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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종교시설에 다니던 신자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2020.2.19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대구 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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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가 좋지 않고 폐까지도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수 있데요. 그러나 당장 코로나19 검진을 의뢰할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감기가 거의 확실하니 며칠 후에 다시 찾아오라 했습니다."
 

23일 오후 4시 조금 넘은 시간. 아이 엄마가 딸과 함께 29개월째인 손자를 데리고 시내 병원에 다녀왔다. 21일부터 손자의 기침이 심해지고, 22일 밤에서 23일 아침까지 손자는 밤새 10분이 멀다 하고 기침을 해대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손자는 원래 내가 혼자 데리고 자는데, 22일 저녁에는 어미인 딸까지 3명이 한방에서 같이 잤다. 아이 엄마는 만일을 위해 따로 다른 방에서 밤을 났다.

2~3살짜리 아이들을 키워 본 부모,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라면 익히 경험했겠지만 아픈 아이의 열이 섭씨 39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기침이 끊이지 않으면 정말 애가 다 떨어지는 듯한 초비상 상태가 된다.
  
 손자의 감기로 23일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과 약국에서 사온 기구. 해열제, 코막힘 완화제, 콧물 흡입기구. (왼쪽부터) 아픈 아이들은 예민한 탓에 약을 먹이는 것도 한바탕 난리를 쳐야 한다.
 손자의 감기로 23일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과 약국에서 사온 기구. 해열제, 코막힘 완화제, 콧물 흡입기구. (왼쪽부터) 아픈 아이들은 예민한 탓에 약을 먹이는 것도 한바탕 난리를 쳐야 한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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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된 뒤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한 딸이 먼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나도 줄곧 몸이 무겁고 졸음이 몰려왔지만 참았다. 다들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아이 엄마가 손자와 딸을 데리고, 소아과 병원에 가면서 "제발 좀 잠을 자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탓인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절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생업이 있고, 꼭 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당장 24일 월요일부터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이게 그럴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감기로 고생하는 어린아이를 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병원 방문을 빼곤 죄다 식구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사나흘이 지나면 손자는 십중팔구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며, 그때쯤 딸이나 아이 엄마 혹은 나 셋 중 적어도 한 사람은 한동안 감기로 고생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만도 5월 이래 두세 번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아픈 건 몇 차례 겪어도 면역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말 지긋지긋하고, 며칠은 '죽었구나'하는 생각으로 반쯤 자포자기하며 보내야 한다.
 
 밤새 기침을 하며 잠을 못잔 손자가 23일 점심 무렵 지쳐 필자의 무릎 위에 곯아 떨어져 있다. 손자가 아프면 집 전체에 비상이 걸리는데, 식구들 수면이 엉망이 되고 식사도 하는둥마는둥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밤새 기침을 하며 잠을 못잔 손자가 23일 점심 무렵 지쳐 필자의 무릎 위에 곯아 떨어져 있다. 손자가 아프면 집 전체에 비상이 걸리는데, 식구들 수면이 엉망이 되고 식사도 하는둥마는둥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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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급격히 확진자 숫자를 늘려가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니 마음이 이중삼중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코로나19 확진자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마음이 미친다. 동병상련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질환을 앓으면서 동시에 기피나 배척의 대상이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감기로 하루 종일 고통스러워 하는 건 손자이지만, 비록 할아버지 처지일망정 코로나19 감염자의 '준준당사자' 심정 정도는 그런대로 알 것도 같다.

극도의 좌절과 함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날 것이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따돌림을 받아도 살기 싫은 심정이 들을 정도로 힘든 게 보통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다. 감염증으로 인한 질환 그 자체도 두려운데, 한 사회가 아니 세상이 자신을 외면한다고 하면 어떤 심정일까.

신종 감염병의 확산은 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극복해내야 할 대상이다. 구성원 사이에 감염병을 앞에 두고 적과 아군이 있을 수 없다. 당연히 지역 차별도, 정파적 다툼도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코로나19를 물릴 칠 때까지는 말이다.

2001년 뉴욕에서 일어난 9.11 사태를 미국 현지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다인종 국가에 공화 민주 양당으로 나뉜 정파적 갈등도 적지 않은 나라지만, 9.11 사태를 수습하기까지 미국인들이 너나없이 힘을 합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진보와 보수로 갈린 언론도 당시 예외가 아니었다.

헌데 진짜 놀란 것은 사태 발생 약 1년 뒤인 2002년 늦가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더니 2년 가까이 조사를 지속한 점이었다. 당리당략에서 그만하면 자유로웠고, 조사의 철저함도 평균점은 넘어서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엉뚱하지만,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던 당시 든 생각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얕잡아 볼 수는 없겠다"는 거였다.

지금 시골 농부로 지내고 있지만 첫 직장이 언론사였고, 평생 배운 도둑질이 보도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 애써 외면하려 해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게 요즘 일부 언론의 행태이다. 물론 백보를 양보해 언론이 정파적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하는 나름의 속사정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언론은 철저하게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특정 정파와 힘을 합쳐 상대를 물고 뜯는 일은 코로나19가 물러난 뒤 해도 전혀 늦지 않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총선 전에 진정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코로나19를 표 계산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에 관한 한 '최대한 빨리, 최소한의 피해'가 보도의 제1 준칙이 돼야 한다. 사태를 애써 축소하려는 것도 과장해 공포심을 키우는 것도 종국엔 '파괴적'이고 '살인적' 행위로 귀결된다.

설령 감기가 아니라도 이런저런 병마로 인해 직간접적인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매우 드물 것이다. 내가 환자가 아니라면, 내 가족이 환자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환자라고 생각해 보자. 감내해내야 하는 고통의 크기가 얼마만 한지는 쉬 짐작이 갈 것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나아가 인류 전체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매스 미디어들과 SNS는 그 어느 때보다 위력이 큰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다.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한 사회에 크나큰 해악을 끼칠 수도 있고, 세상이 한발 나아가는데 적잖은 기여를 할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피 마를 당사자들의 심정으로 언론이 공기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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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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