자연재해라 별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학교 등의 광범위한 휴업을 준비해라', '모든 걸 가리고 소독할 (방역)준비를 해라', '병원(의료기관)을 더 개방해라', '당황하지 말라'.

아울러 로버트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 관련 세계 언론의 보도는 오히려 선정주의에 치우쳐 있다"며 "이건 정말 불공평하다"며 서구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를 꼬집었다.

로버트 교수의 '한국'발 코로나19 리포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29일엔 <여기에 공황은 없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보고 있는 한국에 있다>는 글을, 22일엔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발한 한국에 살고 있다. 변한 건 많지 않다>는 글을 NI에 게재하기도 했다.

한편 전 미국 공중보건국 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한국 담당관 제임스 헤이슬릿 박사 역시 우리 방역당국의 검사 체계와 한국 정부의 대처를 세계의 본보기라 평했다. 최근 < 시사IN >과 인터뷰한 제임스 박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CDC의 연락관으로 한국에 근무, 메르스 사태를 현장에서 지켜 본 인물. 제임스 박사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대응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감탄할 만하다. 다른 나라들에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의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은 진전을 이룬 것에 대해 칭찬받을 만하다." - 시사인 652호 <전 미국 CDC 한국 담당관 "코로나19 한국 대응, 감탄할 만하다"> 중

30여 년간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공중보건과 감염병 재난 대응·복구 분야에서 활동해온 임상 역학자인 제임스 박사는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번져나가도 다른 나라들은 그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감염자까지 발견해내고 있다"며 "한국의 이런 광범위한 진단은 국제무대에서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사망률을 좀 더 분명히 밝히는데 굉장한 도움을 줄 잠재력이 있다"고 평했다.

국제사회와 정반대 의견 내놓는 야당과 보수언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의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의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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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선거가 다가오는데, 미래통합당이 내 글을 읽고 반성할 것이란 희망을 품지 않는다." (With an election slated for April, I harbor no hope that the United Future Party will read my words and repent)

외국인이 쓴 글치고는, 꽤 강렬한 문장이었다. 이렇게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하고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 세력을 매우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기고문도 나왔다. 동서대학교에 재직 중인 저스틴 펜도스 박사가 10일 미국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 기고한 <한국의 코로나19 발생에서 얻은 교훈: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흉측한 놈>이란 (Lessons From South Korea's COVID-19 Outbreak: The Good, Bad, and Ugly)이란 다소 특이한 제목의 글이었다. 

미 예일대학교 세포생물학 박사로 부산에 거주 중인 저스틴 박사는 "한국과 대만은 강력하고 일관되게 SOP(표준 운용 절차) 절차를 준수한 국가 중 하나"라며 "나와 이야기를 나눈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국사회는 물론 부산 지역 사회를 경험한 외국인이 우리의 코로나19 사태 전체를 조망하는 균형감과 위트를 모두 갖춘 글이었다.

특히 제목과 관련, 저스틴 박사는 우리 정부와 방역 당국의 준비된 대처를 '좋은 놈'으로, 정치적 성향이나 낮은 과학 지식을 가진 일부 특정 계층이나 신천지 등 일부 종교인, 방역 당국의 대처에 불응하는 이들을 '나쁜 놈'으로,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는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을 '흉측한 놈'으로 꼽았다.  

저스틴 박사는 "지역에서 자원 봉사를 하는 과학자로서, 코로나19의 (언론과 보수 진영의) 정치적 프레임화에 매우 실망했다"며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을 특정해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면서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국민의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국민은 물론 마음의 상처를 받은 국민도 많습니다. 감염 확산 때문에 불안 공포 무력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질본이 열심히 해서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겐 치유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상자를 찾아내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검사를 해서, 감염을 확인하면 적절한 치료로 사망률을 낮춘 것에 국제사회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본부장 등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한 말 중 일부다. 맞다. 앞서 소개한 평가들이 바로 "세계가 인정하는 성과" 중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평가는 오늘도 계속되는 중이다.

같은 날(현지시간) 미 백악관 코로나대책 태스크포스 핵심 구성원들이 참석한 미 하원 청문회에서도 '코리아 상찬'이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미 AFP 통신, BBC 코리아 등 외신 역시 상찬을 이어나갔다. 또 지난주 질본을 찾은 CDC 관계자들이 "한국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간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정부와 방역당국의 대처를 뒤흔들며 가짜뉴스를 양산해 온 세력들에게 지친 국민들이 충분히 '치유'받고, 국민적 자존심을 회복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마포구 홍대의 한 주점에 임시휴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마포구 홍대의 한 주점에 임시휴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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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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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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