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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송파구청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송파구청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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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곧 괜찮아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실제는 바람과는 크게 달랐다.

마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사람들의 숱한 만남의 뒤를 바이러스가 따라다니며 점점 더 많이, 더 멀리 퍼지고 있다. 한 명만 늘어나도 걱정하던 확진자 수는 이제 단위가 너무 커졌고, 그만큼 우리의 생활도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

전염병이 퍼지고, 옆 동네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은 1월 말~2월 초까지만 해도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코로나19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계기는 출장이 취소되면서부터였다.

출장을 못 가도 일은 돌아간다

2월 셋째 주에 일본으로 출장을 떠날 계획이었다. 현지 기업들과 어렵게 미팅을 잡았고, 항공권과 호텔도 예약해둔 상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출장이 금지됐던 중국과 달리 일본은 '출장 주의 국가'였다. 가게 된다면 조심하고, 다녀와서 증상이 있으면 2주간 재택근무를 하라는 게 회사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2월 3일부터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점점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염려한 회사는 출장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출발 하루 전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항공·숙박 취소에 따른 수수료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여행 금지 지역이 아니니 우리 사정으로 취소한 건은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행사 측의 설명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니 서둘러 다른 방법을 찾아봤다. 출장을 못 가는 것이지, 일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컨퍼런스 콜(세 사람 이상이 전화 통화로 업무를 논의하는 방식)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면 회의보다는 의사소통의 효율성, 정확성,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깊이에 부족함이 있겠지만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1시간가량씩 각자 전화기를 앞에 두고 회의를 했고,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출장을 못 가도 그렇게 일은 돌아간다.

30층 남짓한 건물이 폐쇄됐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방역작업은 코로나 사태 이 후 매주 4일에 나눠 총 29개 공영차고지에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방역작업은 코로나 사태 이 후 매주 4일에 나눠 총 29개 공영차고지에 시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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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회사 건물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집에서 전해들었다. 이미 그 주는 전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30층 남짓한 건물에는 수천 명이 근무하고 있고, 중간 층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의 담당 조직은 서둘러 확진자의 지난 2주일 동선을 파악해 공유했다. 그리고 근무 공간, 회의실, 구내식당 등에 같이 있었던 직원들을 파악하는 연락이 오갔다. 동선이 겹치는 직원들에게는 '당분간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메시지가 발송됐다.

일하는 곳에 가지 못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재택근무 첫날 아침. 출근 시간이 없어진 만큼 평소보다 여유있게 일어났다. 컴퓨터 앞에 앉으니 바로 출근이다. 옷도 모습도 편하게 하고 일을 하려니 낯설다.

컴퓨터를 켜고 클라우드 상의 가상 컴퓨터에 접속해 일한다. 어떤 컴퓨터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클라우드 안의 내 업무 공간은 똑같다. 어디서나 회사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의 편리함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회사가 아닌 곳에서 기약 없이 일해야 할 때 그 편리함을 체감할 줄은 몰랐다.

다른 점은 일하는 공간의 주변 환경이다. 궁금할 때 바로 펼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책상 위에 없고, 수시로 끄적이는 수첩이 없다. 가까이에 없어서 제일 불편한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다. 잠깐 고개를 돌려 상의하면 해결될 일을 두고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를 하고, 여러 명이서 컨퍼런스 콜을 한다. 여러 명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다보니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함께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계획을 상의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컨퍼런스 콜로 방향을 잡고 각자 작업을 한다. 보고서의 맡은 분량을 만들면 메일로 보내 취합하고, 완성된 보고서를 메일로 임원에게 보낸다. 그리고 임원과 프로젝트 구성원 모두가 컨퍼런스 콜 상에서 보고를 진행한다. 다행히 보고는 잘 됐다. 불편하지만 보고서는 또 이렇게 만들어진다.

근무는 집에서 돌아가지만, 누군가의 일터는...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그 동료가 경증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건물은 방역작업을 마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게 됐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재택근무를 일주일 더 연장하는 것으로 회사 방침이 정해졌다.

일은 돌아가지만, 어렵게 돌아간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지금으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나처럼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일터들을 생각한다. 회사 근처의 식당, 멈출 수 없는 대중교통, 누군가의 음식을 배달하기 위한 길 위... 그들의 노동과 밥벌이는 과연 무사한 걸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 함께 애쓰는 지금, 우리의 몸도 마음도, 그리고 생활도 건강하고 무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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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을 개발하는 직장인 ●작가, 시민 기자, 기업 웹진 필진 ●음악 프로듀서 ●국비 유학으로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공학박사 ●동경대학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대 스토리"의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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