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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구의 관광명소인 김광석 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민·관·군 합동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5일 오전 대구의 관광명소인 김광석 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민·관·군 합동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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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 보낸 마스크가 품절이라는 문자가 왔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마스크를 주문했는데, 또 품절이래요. 엄마 몇 개 갖고 있어요?"
"며느리가 약국 세 군데 돌아서 마스크 5개 샀다고 주더라. 걱정하지 마라."
"다시 구해볼게요. 마스크 꼭 쓰셔야 돼요."
"근데 와 이리 비싸노. 3000원이 넘는 기 말이 되나?"


엄마는 2월까지 면 마스크를 썼다. 이번에 내가 보낸 마스크는 5000원이 넘는 것이었다. 가격이 오른 건지, 저렴한 것은 품절이 된 건지 3000원 이하는 온라인으로도 살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싸게 주고 샀다고 하면 자주 바꿔 끼실 것 같아서 보내려고 했던 건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군산서는 그래도 마스크 사기 쉽재? 니하고 나림이나 마스크 잘 쓰고 댕기라."

군산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마스크 품귀현상은 전국적인 추세다. 어제는 아침부터 우체국에 줄이 길게 서 있어서 무슨 줄인가 했더니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었다. 건너편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봤더니 우체국 출입문에 '마스크 판매완료'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휑하게 비어있는 거리에 우체국 앞으로 번호표를 손에 든 사람들의 긴 줄.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재난이 맞다. 거리를 걸을 때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다. 물건을 살 때도 얼른 계산만 하고 나온다.

지난번에는 온라인으로 결제를 하는데, 대구 일부 지역은 배송 불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대구가 고립이 되는 건가 싶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친정이 있는 지역은 배송이 가능하긴 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대구에서 30년을 살았다. 심리적으로 나는 아직 대구시민이기 때문이다. 초, 중, 고는 물론 대학까지 대구에서 다녔다.

청도가 고향인 대학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부모님 때문에 걱정이 많지? 괜찮으셔?"
"마을 회관에도 못 가고, 집에만 계시지 뭐."


시골에서는 마을회관이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웬만큼 활동이 가능한 70대 노인이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 노인의 식사를 챙겨주는 곳이 마을회관이라고 친구는 말했다. 난방비 때문에 회관에서 잠을 자는 어르신도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고 계실지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 마을에서 오래 살았던 친구는 부모님뿐 아니라 동네 어른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러고 보면 '완전한 남이란 없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대구, #청도, #완전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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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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