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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의 CBS 방송 프로그램'60분' 인터뷰 장면 갈무리.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의 CBS 방송 프로그램"60분" 인터뷰 장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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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연일 북한과 관련한 긍정적인 언급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생각이 있다거나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는 22일(미 현지 시각) 네바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에 한 발 다가서기도 했다. 여기서 샌더스 의원은 46%를 득표해, 2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19%)을 2배 이상 앞섰다.

네바다 경선 이후 샌더스 의원은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23일 미국 CBS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을 통해서다. 그는 "나는 이 세상에서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내게 있어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적대적인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샌더스 의원은 북한과도 정상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셈이다.

김정은 만남 가능성 열어둔 샌더스

그러면서 샌더스 의원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온 '톱-다운' 방식보다 '실무협상'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히는 발언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 없이 그 회담(북미 정상회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진 찍기였고 회담을 성공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종류의 외교적 작업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방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해 결과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꼬집은 셈이다. 샌더스 의원의 발언 중 "외교적 작업"에서 이와 같은 맥락이 읽힌다. 다만, 샌더스 의원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한 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해 '만남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는 대부분의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상반된 입장이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뉴욕타임스>가 민주당 대권주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외교정책 관련 설문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시작한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북한이 핵물질 개발을 동결하면, 미국이 대북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상호조치' 방식에 반대했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찬성했다.

사실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기조를 지지해왔다. 스스로 '민주 사회주의자'로 칭하며 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은 달랐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후 샌더스 의원은 미국 ABC 방송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흠을 잡을 수 없는 분야"라고 밝히기도 했다.

샌더스 만났던 조영미 "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다"
 
샌더스 의원이 지난해 3월 '코리아 피스 나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버니 샌더스 의원 샌더스 의원이 지난해 3월 "코리아 피스 나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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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의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지난해 3월 워싱턴D.C.에서 샌더스 의원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명한 조영미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샌더스 의원은 '정전협정'이나 '평화협정' 등 비교적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미 집행위원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샌더스도 언론보도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인지했을 뿐, 4.27 남북정상회담이나 9.19 평양공동선언도 몰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 샌더스는 한반도 비핵화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당시 조 집행위원장은 '코리아 피스 나우' 활동의 일환으로 샌더스 의원과 그의 보좌관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득했다. '코리아 피스 나우'는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등 4개 여성평화운동 단체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물밑 외교라 할 수 있는 '시민 공공외교'를 펼친다. 주제는 '한반도 평화'. 지난해 2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온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과 긴밀히 협력한 단체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샌더스 역시 다른 미국 정치인들과 비슷하게 북한을 바라봤다. 미국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독재국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2017년에 북한이 보여준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는 늘 우선순위가 아니다, 정치인 각자의 관점이 있다기보다 관심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동시에 2017년에 북한이 한 미사일 시험 때문에 많은 정치인이 북한을 말이 안 통하는 위협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핵탄두 소형화 성공, 괌 포위 사격 등의 위협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샌더스 역시 북한을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남북의 변화를 말해줘야 했다"라면서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 이후 실제로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했고 함께 지뢰 제거도 하고 있다는 걸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그게 정말이냐"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샌더스 의원은 남북이 '적대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DMZ 내 상호 GP 시범 철수'한 것을 놀라워했다. 당시 샌더스 의원은 자신의 일정을 조정해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샌더스 의원실은 '한국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4분 영상을 직접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다.

조영미 집행위원장은 "한 번의 만남으로 '한반도 평화'를 설득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 이슈, 미국 대선에 영향 미칠 수 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 3월 '코리아 피스 나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샌더스 의원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 3월 "코리아 피스 나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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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활동하는 '코리아피스나우'는 지금도 샌더스 의원을 비롯해 여러 대선 후보와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들 중 국제관계를 전공했거나 변호사인 이들은 주로 워싱턴에 머물며 의회와 연락을 취하는 활동을 한다. 의원들을 어떻게 만날지 전략을 짜고, 유권자의 서명운동을 받는 이들도 있다.

조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대선국면에서 여러 정책을 각 당에 제안하는 것처럼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활동을 설명했다. 이어 "북한 이슈가 미국 대선에 결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피스나우'는 오는 3월 미국 각지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하며, 미국 의원들을 만날 계획을 짜고 있다.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명되는 7월에는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후보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조 집행위원장은 "북한을 압박만 하는 협상이 아니라 한반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평화적 관점의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그:#버니 샌더스, #미국 대선, #북한, #북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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