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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얼굴에 보호구를 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28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얼굴에 보호구를 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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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안그래도 피곤했던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은 불안해지기까지 했고,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개학 연기로 인해 미뤄질 학사일정을 걱정하고 있다. SNS에서는 확진자들의 동선을 놓고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또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내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더 무섭다' 라고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다루는 태도 탓에 비판을 받는 정치인들도 한 둘이 아니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뒷배경에 신천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자고 일어나면 대폭 늘어있는 확진자들의 숫자에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극과 극으로 갈리는 여론

정부가 사태 초기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여론은 꾸준히 있었다. 중국에 마스크 수백만 장을 기부한 일도 그렇다. 이제 그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자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전국으로 퍼진 감염의 공포는 경제와 문화에도 지장을 주어 말 그대로 '2차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사태가 쉽게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당연히 정부를 불신하고 비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당장 뭘 해야하는지 알지만, 그것만으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날이 서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좋게 들릴 리 없다. '아직 지켜봐야한다' 혹은 '차분히 대처해야한다' 등의 말이 '아니꼽게' 들리는 것은 분명 개인의 잘못만이 아니다.

반대로 정부를 지지하는 여론도 꾸준히 있었다. 다른 선진국보다 빨리 개발한 진단 키트, 엄격한 격리 시스템, 31번 확진자 이전의 소강 상태에 대하여 일부 네티즌들의 입에선 '역시 방역강국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태가 악화한 후 이러한 여론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감염 사유와 접촉 대상자들을 빠르게 판정지어 움직이는 질병관리본부가 언론에 다뤄지자,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여론은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SNS에서는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정부를 향한 응원의 물결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사태를 두고 이토록 다양한 비판과 의견이 난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텔레비전을 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몇몇 채널은 이 전염병 사태를 그저 전염병 사태로 보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일부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몇몇 정치인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동시에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염병 사태를 이용하며, 특정 정치색을 띤 몇몇 국민들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비단 정치계 뿐만이 이런 것은 아니다. 처음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SNS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놓고 이 사람은 ~에 ~목적으로 갔을 것이다, 라는 추측성 게시물들이 속수무책으로 올라오고 있다. 거기에 대응하여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했다면 해당 장소에 방문하는 것만 주의하면 될 일이지, 왜 함부로 남의 사생활을 추측하냐'는 게시물 역시 많은 공감을 얻고있다.

심지어 공연계에서는 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공연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곧 진짜 이유가 연출진 및 제작진들에 대한 페이 미지급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해당 제작사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를 변명거리로 삼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전염병을 전염병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은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만 극대화 시키고 있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낸다는 뜻이다'

이주혁 의사의 페이스북에서 시작되어 삽시간에 온 SNS로 퍼진 구절이다. 자고 일어나면, 밥 먹고 나면, 또 새벽 중에도 계속 확진자의 수가 갱신되는 것은, 그때까지도 환자들을 검사하고 통계를 내보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중국인 입국을 왜 진작 제한하지 않았느냐며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빠른 진단 키트 개발 및 20만 명에 달하는 검사 대상자들의 행적을 몇 주만에 찾아내는 등 말그대로 대단한 성과를 내는 질병관리본부를 지지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고마워요_정은경,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라는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은 당국이 얼마나 잘 대처를 하고있는지, 정은경 본부장의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 또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검사력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함께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자는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찬양은 금물하되 비난은 않기를'

잘한 것은 잘했다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 하자. 지키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염병을 전염병으로' 보지 못한다면, 잘한 것 역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런 시선들 속에 벌써 두 달 가까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일하는 질병관리본부의 태도는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의료진들은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각자의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몇몇 환자들은 원망의 화살을 이들에게 돌려버리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비판하고 의료진과 질본의 노고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하나의 수칙을 기억해야 한다. '전염병은 전염병으로.' 실제 앞서 언급한 #고마워요_정은경,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의 해시태그에 들어가면, 질본과 의료진들을 응원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찬양하는 게시물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게시물들은 응원의 뜻을 전달하기 이전 정치적 갈등을 키울 확률이 높다. 찬양은 금물하되 비난은 않기를. 이번 사태에 대한 효과적인 판단을 위하여 꼭 필요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반응이 갈려도, 우리 모두가 동일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개인위생을 철처히 하는 것.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질본을 신뢰하든 불신하든, 어쨌거나 전염병 사태에 대한 기초적인 대응안은 있는 법이다. 분명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사태에 무력감을 느끼고 지쳐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 그래왔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알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고, 돌아오면 손을 씻는 것.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이용은 가급적 자제하고,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지말고 1399나 해당지역 보건소로 연락할 것. 모두가 알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이 사태도 언젠가 진정되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밤을 지새우고 있을 질병관리본부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을 각 지역 의료진들에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최세희 기자 (강원애니고 3)

태그:#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의료진들, #고마워요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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