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진행하고 있는 소셜 살롱의 모임이 한 달 하고도, 보름 더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부생이기도 한데, 마지막 학기의 개강 역시 미루어졌다. 사실 2월 초까지만 해도, 3월쯤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100개국에서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했고, WHO는 ‘판데믹(pandemic)’ 상황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약속이 취소되었다. 문화예술계도 이례가 없는 침체기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친구들의 문화적 경험들이 차단되고, 일상이 무미건조해지고 있다. 나와 같은 공허감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세 장의 앨범을 권해 본다. 언뜻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치유’의 음악을 꺼내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이 음악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역과 치료에 힘쓰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들이기도 하다.
 
 라우브(Lauv)의 앨범 < ~how i'm feeling~ >

라우브(Lauv)의 앨범 < ~how i'm feeling~ > ⓒ 뮤직테이블

 
라우브(Lauv) - < ~how I'm feeling~ >
 
혼네(HONNE)나 앤 마리(Anne Marie),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등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팝 뮤지션을 뽑으라면, 라우브(Lauv)의 이름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의 많은 팝 뮤지션들이 그렇듯, 그는 알앤비와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결합한다. 거기에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를 얹어, 동 세대 젊은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노래한다.

그것은 ‘Drugs & The Internet'에서 드러나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될 수도 있고, 과거와는 조금 다른 디지털 세대의 사랑 방식일 수도 있겠다.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정국(Who), 트로이 시반(I'm so tired), 앤 마리(Fuck, I'm Lonely), 레이니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살펴보는 것 역시 이 앨범의 재미 요소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에, 어디서 들어도 부담이 없는 음악들이다.
 
 타이코(Tycho)의 < Simulcast >

타이코(Tycho)의 < Simulcast > ⓒ 닌자카로마


타이코(Tycho) - < Simulcast >
 
작년 2019 후지록 페스티벌에 갔을 때, 이들의 공연을 보지 않았던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스콧 한샌이 결성한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 타이코(Tycho)는 일렉트로니카와 록 음악의 유연한 조화를 이루어낼 줄 아는 뮤지션이다. 다운템포와 앰비언트, 트립합, 드림팝, 슈게이징 등 다양한 하위 장르들의 멋을 녹여냈다.

감성적인 영역을 자극하는 이들의 음악은 여러 광고에서 애용되기도 했다. 타이코가 전작보다 더욱 내면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돌아왔다. 전작과 달리 보컬의 영역을 배제한 것이 오히려 더 성공적인 결과였다. 새벽에 이어폰에 귀를 기울인 채, 눈을 감고 ‘Weather', 'Outer Sunset'을 들어 보면 어떨까. 이번 앨범에서 타이코가 들려주는 음악은 단연 ’치유의 음악‘이다. 비록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은 회색빛이지만, 이 음악 속에는 대자연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크루앙빈과 리온 브릿지스의 EP < Texas Sun >

크루앙빈과 리온 브릿지스의 EP < Texas Sun > ⓒ 리플레이뮤직

 
크루앙빈(Khruangbin),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 - < Texas Sun EP >
 
1960, 1970년대 태국의 펑크(Funk)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미국 밴드 크루앙빈(Khruangbin), 그리고 1960년대 소울 음악을 자신의 준거점으로 삼는 싱어송라이터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 이 두 팀이 한 앨범에서 만났다. 크루앙빈과 리온 브릿지스는 과거의 음악을 톺아본다는 점에서 접점을 가진다. 그리고 이 둘은 모두 ‘텍사스’ 출신이라는 접점 역시 가지고 있다. < Texas Sun EP >에 실린 곡들은 ‘여유로운 그루브’가 무엇인지를 체화한 것처럼 들린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난 후, 낯선 고장의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때 ‘Texas Sun'만큼 좋은 선곡도 몇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유가 없어진 세상 속에서, 역설적으로 '여유'를 만끽해보시길.
라우브 LAUV 타이코 크루앙빈 리온 브릿지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