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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쌓여 있는 문제집들 출판사들이 '교사용' 또는 '연구용'이라는 이름을 달아 서점을 통해 고등학교에 문제집과 참고서를 공짜로 배포한다.
▲ 책상 위에 쌓여 있는 문제집들 출판사들이 "교사용" 또는 "연구용"이라는 이름을 달아 서점을 통해 고등학교에 문제집과 참고서를 공짜로 배포한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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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개학까지 연기한 마당인데, 책상 위엔 서점에서 가져다 놓은 '교사용', '연구용' 문제집들이 스무 권 가까이 쌓여 있다.

매년 출판사에서 홍보용이 분명한 교사용 문제집이나 참고서들을 서점을 통해 전국 고등학교에 뿌린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비용이 적지 않은 수준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영방송 한국교육방송공사 EBS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교사들 책상에 쌓인 참고서와 문제집들은 폐휴지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들이 이 문제집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문제마다 답과 해설이 달려 있고 표지에는 서점 연락처까지 적혀 있어 학생들에게 주기도 어렵다.
  
살펴보니 세 곳 서점에서 보낸 것이다. 모두 시내에 있는 서점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니 가깝지 않은 거리를 배달한 것이다.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 들어올 일이 있으면 와서 가져가면 좋겠고, 혹시 들어오기 어려우면 내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학교에 들어올 일이 있다는 한 곳에서 보낸 책은 메모와 함께 교무실 복도에 내놓았다. 나머지 두 곳은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점들이라 서점에 들러 돌려주기로 했다.

문제집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하면, 한결같이 처음 교사라고 밝혔을 때와는 다르게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어떤 분들은 출판사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도 말한다.

이상한 풍경이 반복되는 근본 이유
     
서점에 돌려보내기 위해 내놓은 문제집들 출판사가 서점을 통해 공짜로 교사에게 배포한 문제집과 참고서를 돌려보내기 위해 교무실 복도에 내놓았다.
▲ 서점에 돌려보내기 위해 내놓은 문제집들 출판사가 서점을 통해 공짜로 교사에게 배포한 문제집과 참고서를 돌려보내기 위해 교무실 복도에 내놓았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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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공짜로 배포하는 문제집을 찍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는 문제집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출판사들이 교사용으로 찍어낸 문제집이나 참고서 비용을 어딘가에서는 충당하려고 할 테고, 학생들이 사는 책에 얹어 놓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둘째는 교사 연구용 또는 선생님용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공짜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도가 엿보이는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학생들에게 홍보해 달라는 목적이 숨어 있다. 교사들이 직접 홍보를 할지 혹은 그 출판사 문제집을 부교재로 사용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의도를 알면서도 받기는 어렵다.

과거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때 EBS는 불필요한 홍보를 줄이고 EBS 교재 가격 거품을 빼겠다고 한 적도 있다. EBS 문제집 가격은 한 권당 가장 싼 것이 5000~6000원 수준이며 비싼 책은 1만 2000~1만 3000원까지 한다.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다.

EBS를 비롯한 문제집과 참고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은 '공짜인 듯 공짜 아닌' 교사용을 전국에 뿌리지 말고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가격을 낮추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교육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이러한 이상한 풍경이 반복되는 근본 이유는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축이 수능 대비, '문제 풀이'에 있기 때문이다.

고3 교실에서 EBS 문제집이 교과서를 대신하는 일이 별스러운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교육과정이 시작하기도 전인 3월 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이 연합해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획기적인 대학 입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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