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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한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한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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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탄압과 박해도, 심지어 전쟁의 포화마저도 이 땅 그리스도인들의 미사를 막진 못했다. 그런 대한민국의 성당이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로 문을 굳게 닫았다. 막판까지 고심하던 제주와 원주교구가 미사 중단을 결정하면서 전국 16개 교구 1천7백여 본당 전체가 이에 동참하게 됐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236년 만이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로 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그는 신천지의 신도였다. 다니던 교회에서 하던 예배 중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개신교와 불교 등은 종교집회를 속속 중단했다. 대규모 옥외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어느 목사에겐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차에 미사를 계속한다는 건 사태 악화는 물론 자칫 종교적 이기심으로 비칠 우려도 있었다. 이제 막 천주교에 입문한 예비신자로서 개인적으로 미사를 보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지만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단지..."

사실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우선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 주일(23일) 미사에는 빈 자리가 더 많았다. 미사에 나온 신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뚝뚝 떨어져 앉아 있었다.

예비 신자들의 교리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수강생 12명 중 4명만 나왔다. 수업을 중단한 지 2주만이라 반가울 만도 했는데 우린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서둘러 헤어지기 바빴다.

이 못된 바이러스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거리는 2m라고 정부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 사스는 90cm... 코로나19 안전거리는? http://omn.kr/1mpq3)

마스크를 갖춰 쓰고, 되도록 타인과 멀찍이 떨어져 앉고 말을 섞지 않으려는 건 생존의 본능이다. 아예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한 대학교수는 아예 열흘 동안 사회관계망을 끊자고까지 했다. 마지막 미사에 나온 분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주님을 찾은, 매우 신심 깊은 분들이었지만 불안감을 온전히 지울 수는 없었을 터였다.

이런 지경이니 미사는 이미 그 의미를 잃은 거로 봐도 무방했다.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빈 자리는 더 늘어날 게 뻔했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피하게 될 것이다. 주님의 성전이라고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미사를 계속하는 건 오히려 교회에 대한, 교우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었다. 미사를 중단한 건 그래서 옳은 결정이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한 신자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한 신자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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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신부님은 당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씀했다.

"미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단지 함께 드리는 미사가 잠시 중지되었을 뿐입니다. (중략)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주일을 주일답게 보내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참고 : '코로나19 그리고 미사' http://omn.kr/1mpt2)

그러면서 침묵과 고요, 쉼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라고 권하신다. 참 옳으신 말씀이다. 어쩌면 미사란 그저 같은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안받으려는 의례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주님을 향한 기도에 때나 장소, 형식 따위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나 간절하고 얼마나 신심을 다해 기도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봤다.

끝은 머지 않았다

마침 지난 26일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사순절이 시작됐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까지 40일 동안 이어진다. 이 기간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회개하고 깊은 명상과 기도에 임한다.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의 훈련을 통해 주님을 기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한다. 그리고 교구는 미사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각자가 묵주기도를 드리고, 성경을 봉독하고 선행 베풀기를 권했다. 맞춘 듯 그 기간이 딱 들어맞는다. 이도 주님의 뜻일까.

눈에 뵈지도 않는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육신뿐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까지 파괴하려 들고 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각자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사는 세상이다. 혼자 밥을 먹고, 홀로 여행하는 게 하나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 한다. 지금까진 그 모든 게 오롯이 우리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건 다르다. 단지 나쁜 병이 옮을까 봐 타인을 기피하는 건 너무 끔찍하고 가혹하다.

물론 이것도 양면의 가치는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대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을 번뜩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예 혼자 있는 때도 많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진 거다. 우리 신부님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고 회개로 돌아설 수 있는 기회'라고 하셨다. 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 시련을 겪으며 우리는 주위 모든 사람들을 새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존재의 소중함은 그것을 상실했을 때 가장 절절하기 마련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우리의 육신은 갈라놓았지만 마음까지 그러진 못했다. 서로 떨어져 있게 되면서 우린 오히려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과의 관계란 또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 아니한가.

흔한 말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제 아무리 무서운 역병일지라도 우릴 온전히 굴복시킬 순 없다. 우린 슬기롭게 이 상황을 극복해 낼 것이다. 단지 이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람과 사람간의 연대와 협력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세상사 모든 건 우리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 갈리는 법이다.

성경의 한 구절을 음미해 본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로마서 5.3~4)

고통의 끝은 머지않았다.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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