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100일의 휴식 끝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돌아왔다. <유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격의없이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도 풀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약 100일여 만에 다시 돌아온 <유퀴즈> 11일 방송분에서 유재석, 조세호는 거리로 나서는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방송국에 들어섰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유퀴즈>는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좁은 공간으로 시청자를 끌어 들인다.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두 MC 대신 제작진이 거리의 사람들, 과거의 출연자들 그리고 일선에서 밤낮없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의료인들을 만났다. 길거리 소통은 없었지만 100일 만에 돌아온 <유퀴즈>의 진가가 외려 돋보이는 방송이었다.

텅 빈 거리, 그곳에 사람이 있다 
 
사람들로 가득 찼던 거리는 이제 인적이 드물어졌다. 그저 대비되는 두 장면만으로도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에 등장한 택시 운전 기사는 매일 열심히 소독을 하지만 손님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의정부 집까지 일부러 가서 끼니를 때우고 올 정도라고. 백발이 성성한 버스 운전사는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마스크를 열심히 쓴다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 택시 운전 기사도, 버스 운전사도 모두 오늘을 걱정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절도 견뎠으니 다함께 이겨내자'고 말한다. 시민들의 고마운 발이 되어주는 두 분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신다. 

그분들이 살아온 시절을 그 이후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잊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온 시절 대신 우리가 살던 강팍한 시대를 앞세웠다. 그런데 막상 시절이 '하수상'하고 보니, 더 어려운 시절이란 그 단어 한 마디가 위로의 지렛대가 된다. 여전히 백발이 성성한데도 사람들의 발이 되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어르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유퀴즈>가 보여준 위로는 '코로나 19'가,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가 잃기 시작했던 사람사는 방식에 대한 환기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해 시끌벅적하게 함께 퀴즈를 맞추던 식당을 다시 찾아갔다. 그곳에는 퀴즈를 맞췄던 주인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맞이할 손님들이 없다. 그 분들은 손님이 없어도 행여나 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소독약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다. 매출이 급감한 때이지만 두 사람은 '낙담' 대신 함께 견뎌보자는 덕담을 놓치지 않는다. 

사회적 격리가 가져온 가장 큰 심리적 공황은 바로 전염병과 나 자신의 대면이라는 사회적 방어막의 상실이다. 전염병에 걸린 가족의 임종이나 장례조차도 제대로 치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커플 역시 안타까운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전염병은 축복도, 조의도 그 모든 것을 무색하게 삼켜버렸다. 그 앞에 우리는 나약한 한 개인으로 무력하게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공동체 정신의 부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바로 그런 심리적 공황 상태에 대해 <유퀴즈>는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출연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손님이 없는 것도, 혹시나 전염병의 우려가 있는 것도 '나 하나'만 겪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건물주들은 집값을 내리는 배려를 통해 임차인들에게 힘을 보탠다. 베이커리를 하는 배용호 사장은 당장 자신의 매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가난한 이들에 베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코로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대학생은 보상이 아니라 어서 빨리 자신의 코로나 앱을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시절을 기원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겪는 일, 그러니 우리 모두가 함께 잘 견뎌내자는 그 말에 찍힌 방점은 마치 나 혼자 전염병에 맞서 싸우고 있는 느낌에 시달렸던 개인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그 위로의 정점은 뜻밖에도 전염병이 창궐한 대구로부터 온다. 보훈 병원에서 일하던 정대례 간호사는 코로나 19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런 저런 질문에 그저 괜찮다고만 하는 간호사의 말, 그 말의 행간에 담긴 의미에 유재석은 그만 왈칵 눈물을 흘리고 만다.

위기를 맞은 대구에 한 사람이라도 손길을 더 보태려고 달려간 사람들이 있다. 앞서 보훈 병원의 정대례 간호사는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하며 보는 이들을 위로한다. 이제 막 임관을 마친 김슬기 소위를 비롯한 간호 장교들이라고 다를까. 이성구 대구 의사회의 호소문에 한 걸음에 대구로 내려간 서명옥 전 강남 보건소장을 비롯한 다수의 자원봉사 의료진들 역시 여전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일원임을 뜨겁게 깨닫게 해준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하지만 현장의 의료진이 전한 상황은 열악하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마스크, 의료용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거기에 인력까지 부족해 숨막히는 방호복을 입고도 열몇 시간을 쉬지 못하고 근무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말은 '괜찮다'였다. '저희가 잘 이겨내도록 하겠다', '감사하다'였다.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전해진 평범한 감사의 언어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다른 말 덧붙일 필요 없이 유재석이 흘린 눈물처럼. 

이곳저곳 약국을 기웃거리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겨우 마스크 두 장을 구하고 나서 찾아오는 허탈함에 어쩔 줄 몰라한 저녁. 오랜만에 찾아온 <유퀴즈>는 그래도 이 시절을 함께 견뎌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따스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아직 엄동설한이던 우리의 마음을 녹인다. 우리 모두 언젠가 빛좋은 공원에 둘러앉아 함께 커피라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 평범한 날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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